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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갈등 떠보더니…중‧러, 이번엔 IPEF-쿼드 연타에 카디즈 무단진입

 

 

 

중앙일보

입력 2022.05.24 19:05

 

박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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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중국과 러시아의 군용기가 동해상의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에 수차례 무단으로 진입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인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0일부터 한국과 일본을 돌며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자 사실상 중ㆍ러가 연합해 '대(對) 바이든 무력시위'를 벌였다는 분석이다.

 

 

 

2020년 12월 중ㆍ러 군용기의 KADIZ 무단 진입 관련 자료 사진. 러시아 국방부 영문 홈페이지, 일본 방위성 통합막료감부 제공자료 캡처. 연합뉴스.

2020년 12월 중ㆍ러 군용기의 KADIZ 무단 진입 관련 자료 사진. 러시아 국방부 영문 홈페이지, 일본 방위성 통합막료감부 제공자료 캡처. 연합뉴스.

 

 

 

 

KADIZ 건드려 바이든에 항의

 

중ㆍ러의 KADIZ 침범은 타이밍 자체가 메시지다. 우선 한ㆍ일 순방 중인 조 바이든 미 대통령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일부터 한ㆍ미 정상회담(21일) → 한ㆍ일 정상회담(23일) → 인도ㆍ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출범식(23일) → 쿼드(QUAD) 정상회의(24일) 등 일정을 숨 가쁘게 소화했다.

 

특히 일본에서 이뤄진 IPEF 출범이나 쿼드 정상회의 모두 대중 견제의 성격이 강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한국에서 열린 윤 대통령과의 기자회견에서 "민주주의와 독재국가 간 경쟁이 심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는데, 사실상 중국과 러시아를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이번 한·일 순방을 통해 자유주의 동맹·우방 국가들을 중심으로 국제규범을 다시 쓸 수 있는 기틀을 만들기 위해 주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중국과 러시아 역시 바이든 대통령 코앞의 KADIZ에 무단진입하는 방식으로 그냥 당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보여주는 '선제적 기선 제압' 성격으로 볼 여지가 크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23일 미ㆍ일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대만을 방어하기 위해 군사적으로 개입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Yes)"며 "그건 우리의 약속"이라고 했다. 이어 "'하나의 중국'에 동의하지만, 대만이 무력으로 점령될 수 있다는 생각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대만 문제를 '핵심 이익'으로 규정해온 중국은 당장 반발했다. 이에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같은 날 "강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를 표명한다"고 밝혔고,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도 "대만으로 불장난하면 덴다"고 경고했다. 상대국 정상급을 향한 것 치고는 거친 표현이었는데, 그만큼 민감한 사안으로 받아들인다는 방증이었다.

 

이날 KADIZ 도발은 중국이 말로 하는 반발에 이어 러시아까지 동원해 실제 행동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왼쪽부터)가 23일 일본 도쿄 이즈미 가든 갤러리에서 열린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 행사에서 참여국 정상의 발언을 듣는 모습. AFP.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왼쪽부터)가 23일 일본 도쿄 이즈미 가든 갤러리에서 열린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

(IPEF) 출범 행사에서 참여국 정상의 발언을 듣는 모습. AFP.

 

 

 

 

 

한ㆍ일 틈새 실컷 떠보더니…

 

과거에도 중국과 러시아는 한·미·일의 움직임에 기민하게 대응하며 KADIZ 무단 진입 카드를 활용해왔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주로 한ㆍ일이 마찰을 빚을 때 이뤄졌는데, 사실상 한ㆍ미ㆍ일 공조에 균열이 생겼는지 떠보는 목적이 컸다. 주로 한ㆍ일 사이 위치한 동해에 사전 통보 없이 군용기를 보내 상공을 휘젓고 다니며 안보 협력을 시험하는 식이었다.

 

지난해 11월에도 독도 문제를 둘러싼 한ㆍ일 갈등으로 한ㆍ미ㆍ일 외교 차관 공동 기자회견이 무산되자 이틀 뒤 곧바로 중ㆍ러 군용기가 KADIZ에 무단 진입했다. 이보다 앞서 2020년 12월 일본 전범 기업의 한국 내 자산을 현금화하는 문제로 한ㆍ일 대립이 격화할 때, 2019년 7월 일본의 수출 규제로 양국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을 때도 어김없이 KADIZ 도발이 이뤄졌다.

 

모두 한ㆍ미ㆍ일 안보 협력의 약한 고리로 꼽혔던 한ㆍ일 관계의 틈새를 파고드는 시도였다. 반면 이번 KADIZ 도발은 윤석열 정부 들어 한ㆍ일 양국이 관계 개선 의지를 표명하고, 한ㆍ미 및 미ㆍ일 동맹에 더해 한ㆍ미ㆍ일 3국간 안보 협력이 한 차원 진화하려는 시점에서 이뤄졌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중ㆍ러가 합심해 한ㆍ미ㆍ일 공조를 의도적으로 건드려보려는 속셈"이라며 "이번 바이든 순방에서 강조된 한ㆍ미 및 미ㆍ일 간 확장억제 공약도 일단은 북핵 위협 대응 등에 국한됐지만, 향후 한ㆍ미ㆍ일 3국의 안보 협력이 진화하면 중ㆍ러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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