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S 지식정보센터

리뷰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주교는 임종 직전의 전 혁명의회 의원을 방문한다.

혁명의회는 1791-1792 년 동안 공화국읠 선포하고 루이 16세를 처형했다고 한다.

전 의원은 이제는 숲 속에서 조용히 사는 사람으로, 마을 사람들은 그를 무신론자이며 괴물쯤으로 여겼다.

아무도 그 집을 방문하지 않았다고 한다.

의원 재직 시 그는 왕의 사형에는 찬성하지 않았기 때문에 추방자 명단에 들어가지 않고 프랑스에 머물수 있었다고 작가는 밝힌다.

 

주교는 마땅히 자신의 소명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를 방문하기는 하지만, 그를 몹시 탐탁치 않게 생각한다.

그에 대한 막연한 반감이 일었다. 작가는 증오에 가까운 감정이었다고 표현한다.

 

순진한 왕당파인 주교와 급진적 개혁가인 前혁명의원, 둘은 논쟁을 한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주교였다.

"나는 당신을 칭찬하고 싶소. 당신은 적어도 국왕의 사형에는 찬성하지 않았소."

 

혁명가는 말한다.

"나는 폭군의 종말에 찬성했소."

 

주교는 무슨 뜻인지 묻고, 이에 혁명가는 말한다.

"내 말은 인간은 하나의 폭군을, 즉 무지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오. 나는 그 폭군의 종말에 찬성한 거요. 그 폭군이 왕권을 낳았소. 학문은 진리 속에서 얻은 권위인 데 비하여, 왕권은 허위 속에서 얻은 권력이오. 그러므로 인간은 오직 학문에 의해서만 지배되어야 하오."

 

"그리고 양심에 의해서." 주교가 덧붙였다.

 

"그것도 마찬가지요. 양심이란 우리가 우리 안에 가지고 있는 타고난 학문의 양(量)이오."

 

비앵브뉘 주교는 처음 듣는 그 말에 조금 놀라며 귀를 기울인다.

혁명가는 말을 잇는다.

"루이 16세로 말하자면, 난 반대했소. 나는 한 인간을 죽일 권리가 내게 있다고는 생각지 않소. 그러나 악을 절멸시킬 의무는 있다고 생각하오. 나는 폭군의 종말에 찬성했소. 다시 말해서, 여성에게는 매음의 종말, 남성에게는 노예 상태의 종말, 아동에게는 암흑의 종말이오. 나는 공화제에 찬성함으로써 이와 같은 것에 찬성한 거요. 우애와 화합, 여명에 찬성한 거요! 나는 편견과 오류의 붕괴를 도왔소. 오류와 편견의 붕괴는 빛을 만들어 내지요 우리는 낡은 세계를 무너뜨렸소. 그리하여 비참의 도가니였던 낡은 세계는 인류 위에 나둥그러짐으로써 기쁨의 항아리가 된 거요."

 

주교는 무너뜨리는 것이 유익할 수도 있지만, 분노 섞인 타도는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혁명가는 권리에는 분노가 있고, 권리의 분노는 진보의 한 요소라고 응수한다. 그리고 대혁명은 지상에 문명의 물결을 흘려 보낸 훌륭한 인류의 축성식이었다고 말한다.

 

주교는 반격한다. "그래요? 1793년은!"

 

*참고로 1793은 루이 16세가 처형된 해이자 국민공회가 1793년 헌법을 발표한 해이다. 국민이 주권을 가졌음을 선포.

주교의 말은 루이 16세가 단두대에 처형된 공포정치를 일컫는 의미인 듯 하다.

 

혁명가는 기다렸다는 듯 말한다.

"아! 참 좋은 말씀하셨소! 1793년! 나는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소. 천오백 년 동안 구름이 싸여 있었소. 열다섯세기가 지나서야 그것이 터진 거요. 당신은 뇌성벽력을 비난하시는구려."

 

작가의 기지와 지성이 빛나는 참으로 놀라운 대목이다.

 

하지만 주교도 지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면 루이 17세는?"

 

*루이 17세는 루이 16세의 아들로 탕플 감옥에 갇혀 있다가 1795년 사망했다고 한다. 죄 없는 아이가 죽은 것을 어찌 생각하느냐고 묻는 것이다.

 

혁명가는 대응한다.

"루이 17세! 좋소. 그런데 당신은 무엇 때문에 슬퍼하시오? 그가 무고한 어린아이였기 때문이오? 그렇다면 좋소. 나도 당신과 함께 슬퍼하겠소. 아니면 그가 왕자였기 때문이오? 그렇다면 좀 깊이 생각해 보시오.  카르투슈의 아우는 오직 카르투슈의 아우라는 죄만으로 그레브 광장에서 양쪽 겨드랑이를 매달아 마침내 죽게 했는데, 이 무고한 어린아이의 죽음은 나에게는 오직 루이 15세의 손자라는 죄만으로 탕플 탑에서 고통스럽게 죽은 루이 15세의 무고한 어린 손자 루이 17세의 죽음 못지않게 가슴 아픈 일이오."

 

"그 두 사람의 이름을 비교하는 건 옳지 않소" 주교가 말했다.

 

혁명가는 날카로운 논리로 받아친다.

"카르투슈를 위해서요, 아니면 루이 15세를 위해서요? 둘 중에 어느 쪽을 위해 항의하시는 거요?"

혁명가는 이어 누더기를 걸치고 있어도 백합꽃으올 장식한 것과 마찬가지로 모두가 존귀하다는 말을 한다.

 

이어 논쟁은 격화된다. 둘은 잠시 인신공격도 하지만 곧 후회한다.

그리고 주교는 공포정치를 비난하고, 이에 혁명가는 왕정시대의 신교도 박해는 정도가 더했다고 반박한다.

 

주교는 자신의 마음 속 보루가 연달아 하나씩 하나씩 깨뜨려져 버렸음을 어렴풋이 깨닫는다.

 

혁명가는 이어 자신의 삶을 회고하며 자신은 국가와 진보에 헌신하였다고 고백한다.

그리고는 말한다.

"나는 곧 죽을 것이오. 당신은 내게 무엇을 요구하러 왔소?"

 

"당신의 축복을" 주교가 말했다. 그리고는 늙은 개혁가는 곧 사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