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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인 칩셋 부족 현상, 최근 이슈들과 남은 과제
입력 : 2022-09-22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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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와 지정학적 마찰이, 이미 코로나라는 큰 타격을 입은 칩셋 산업을 계속해서 압박하고 있다. 칩셋 공급망에 대한 고민은 이어지고 있으며,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지금부터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보안뉴스 문정후 기자] 전 세계적인 칩셋 부족 현상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그리고 많은 기업들이 이 때문에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자동차 기업들과 모바일 장비 제조사들이 대표적이지만, 그 외 여러 기업들이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타격을 입고 있다. 처음에는 코로나 때문에 공급이 어려워졌었고, 조금 나아지려나 했더니 전쟁이 터졌으며, 이제는 기후 변화로 인한 여러 가지 재앙과 같은 상황 때문에 오히려 악화되는 중이다.
[이미지 = utoimage]
전 세계적인 칩셋 부족 현상은 간단히 설명하기 힘든, 다양한 요인과 결과들이 복잡하게 뒤엉킨 문제다. EY의 비즈니스 컨설팅 수석 책임자인 엘리아스 엘리아디스(Elias Eliadis)는 “대부분의 산업 전문가들이 기후 변화를 가장 큰 난제로 꼽고 있다”고 설명한다. “극심한 기후 때문에 생산 환경을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수준으로 통제해야 하고 온도나 습도와 같은 요인들을 공격적으로 모니터링해서 즉각 대응해야만 하니까요. 생산에 차질이 올 수밖에 없습니다.”
칩셋 생산도 당연히 기후의 영향을 받는다. “일단 물의 질이 변경되거나 양이 부족해지면 공장 가동에 영향을 주고 생산량도 줄어듭니다.” 엘리아디스의 설명이다. 반대로 날씨가 너무 급작스럽게 추워지면 전력 공급이 부족해지거나 원자재 운송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심지어 완성품의 출하가 늦어지는 것도 예상해봄직한 일이다. “홍수나 태풍이 거세질수록 공장 가동의 리스크도 커집니다.” 기후 재난이 발생하는 빈도가 점점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했을 때, 칩셋은 앞으로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더 모자라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엘리디아스는 보고 있다.
물 문제
칩을 생산하는 데 있어 물은 절대적인 요소다. 그것도 엄청난 양이 필요하다. 그런데 최근 세계 칩 생산 기지나 다름이 없는 중국과 대만에서는 극심한 기근이 이어지는 중이다. 이 때문에 최소 수년 동안은 세계 곳곳의 칩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비즈니스 컨설팅 회사 얼리언트그룹(Alliantgroup)의 릭 화이트(Rick White)는 “이미 부족해서 난리인 칩셋이 이 두 나라의 사정 때문에 얼마나 더 부족해질 수 있을 것인지, 그럴 때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 모두가 두려운 마음으로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한다.
“물론 현재 중국과 대만의 기근이 기후 변화 때문에 생기는 것인지 아닌지는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보통 기후 변화로 인한 악재나 재앙이라고 하면 이번 세기 후반기에나 가서 생겨날 각종 사건들을 말하는 것이죠. 즉 훨씬 더 장기적인 악영향을 말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기후 변화가 직접적으로 올해나 내년의 칩 생산에 어떤 악영향을 줄 것인지 구체적으로 말하기에는 조금 이른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공급망 분석 전문 업체인 에버스트림애널리틱스(Everstream Analytics)의 수석 분석가 조시아 폰누두라이(Josiah Ponnudurai)는 기후 변화가 장기적으로 칩셋 업체들에 예상할 수 없는 변화를 가져다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대만의 TSMC는 세계 주요 칩셋 생산자입니다. 2019년 기준 TSMC가 칩셋 생산에 사용한 물의 양은 하루 15만 톤이었습니다. 생산 중인 칩셋들은 초정수로 깨끗하게 씻기는 과정을 거쳐야만 하는데, 1000 갤런의 초정수를 만들려면 수돗물 1400~1600 갤런이 필요합니다. 올 여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났던 혹서와 기근이 계속된다면 이 정도 양의 물을 감당하기 어려워집니다.”
폰누두라이는 “중국, 일본, 한국, 미국, 대만이 사실상 전 세계에 공급되는 칩셋을 생산하는 유일한 국가들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 중 중국과 대만에서 가장 먼저 기후 변화와 관련된 리스크들이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대만은 태풍에 취약한 국가이고, 이런 사태들이 발생할 때마다 국가적으로 물 부족을 겪곤 합니다. 중국의 경우 수력 발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지역들이 있고요. 이런 상태에서 물과 관련된 기후 변화를 겪는다는 건 직격탄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칩셋 공장들에 말이죠.”
새로운 과제들
중국과 대만의 칩셋 산업을 염려하게 만드는 건 기후만이 아니다. 각종 지정학적 요인들도 적잖은 장애물로서 작용한다. 대만과 중국은 현재 최악의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으며, 대만에서는 중국이 언제 침공할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칩셋 생산자인 TSMC가 만약 중국의 침공 때문에 멈춘다면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큰 패닉에 빠질 수 있다.
그래서 TSMC는 대만 국경 바깥에서도 공장을 돌리기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7월 TSMC는 미국 피닉스 지역에 120억 달러 규모의 공사를 통해 칩 공장을 신설했다. 2024년부터 이곳에서 생산된 칩들이 시장에 나올 전망이다. TSMC가 현재 독일을 비롯해 다른 몇몇 국가들에서도 공장 부지를 알아보고 있다는 소문이 있긴 한데,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되거나 확인된 사안은 없다.
미국의 칩셋 회사인 인텔(Intel)이나 유럽의 칩셋 제조사인 인피니언(Infineon)과 같은 기업들의 경우 중국과 연결된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작업을 이미 진행 중에 있다고 기술 연구 및 컨설팅 회사인 ISG의 수석 분석가 아비마뉴 바수(Avimanyu Basu)는 지적하기도 한다. 중국과 대만의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근본적인 대비를 미리 시작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전망
칩셋의 평균 조달 시간은 현재 약 27주 정도로 기록되고 있으며, 이 상황은 당분간 개선될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폰누두라이는 “자동차 생산자들의 경우 칩셋 확보에 꽤나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현재 세계 각지에서 생산되는 칩셋 물량에 한계가 있는데, 이미 선주문이 다 들어간 상태라서 그렇다”고 말한다. “주요 구매자들은 이미 칩셋이 동나기 시작한 상황에서 자신들이 필요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수를 주문했습니다.”
하지만 부정적인 점만 있는 건 아니다. 2020~2021년에 비하면 현재 칩셋 상황은 그래도 나아지는 중이다. “지금은 세계 경제가 코로나 이전의 정상화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중입니다. 칩셋 생산자들도 그 때의 수준에 맞추는 걸 넘어, 새로운 경제 체제에 부합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일하고 있지요. 그래서 상황의 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요. 당장의 회복은 어렵지만, 내년 이맘 때쯤이면 지금의 칩셋 대란이 먼 과거의 일처럼 느껴질 것입니다.” 화이트의 의견이다.
글 : 존 에드워즈(John Edwards), IT 칼럼니스트
[국제부 문정후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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