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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우리는 테러와 싸우고 있다"…서방 압박에도 '전쟁 지속' 의지

 

 

 

입력2022.05.09. 오후 6:02 기사원문

김흥록 기자

 

 

 

 

 

 

[푸틴 전승기념일 연설]

 

■ '폭탄 발언' 없었던 11분

"서방, 우크라에 핵 주려 했다

나토도 러 국경 코앞까지 침공"

침공 정당화에 연설 대부분 할애

핵전쟁 지휘기 IL-80 등장 안해

전면전 선포 등 중대 발표 없어

국내여론 환기용 이벤트에 무게

 

 

 

 

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을 기념하기 위해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전승 기념일 열병식에서 연설하는 모습이 전광판에 나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서울경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쟁을 멈추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푸틴 대통령은 9일(이하 현지 시간) 나치 독일에 유럽 국가들이 승리를 거둔 2차 세계대전 전승 기념일(Victory Day) 열병식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에서) 국제 테러리스트들을 상대하고 있다”며 서방의 압박에 고개를 숙일 생각이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 같은 메시지에 보조를 맞추듯 우크라이나에서의 러시아 공세도 강화하는 분위기다. 푸틴이 사실상 전쟁 지속을 선언함에 따라 세계 안보와 경제는 앞으로도 한동안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전승 기념일 행사에서 2차 세계대전에서 싸웠던 군인들과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여러분들은 돈바스의 사람들과 우리 고향의 안전을 위해 싸우고 있다”며 러시아군을 독려했다.

 

푸틴 대통령은 연설의 상당 부분을 우크라이나 침공의 정당성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그는 “지난 몇 년간 유럽과 공정한 협약을 위해 노력했지만 그들은 우리에게 귀 기울이지 않았다”며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핵을 주려 했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우리 국경 코앞까지 침범해왔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을 정당화했다. 푸틴은 이어 “러시아는 지금 테러리즘에 맞서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에서 싸우는 모든 군인과 관료들은 영웅”이라고 추켜세웠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전쟁 중단이나 확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서방 각국은 전승절을 맞아 푸틴 대통령이 어떤 방향으로든 우크라이나 전황을 바꿀 만한 ‘깜짝 발언’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져왔다.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조기에 압승을 거둘 것이라는 러시아의 의도와 달리 우크라이나 측의 항전으로 전쟁이 장기화하자 러시아가 전승 기념일에 맞춰 일방적인 승리를 선언하고 퇴로를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일각에서는 푸틴이 서방을 상대로 하는 전면전을 선포하거나 러시아 내 동원령을 내려 러시아 전체를 전시 체제로 변환할 것이라는 예측 등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이날 푸틴 대통령이 서방의 예측과 달리 전면전이나 승리 선언 모두 언급하지 않으면서 전승절 행사가 서방세계가 아닌 러시아 국내 여론을 환기하는 데 주안점을 둔 이벤트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군사 퍼레이드 규모가 축소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날 열병식에는 12년 만에 등장할 것으로 예상됐던 푸틴 대통령의 공중 핵전쟁 지휘용 항공기 일류신(IL)-80, 일명 ‘둠스데이’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러시아 측은 기상 악화를 이유로 공중 열병을 모두 취소했다고 공식 발표했으나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서방에 대한 불필요한 자극을 줄이려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알렉산드르 가부예프 카네기국제평화기금 선임연구원은 “푸틴의 퍼레이드 연설과 행사는 러시아 대중을 대상으로 러시아가 외부 위협에 맞서고 있다는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기획된 것”이라며 “결론적으로 국제 평화의 시각에서 어떤 의미도 없으며 전쟁은 계속될 것이라는 메시지만이 명확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무차별 공세도 계속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날 주요 7개국(G7) 정상들과의 화상회의에서 “러시아군이 동부 루한스크 지역 내 빌로호리우카 마을에 폭탄 공격을 해 민간인 60명이 사망했다”며 “피해자들은 포격을 피해 학교 건물에 숨어들었지만 러시아는 그 건물에도 공격을 했다”고 공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 마리우폴 철강 공장 아래 벙커에서 마지막 민간인이 대피하자 러시아 군인들이 영어와 우크라이나어로 된 도로표지판을 제거하고 러시아어로 교체했다고 전하며 “이는 모스크바가 우크라이나 남부 영토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는 최신 사례”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푸틴의 인식은 현재 결코 패배할 수 없다는 프레임에 갇혀 있다”며 “푸틴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공세를 강화하면 전황이 진척을 보일 수 있다고 확신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흥록 기자(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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