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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애 질책 땐 "무섭다"말도…참모들이 본 한덕수 진짜 모습

 

 

중앙일보

입력 2022.09.03 07:00

 

업데이트 2022.09.03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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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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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달 8일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에서 주례회동을 갖기 전 악수를 하고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달 8일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에서 주례회동을 갖기 전 악수를 하고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조곤조곤 존댓말로 몰아붙이는데 겪어봐야 무서운 줄 안다.”

 

한덕수 국무총리의 질책을 받아 본 정부 고위 관계자의 전언이다. 한 총리가 지난달 28일을 기점으로 취임 100일을 넘겼다. 야당은 ‘식물총리’, ‘의전총리’라 비판하지만 한 총리를 겪어본 국무위원과 참모들 사이에선 “예상과는 다르다”는 말도 나온다. 부드러운 이미지와 달리 정책 관련해선 장악력이 강하고, 장관들을 매섭게 질책할 때도 있다는 것이다. 한 총리는 후보자 시절인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당시 국무위원 서면 추천서에 직접 서명을 했다. 책임총리제 구현의 일환이란 설명이 따라붙었다. 그는 지금 ‘책임총리’와 ‘식물총리’ 사이 어디에 가까울까.

 

 

 

 

윤핵관 반발에 첫 인사부터 막혔던 韓총리  

 

한 총리의 시작은 썩 좋지 않았다. 지난 5월 총리실의 이인자인 국무조정실장(장관급) 인선 때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인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을 추천했지만, 윤핵관(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반대로 무산됐다. 결과적으로 방문규 전 한국수출입은행장으로 우회했는데, 이를 두고 여권에선 “총리보다 윤핵관이 세다”는 말이 나왔고 야당은 “인사권도 없는 식물총리가 분명해졌다”고 비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오른쪽)가 지난달 28일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 협의회에 앞서 권성동 원내대표와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오른쪽)가 지난달 28일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 협의회에 앞서 권성동 원내대표와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한 총리의 존재감은 곧 발현되기 시작했다. 먼저는 광복절 특별사면 국면으로, 7월 말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사면을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했다. 한 총리의 건의대로 두 사람은 광복절 사면으로 복권됐다. 윤석열 정부의 실세 장관이라 불리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말을 아끼던 사안이라 더 주목받았다.

 

 

 

 

 

한 총리는 ‘만5세 조기입학’ 논란이 불거진 지난달 1일에는 ‘맘카페’ 여론을 보고받고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도대체 정책 발표를 어떻게 한 것이냐”며 질책했다. 당시 상황을 전한 보도자료에는 “여러 의견을 경청하라고 지시했다”고 돼 있었지만, 실제 대화 내용은 달랐다고 한다. 대통령실 사회수석의 브리핑은 한 총리의 질책 다음 날에 나왔다. 대통령실보다 총리실의 대응 지시가 한발 앞섰던 것이다. 당시 한 총리의 전화를 곁에서 들은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내가 박 전 부총리였으면 좀 무섭지 않았을까 싶다”고 전했다. 그만큼 분위기가 좋지 않았지만, 정책에 대한 한 총리의 ‘그립’이 드러난 장면이기도 했다.

 

지난달 18일에 발표된 위성영상 규제 개혁의 경우도 한 총리가 국정원장과 국방부 장관을 총리실로 직접 불러 “당장 해결하라”며 독려한 사안이다.

 

한 총리는 하루에 많게는 10개 넘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수원 세 모녀 빈소 조문의 경우 참모진이 “일정이 도저히 나오지 않는다”고 했지만, 한 총리가 “무조건 가야 한다”여 밀어붙였다고 한다. 총리는 관례상 KTX 특실을 탈 때 두 자리를 예매한 뒤 옆자리를 비워두지만, 지금 한 총리 옆엔 항상 참모가 앉는다. 세금을 아끼라는 지시 때문이다.

 

 

 

지난 7월 당시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한덕수 국무총리(오른쪽)와 박순애 당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 7월 당시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한덕수 국무총리(오른쪽)와 박순애 당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모습. 연합뉴스

 

 

 

 

'윤핵관''검핵관''용핵관'에 韓은 없다 

 

하지만 야당은 한 총리를 향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윤핵관’외에 ‘검핵관(검찰 핵심관계자)’이나 ‘용핵관(용산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 같은 신조어가 쏟아지는데, 모두 한 총리 외 인물들의 권력 구도를 묘사한 단어들이다. 윤석열 정부의 잇따른 장관 후보자 낙마 과정에서 “한 총리는 무엇을 했느냐”는 말도 나온다.

 

한 총리가 언론 인터뷰나 국회 질의 과정에서 “공무원 임금을 낮춰야 한다”라거나 “대통령실 사저는 벙커 수준”이라 말하고, 1기 신도시 공약 파기 논란에 “어느 정도 국민께서 이해를 잘 해주실 수 있는 사항”이라 답한 것을 두고 정무감각이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책 관리 측면에서 한 총리가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노무현 정부 총리 출신으로 야당과의 협치 통로가 될 것이란 기대는 충족하지 못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에게 비판이 쏟아지기 전에 총리가 먼저 막아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지금보다 더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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