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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할머니는 왜 수급신청을 포기했나…여전한 부양의무제의 그늘

 

 

 

입력 2022.10.06 (11:01)취재K

조지현 기자

 

 

 

 

 

76살 김 모 할머니는 아들이 고등학생일 때부터 남편과 사실상 이혼 상태로 혼자 살아왔습니다. 옷 수선일을 하며 겨우 생계를 유지했지만, 건강이 악화되면서 일을 하기 어려워졌고 생활고에 시달렸습니다. 2019년, 할머니는 2평짜리 단칸방에 전기마저 끊기자 기초생활보장 수급을 신청했지만 탈락했습니다.

 

부양의무자인 아들의 소득과 재산 때문이었습니다. 아들과는 20년 넘게 연락조차 하지 않은 사이였습니다.

 

 

 

 

■ 20년 연락 안 한 아들에게 수급비 징수?…"수급권 포기하라는 말"

 

 

 

수급신청에서 탈락한 뒤 김 할머니는 아들이 자신을 부양하기 어려운 관계라는 것을 증명하는 '가족관계 해체사유서'를 직접 작성해 구청에 제출했습니다.

 

그런데 구청에서는 '생활보장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아들의 부양 기피 사유가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 아들에게 김 할머니가 지원받은 수급비를 징수할 수 있다는 내용이 적힌 서류에 서명하라고 했습니다.

 

김 할머니는 '생활보장 위원회'에 편지를 썼습니다.

 

"어떻게 20년 넘게 남으로 지내온 아들에게 빼앗은 돈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저에게는 수급권을 포기하라는 말과 같습니다."

 

그리고 결국 수급 신청을 포기했습니다.

 

 

 

 

■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그런데 김 할머니는 왜 아직도?

 

지난해 9월 보건복지부는 기초생활 수급제도 가운데 생계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을 60년 만에 폐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노인이나 장애인, 한부모가구 등 저소득 취약계층에 대해 부양의무자 기준을 없앤다는 겁니다.

 

하지만 김 할머니는 여전히 생계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2015년 부양의무자 기준이 완전히 폐지된 주거급여와 달리, 생계급여는 '단서'를 달았기 때문입니다. 연 소득 1억 원 이상, 재산 9억 원 이상인 부양의무자의 경우는 제외한다는 단서입니다.

 

그래서 김 할머니는 주거 급여를 받으면서도 생활비는 여전히 월 30만 원의 기초연금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김 할머니를 도와온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김 할머니처럼 수급에서 탈락된 경험이 있는 분들은 다시 신청하기도 어려워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지자체가 부양의무자에게 수급비를 징수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보니 김 할머니처럼 자식에게 징수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은 경우에는 아예 다시 수급 신청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는 겁니다.

 

끝없이 자신의 가난을 입증하고 가족 해체까지 증명해야 하는 상황.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기초생활보장'의 문턱은 여전히 높습니다.

 

 

 

 

■ 부양의무제로 인한 기초생활 수급 사각지대는 얼마나?

 

정부는 기초생활 수급 제도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완화해 왔습니다. 2015년 주거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전히 폐지했고, 지난해에는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조건부로 폐지했습니다. 현재는 의료급여만 부양의무자 기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럼 김 할머니처럼 실제 생활고를 겪으면서도 부양의무제도로 인해 기초생활 수급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아무도 모릅니다.

 

2020년 12월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서 발달장애인 아들과 함께 살던 60대 어머니가 숨진 지 5달 만에 발견됐습니다. 모자는 월 25만 원가량의 주거급여만 받고 있었는데, 오래 전 연락이 끊긴 남편이 부양의무자로 돼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방배동 모자의 비극이 알려진 뒤 정부는 기초생활 수급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전수조사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김 할머니처럼 또 방배동 모자처럼 부양의무제도로 인한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있는 자료를 정부는 관리하고 있지 않습니다.

 

 

 

 

■ 주거급여 받지만 생계·의료급여 못 받는 43,000여 명에 '사각지대' 포함

 

국회 보건복지위원인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이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김 할머니처럼 주거급여는 받고, 생계·의료급여는 받지 못하는 사람은 지난해부터 올해 8월까지 43,000여 명입니다.

 

부양의무제 기준으로 보면 이 가운데 이른바 '사각지대'가 상당수 포함돼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43,000여 명 전부가 사각지대는 아닙니다. 주거급여는 재산소득 환산액이 기준 중위소득 46% 이하, 의료급여는 기준 중위소득 40% 이하, 생계급여는 기준 중위소득 30% 이하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관련 자료를 관리하지 않고 있기에 생계·의료급여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최대한 근사치에 가깝게 추정해 봤습니다. 주거급여는 해당하지만 생계·의료 급여를 받지 못하는 43,000여 명의 재산과 소득수준을 확인하는 방식입니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24,400여 명은 월 소득이 60만 원을 넘지 못했습니다. 올해 1인 가구 기준으로 생계급여 지급 기준이 되는 중위소득 30%는 58만 3,444원. 어림잡아 2만 명 안팎 정도는 이 기준에 해당하면서도 생계급여를 받지 못했단 얘기가 됩니다. 재산으로 봤을 때도 3,000만 원 이하가 24,900여 명으로 파악됐습니다.

 

 

 

강은미 의원은 “기준 중위소득의 3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재산이 대도시에서 쪽방 전세도 어려운 3,00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데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탈락하는 것이 현주소"라고 지적하면서 "빈곤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부양의무제 기준 폐지 등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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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현

조지현 기자 cho2008@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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