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상품이 원래 이렇게 알고리즘-설계의 전쟁, 세계... 이런 측면이 있는 것인지......
머리가 좋아야 할 듯...!!
...... [2022-05-19] IIS 지식정보네트워크.
조선경제
경제 일반
국산 코인 몰락에 美 재무장관도 경고… 테라 사태의 전말
[5Q경제] 스테이블코인 테라·루나는 왜 휴짓조각이 됐나
김신영 기자
도움말=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
입력 2022.05.19 10:13
한국산 가상화폐 루나와 테라USD(UST)의 폭락으로 전 세계 가상화폐 약세장이 지속되고 있는 18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가격이 폭락한 루나의 차트가 띄워져 있다. /연합뉴스
최근 글로벌 시장에 가장 큰 화제는 가상화폐인 ‘테라USD(이하 테라)’, 그리고 이 코인과 쌍을 이루는 ‘루나’의 가격 폭락 사태입니다. 한때 글로벌 코인의 시가총액 순위 8위까지 올랐던 테라·루나 가격이 이달 들어 폭락해 사실상 ‘제로(0)’가 되고 주요 거래소에서 퇴출당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발행인이 한국인(권도형)인 테라 사태에 대해 재닛 옐런 미 국무장관,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탈 CEO 등 쟁쟁한 인사들이 앞다퉈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대부분 “그것 보라”며 가상화폐의 위험을 경고하는 부정적 발언입니다.
코인 가격이 폭락하고 상장 폐지되는 일이 드물지도 않은데, 왜 이렇게 난리일까요. 테라의 규모가 워낙 크기도 했지만 이 코인이 스테이블코인이라는 독특한 형태의 코인이라는 점이 관심을 키우고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은 무엇이고 왜 미 재무장관까지 신경을 쓸까요. 테라와 루나는 왜 쌍으로 붙어다니고 갑자기 가격이 폭락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세계 코인 시장을 뒤흔든 테라 사태의 전말을 5문답을 풀어보았습니다.
◇1Q. 스테이블코인이 뭔가요
‘스테이블(stable)’은 안정적, 코인(coin)은 가상화폐를 뜻합니다.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혹은 유지되도록 힘쓰는) 가상화폐를 스테이블코인이라 부릅니다. 비트코인 같이 시세가 크게 오르내리는 비(非)스테이블코인과 달리, 코인 한 개 가격이 달러·유로 같은 법정화폐와 ‘1=1′로 유지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1코인=1달러라는 식으로요.
가격을 유지하는 방법은 크게 둘이 있습니다. 첫째는 1코인을 발행할 때마다 발행사가 진짜 1달러를 사서 적립을 해두는 방식입니다. 코인을 산 사람이 언제든지 이 코인을 가져가 발행사에게 1달러를 받을 수 있다면, 이 코인 가격은 1달러로 어렵지 않게 유지되겠지요. 이런 원리로 작동하는 가상화폐가 세계 최대 스테이블코인인 ‘테더’입니다. 실제로 테더를 소유한 사람이 발행사에 신청을 하면 수량에 상응하는 진짜 달러로 이를 바꿔줍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또 하나의 방법이 테라·루나가 사용한 이른바 알고리즘 방식입니다. 실제 달러를 사지 않고 ‘1코인=1달러’가 유지되도록 프로그래밍을 해서 가치를 유지한다는 겁니다. 이를 알고리즘형 스테이블코인이라 부릅니다. ‘도대체 어떻게?’라는 의문이 당연히 들 수밖에 없는데요, 다음 문답에서 풀어 보겠습니다.
◇2Q. 어떻게 프로그래밍만으로 코인 가치를 유지하나요.
테라를 포함한 알고리즘 방식의 코인 발행사들은 스테이블코인과 쌍을 이루는 루나 같은 ‘위성 코인’을 통해서 가치를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테라와 루나의 작동 방식은 이렇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인 테라 한 개를 팔면 1달러어치의 루나를 받을 수 있습니다. (루나는 스테이블코인이 아닙니다.) 프로그래밍을 통해서 이렇게 작동하도록 일종의 약속이 되어 있는 겁니다. 기술적으로는 좀 더 복잡하지만 기본 원칙은 그렇습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테라’를 연필, ‘루나’를 지우개에 비교해 볼까요. ‘연필 한 자루를 주면 항상 지우개 1000원 어치를 받을 수 있다’고 할 때, 지우개가 1000원이라면 연필 하나를 주고 지우개 하나를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지우개가 500원이라면 어떨까요. 연필 하나를 주면 지우개 2개를 받겠죠. 지우개가 100원이라면? 10개를 받을 것이고요. 연필 소유자는 어떤 경우에도 이 ‘약속’에 따라, 연필 1개로 ‘1000원 어치’ 지우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즉 연필 1개 가치는 늘 ‘1000원’으로 유지됩니다. 루나(지우개)의 가격에 상관없이 테라(연필)의 가격은 일정하게 보전될 수 있는 겁니다. (일단은 그래 보입니다.)
◇3Q. 그런 약속 가지고 코인 가격이 보장되나요
테라 같은 알고리즘 방식의 스테이블코인이 가격을 유지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인이 있습니다. ‘차익 거래’라고 불리는 장치인데요, 용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고 원리만 이해하면 될 듯합니다.
스테이블코인도 거래소에 상장돼 자유롭게 거래되기 때문에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1달러’에서 벗어날 때가 있습니다. 만약 테라 가격이 1달러 아래로 살짝 내려가 0.9달러가 된다면 어떨까요. 테라를 사서 개당 ‘1달러 어치’ 루나로 바꿀 수 있다면 무조건 이 코인을 사는 게 좋겠지요. 루나로 바꾸어 1테라당 0.1달러(1달러-0.9달러)를 벌 수 있으니까요.(이게 차익 거래입니다.) 이런 상황이 되면 투자자들이 앞다퉈 테라를 사자고 달려들기 때문에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다시 올라갑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이렇게 테라 가격이 올라 1달러를 뚫고 1.1달러가 된다면 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겠죠. 루나 1달러 어치를 받을 수 있는 코인이 1.1달러나 되니 당장 시장에서 팔아버리면 이득을 봅니다. 매도가 몰려 가격이 내려갈 겁니다.
참고로 이런 차익 거래를 통한 가격 유지 방식은 테라뿐 아니라, 실제 달러를 쌓아두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테더 같은 스테이블코인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차익 거래를 유인하는 자산이 진짜 달러냐, ‘위성 코인’이냐가 다를 뿐입니다.
◇4Q. 듣고 보니 얘기가 되는 것 같은데, 테라·루나 가격은 도대체 왜 폭락했나요
여러 이유가 겹쳤습니다. 지난해 코인 광풍이 불면서 테라·루나의 규모가 매우 커져버렸습니다. 그러자 테라 운영사인 테라폼랩스는 이 코인을 활용한 일종의 금융 서비스(‘앵커프로토콜’)를 새로 출시합니다. 테라를 대여하고 연 20%에 상당하는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코인형 금융 상품이지요.
최근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비슷한 상품이 나오고 있었는데, 아무리 코인 세상이지만 연 20%는 파격적인 금리였습니다. (보통은 10% 정도를 준다고 하네요. 이런 고금리가 코인 세상에선 어떻게 가능한지는 또 다른 문제이므로 여기선 다루지 않겠습니다.) 돈이 엄청 몰릴 수밖에요. 1년 전 50억달러 정도였던 적립금 규모가 이달 초엔 160억달러까지 불어날 정도였죠. 이즈음부터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속 가능하지 않다’, ‘위험하다’란 얘기가 돌았습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불안이 팽배한 가운데 5월 초쯤 한 ‘큰손’이 8500만달러 매도 주문을 넣었고, 그 직후 가격이 0.98달러로 내려가는 일이 발생합니다.(당시 하필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하느라 거래가 원활하지 않았답니다.) 평소 같으면 위에 설명한 차익 거래가 작동하면서 가격이 1달러에 수렴해야 했지만 이번엔 달랐습니다. 불안이 팽배한 상황인지라, 투자자들이 테라를 사기는커녕 탈출하듯 ‘던지기’ 시작했고 가격 폭락이 유발됐습니다. 이른바 ‘코인런’이 발생한 겁니다.
그렇다면 루나를 왕창 발행해서 ‘1달러 어치’를 맞추면 되지 않았을까요. 이론적으로는 그렇지만 너무 많은 매도가 나오자 루나 발행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발행을 늘리려다 보니 공급이 늘어난 루나 가격은 더 내려가게 되었고요. 테라와 루나가 가격 하락의 소용돌이로 동반 추락하는 악순환에 휘말려 버린 겁니다. 테라폼랩스는 그동안 사모아 둔 비트코인을 활용해 이 가격을 막아보려는 시도도 했다는데, 결국 먹히지 않았습니다. 한때 118달러까지 올랐던 루나 가격은 현재 0.00018달러, 1달러여야 하는 테라 가격은 0.1달러로 폭락해 있습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5Q. 테라 같은 사건, 또 발생할 수 있을까요
테라처럼 알고리즘 방식으로 운영되는 스테이블코인은 전부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폭락할 수 있습니다. 사실 테라 이전에도 만들어졌다 소멸된 비슷한 스테이블코인이 적지 않았고요.
주요국 규제 당국은 테라·루나 폭락 사태를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 위한 계기로 삼는 분위기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은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내리는 다른 가상화폐에 비해 비교적 가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워 왔지만, 이번 사태로 스테이블코인의 허상(虛像)이 드러났다는 겁니다.
미국 금융안정감독위원회는 이런 이유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를 은행으로만 한정하는 강력한 규제 도입을 추진 중입니다. 유럽중앙은행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코인에 상응하는 지급준비금(투자자가 요청하면 바로 지급할 수 있는 적립금)을 갖추도록 한 법을 2020년 제정했고, 일본 금융청은 지난해 말 엔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주체를 은행과 송금 대행업체로 제한하겠다고 했습니다.
한국은 내년을 목표로 정부가 주도하는 이른바 ‘디지털 자산기본법’을 마련하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금융당국은 이 법에도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더 엄격한) 규제를 별도로 명시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합니다. 제대로 된 규제가 마련되기 전까지, 초보 투자자라면 ‘스테이블코인이 안전하다’는 말만 믿고 투자해선 위험할 듯합니다.
김신영 기자
조선일보 경제부 김신영 기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