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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젊은이들, 이젠 '탕핑'도 아닌 '바이란'…자포자기"

 

 

윤고은 - 3시간 전

 

 

 

 

 

SCMP "더 높은 곳을 향한 노력이나 성취를 본질적으로 포기 결심"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21일 중국 상하이의 코로나19 검사 대기줄. 2022.10.4.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21일 중국 상하이의 코로나19 검사 대기줄. 2022.10.4.

© 제공: 연합뉴스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나는 자포자기(바이란) 중이다. 나를 내버려 둬라."

 

상하이의 중소 정보기술(IT) 회사에 다니는 옌제(28) 씨가 방문 앞에 걸어둔 글이다.

 

그는 최근 중국에서 유행하는 '바이란'(擺爛)이라는 표현을 쓰며 자조했다.

 

'바이란'은 악화하는 상황 속에서 포기하는 태도를 뜻한다. 원래는 중국 농구 경기에서 심각하게 지고 있는 팀이나 선수들이 불가피한 패배 앞에서 노력을 포기해버리는 것을 표현한 용어다.

 

옌 씨는 "직장에서 임무가 주어지면 피하려고 노력할 것이고 강제로 하게 되더라도 제대로 못 해낼 것"이라며 "부모님이 언제 결혼할 것이냐고 물어보시면 나는 우연에 맡기겠다고 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이제 '탕핑'(躺平)은 옛말이 됐고 그보다 더 나쁜 상황을 뜻하는 '바이란'이 새롭게 유행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4일 전했다.

 

SCMP는 "달성할 수 없는 사회적 기대와의 싸움에서 무력함을 느끼는 많은 낙담한 젊은이들 사이에서 올해 '바이란'이 퍼져나갔다"며 "그들은 불가능한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에너지를 쏟느니 더 높은 곳을 향한 노력이나 어떠한 성취도 본질적으로 포기하는 자포자기를 결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지난 2년여 중국에서 크게 유행한 '탕핑'은 똑바로 드러누워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몸과 마음이 지쳐버리면서 아예 더는 노력하지 않는 태도를 뜻한다.

 

치열한 경쟁에 내몰린 청년들이 꿈을 꾸는 대신 최소한의 생활만 영위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면서 '탕핑'은 중국의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소셜미디어 플랫폼 더우반 내 개설된 '소비 감축' 방은 회원이 36만여명이며, '비구매' 방은 회원이 34만여명이다. 모두 어떻게 하면 소비를 줄일 수 있을지 토론하는 방이다. '탕핑'의 한 사례다.

 

그러나 경기 둔화 속 7월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고인 19.9%에 달하고 집값과 생활비는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이제는 '탕핑'도 아닌 '바이란'이 대두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판 인스타그램'이라 불리는 샤오훙수에서 '바이란'을 검색하면 약 230만개의 게시물이 조회된다.

 

'중국판 유튜브'라 불리는 비리비리에서도 '바이란' 관련 영상이 최고 인기다.

 

푸단대 위하이 교수는 SCMP에 "탕핑은 중립적 표현이고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것 외에는 하지 않겠다고 선택한 것으로 무해하다"며 "그러나 완전히 포기하면서 악화하는 상황조차 받아들이겠다는 바이란은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수 있는 부정적 의미를 내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정신적으로 '탕핑'을 받아들인 중국 젊은이들이 이제는 그러한 마음가짐을 상황이 악화하도록 내버려 두는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며 "이는 젊은이들이 심해져 가는 경쟁과 사회적 압박 속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기제이다"고 설명했다.

 

같은 대학 스레이 교수는 젊은이들 사이의 비관주의적 태도는 이미 둔화하는 중국 경제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진짜로 자포자기하는 이들의 규모는 실제로는 작을 수 있지만 '바이란'이 소셜미디어에서 과장되고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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