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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년 잠들어 있던 박테리아는 어떻게 깨어날 때를 알까?

 

美 연구진, 죽은 듯한 상태의 박테리아가 주변 환경 인지하는 과정 규명

 

 

 

과학입력 :2022/10/11 13:39    수정: 2022/10/11 18:36

한세희 과학전문기자

 

 

 

일부 박테리아는 주변 환경이 극도로 안 좋아지면 모든 생명 작용을 멈추고 죽은 듯한 상태에 들어간다. 이런 상태로 극심한 열이나 압력을 견디고, 심지어 우주에서 생존하기도 한다.

 

이렇게 수년, 길면 수백년 수천년을 지내다가도 주변 환경이 좋아지면 바로 이를 감지하고 활동을 재개한다. 하지만 일시적 신호에 잘못 반응해 서둘러 깨어나면 진짜 죽을 수도 있기에, 깨어날 때에도 신중해야 한다.

 

죽은 듯한 상태의 박테리아, 이른바 '포자(spore)'는 어떻게 죽음에서 깨지 않고 주변 환경 변화를 알아챌 수 있을까?

 

 

죽은 듯 보이는 박테리아도 현미경 이미지를 통해 보면 전기화학적 신호의 강도에 따라 색이 달리보임을 알 수 있다. (자료=샌디에이고대학)

미국 캘리포니아주립 샌디에이고대학 연구팀은 포자가 외부에서 들어오는 영양분을 감지하며, 양분을 접하는 횟수가 일정 기준을 넘어서면 활동을 재개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마치 전기를 저장하는 축전기처럼 양분을 조금씩 받아들이다가 축전기가 꽉 차면 활동을 재개하는 것이다. 박테리아는 죽어 있는 상태에서도 주변 환경을 파악하기 위한 전기화학적 정보 처리를 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연구 결과는 최근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렸다.

 

연구진은 포자 상태의 고초균(Bacillus subtilis) 박테리아에 짧게 영양분을 공급했다. 하지만 주변 환경이 좋아졌다고 보아 활동을 재개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수준이었다. 박테리아는 이들 미세한 신호들을 감지했다가 신호의 총합이 어떤 기준을 넘자 깨어나 활동을 재개했다. 박테리아 포자는 마치 외부 자극의 횟수를 세는 것처럼 행동했다.

 

포자는 세포 안 칼륨 이온 채널의 변화를 통해 주변 환경의 변화를 감지했다. 생존에 적합한 신호가 미약하게나마 감지되면 저장된 칼륨 원자를 방출했다. 이런 과정이 반복돼 세포핵이 음전하를 띄게 되면 포자를 깨우는 과정이 시작됐다. 이 과정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조작하자 박테리아는 환경이 나아져도 깨어나지 않았다.

 

 

포자는 긍정적 신호가 누적된 후에 활동을 재개함으로써 열악한 환경에서 꺠어나는 위험을 피할 수 있다.

 

신호의 횟수와 강도에 따라 의미 있는 신호를 구별하고 강화하는 이같은 행태는 뇌의 신경세포가 정보를 저장하거나 처리하는 방식과도 비슷하다. 연구를 주도한 귀롤 쉬엘 샌디에이고대 교수는 "박테리아 포자와 뉴런은 작은 신호들을 모았다가 임계점이 넘으면 행동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비슷하다"라며 "포자는 대사 에너지 없이도 이런 신호를 처리할 수 있는 반면, 뉴런은 신체에서 에너지를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세포라는 점에선 차이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탄저균처럼 오랜 시간 후에도 활동을 재개할 수 있는 병원균의 확산을 막는 방법을 찾는데 기여할 수 있을 전망이다. 또 식품의 부패를 막는데도 응용할 수 있다.

 

화성이나 금성 등에서 혹시 외계 생명체를 발견할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할 수도 있다. 쉬엘 교수는 "발견된 외계 생명체가 완전히 죽은 듯 보이더라도, 사실은 다음 단계의 활동을 준비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한세희 과학전문기자hahn@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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