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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금융강국, 英은 어떻게 위기의 진앙이 됐나 [Weekly 월드]

 

 

 

입력2022-10-02 07:00:24 수정 2022.10.02 07:00:24

이태규 기자

 

 

 

 

 

물가 고공행진하고 국채 금리 오르는데

 

재원 대책 없는 450억파운드 감세 정책 발표

 

BOE, 긴급 시장개입했지만 "앞뒤 안 맞는 미봉책" 회의론

 

전문가 "감세 연기하고 긴급 금리 인상 등 근본 대책 써야"

 

 

 

 

리즈 트러스 영국 신임 총리가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7차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리즈 트러스 영국 신임 총리가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7차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주 국제금융시장을 뒤흔든 것은 단연 영국이었다. 전통의 금융강국인 영국이지만 새로운 총리의 현 상황을 감안하지 않은 감세안이 시장의 공격을 받으면서 영국은 글로벌 금융 불안의 진앙이 됐다. 전문가들은 정책 철회가 없다면 상황은 더 악화할 것이라며 잇따라 경고를 하고 있다.

 

우선 지난달 23일(현지 시간) 발표된 영국 새 정부의 경제정책이 십자포화를 받고 있다. 정부는 내년 4월부터 소득세 기본세율을 20%에서 19%로 인하하고 소득이 15만 파운드인 고소득자에게 적용되는 최고세율을 45%에서 40%로 낮추기로 했다. 또 인지세 부과 대상이 되는 주택 가격 기준을 현 12만 5000파운드에서 25만 파운드로 2배로 올렸다. 아울러 기존 19%에서 25%로 올리려 했던 법인세 인상 계획은 백지화했다. 450억파운드에 달하는 감세안이며 규모는 50년 만에 가장 큰 것이다.

 

이 외에 새 정부는 기반 시설 프로젝트, 주택건설 확대 등 공급 측면의 개혁안도 내놓았지만 집중 조명을 받은 것은 감세안이었다. 특히 감세 정책이 현 시장 상황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커지며 시장 불안으로 연결됐다. 안 그래도 영국의 물가 상승률이 10%에 육박해 40년 만에 최고 수준을 이어가는 가운데 추가로 돈을 푸는 감세를 하는 것이 맞지 않다는 지적과 함께, 타당한 재원 대책을 제시하지 못해 결국 국가 부채만 불릴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이에 3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달 27일 5%에 육박해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5년물 금리는 이탈리아, 그리스 등 유럽 내에서 경제 규모가 작은 나라보다도 한때 높아지기도 했다.

 

 

 

 

 

 

 

 

 

시장 불안이 확산하자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가 긴급 개입에 나서기도 했다. BOE는 지난달 28일 “오는 14일까지 국채 장기물을 하루 최대 50억 파운드씩 총 650억 파운드(약 101조 원) 사들이겠다"고 밝혔다. BOE는 또 보유 국채를 시장에 팔아 유동성을 흡수하는 양적긴축(QT) 시작 시기를 당초 예정했던 10월 3일에서 같은 달 말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영국 연기금들이 장기 국채금리가 급등해 최소 10억파운드의 마진콜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자 부랴부랴 시장개입에 나선 것이다. 마진콜은 펀드의 투자 원금에 손실이 발생해 증거금이 부족할 경우 이를 보전하도록 요구하는 것을 가리킨다.

 

BOE의 조치가 물가를 잡으려 금리를 올리고 있는 정책 기조와 반대된다는 지적과 함께, 되레 물가를 끌어올린다는 비관론이 확산하며 약발은 하루도 가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영국이 앞뒤가 안 맞는 미봉책을 쓸 것이 아니라 대대적인 감세안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 BOE의 긴급 시장 개입에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BOE는 옳은 일을 했다”면서도 “그것이 인플레이션을 낮추려는 것과 재정을 확대하려는 것 사이의 모순을 해결한 것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도 FT 기고에서 “정부는 감세를 연기하고 BOE는 11월 정례 회의 전에 긴급회의에서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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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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