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여성단체, “사랑해요” 박원순 여비서 문자 해명…“정철승, 대단한 반전처럼 호도”
정철승 변호사가 공개한 문자 전체 내용 공개하며 적극 반박
권준영 기자
입력: 2022-10-20 11:32
김재련 변호사(왼쪽)와 정철승 변호사. <연합뉴스>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피해자 지원단체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는 최근 정치권에서 논란이 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여비서 A씨가 주고받은 문자 논란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이들 여성단체는 20일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의 결정을 뒤집을 수 있는 새로운 증거가 아니다"라며 " 현재 변호사 정철승이 유포하고 있는 텔레그램 메시지는 2020년 7월 8일 고소시 피해자가 직접 본인의 핸드폰을 포렌식 하여 제출한 것이다. 이 포렌식 결과는 성희롱 결정을 한 인권위의 판단 과정에서도 이미 검토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성폭력 판단에서 상황과 맥락이 삭제되어서는 안 된다. 가해자의 행위를 멈추기 위해서, 더 심한 성폭력을 막기 위해서 가해자의 비위를 맞추거나, 가해자를 달래는 행위는 절대적 위계가 작동하는 위력 성폭력 피해의 맥락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면서 "피해자가 처한 상황과 맥락을 삭제한 채 성폭력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에 대한 더 이상의 공격은 안 된다. 피해자는 경찰 및 인권위위원회 등 국가 공적 기구에 조사를 신청하고 절차에 최선을 다해 임했다. 피해자는 정당한 절차를 밟아 더 이상의 피해를 막고, 피해 사실을 인정받고자 했다"며 "이미 결정이 이루어진 사안을 부정하고, 결정 취소 소송을 제기하고, 소송 중 획득한 피해자 자료를 피해자 공격을 위해 왜곡, 짜깁기 유포하고 있는 상황이 참담하다"고 씁쓸한 심경을 전했다.
특히 여성단체들은 정철승 변호사 측이 "피해자가 처한 상황과 맥락을 제거한 텔레그램 메시지 유포했다"며 "변호사 정철승은 피해자가 더 큰 성폭력 피해를 막고자 가해자를 달래거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사용한 표현 등을 맥락 없이 유포하여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절대적 위계 관계에서 단호한 거부 의사 표현은 보복이나 불이익 등으로 인해 쉽지 않으며, 위계에 의한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의 이러한 반응은 흔히 있다"고 주장했다.
여성단체들은 여비서 A씨가 고소인 진술서에서 적은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러한 피해를 겪으며 매순간의 행동과 처세를 선택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저의 안전이었고 두 번째는 시장을 위해 봉사했던 저의 공무원으로서의 정체성과 비서로서의 사명감이 무너질 허무함이었습니다. 그래서 저 자신의 수치스러움을 속이고, 엄청난 두려움을 참고, 이 모든 것은 서울시와 저, 시장 모두를 위한 일이라고 세뇌시켰습니다"는 내용이다.
또 "이 모든 것을 고려하여 저는 '시장님 앞길에 누가 되고 싶지 않다', '시장님을 존경하기에 앞으로 큰일을 하셨으면 좋겠고 흠이 없는 지도자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하곤 했고 가끔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언급하며 '시장님 저만 예뻐하시면 다른 사람들이 의심해요', '다들 시장님의 관심과 칭찬에 웃는 사람들이니 잘해주세요'라며 경계심을 만들어보기도 하였으나, 제가 완곡한 거부를 표현할 때마다 '00이는 참 대단해', '어떻게 참을 수가 있어?', '거부하기 쉽지 않은데'라는 말들을 했다"는 내용도 있다.
아울러 문자에서 논란이 된 "사랑해요" 부분과 관련해선 "정치인 박원순의 활동에서 '사랑해요'는 지지자와 캠페인 차원에서 통용되던 표현"이라며 "자원봉사자, 장애인, 아동, 대학생, 지지자와 박원순 전 시장 사이에서 사용되었다. 박 전 시장 외에도 정치인을 향하는 지지, 응원, 고양의 표현으로 지금도 사용된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는 4년 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비서로서 수발하며 정치인 박원순을 지지하고 고양하고 응원하는 '사랑해요' 표현을 업무 시에 계속 사용했다"면서 "한편 피해자가 동료들, 상급자와 주고받은 문자를 보면 상급자도 피해자에게 '사랑해'라고 하고, 피해자도 동료들과 상급자에게 '사랑해요'를 기재한 경우를 볼 수 있으며, 이같은 자료 또한 경찰 및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꿈에서는 마음대로 ㅋㅋㅋ"이라는 문자에 대해서도 "변호사 정철승이 유포한 자료에서 피해자가 '꿈에서 만나요', '꿈에서는 돼요'라고 하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꿈에서는 마음대로 ㅋㅋㅋ'라고 쓰고 있음을 볼 수 있다"며 "'꿈에서 만나요'는 직장의 수장인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연락이 밤늦게 이루어지는 것이 반복되었던 시점에서 피해자가 이를 중단하고 회피하고자 할 때 마치 어린아이 달래듯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김재련 변호사. <김재련 SNS>
여성단체들은 피해자 A씨가 고소인 진술서에서 관련 내용을 작성한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또한 저는 '늦었어요', '내일 중요한 일정이 있으니 컨디션 관리하려면 주무세요'라는 말들로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대화를 종료하려 했고, 시장은 그 와중에도 '내 꿈 꿔'라고 말했다. (세상에 어떤 사람이 꿈에서까지 상사를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요. 저의 근무시간은 심지어 보통의 경우 오전 7시에서 밤 9시였습니다"는 내용이다.
또 "그 뒤 대화에서 성적인 위협이 느껴질 때면 제가 먼저 대화를 끊으며 '꿈에서 만나요'라고 말하기도 했고, 시장이 '꿈에서는 해도 돼?'라고 물으면 본인이 '꿈에서는 해도 돼요'라고 말하기도 하였으며, '어디까지 해도 돼?'라고 물으면 처음에는 '부끄러우니 손만 잡자'고 하다가 나중에는 스스로 자포자기하는 심정이 되기도 하였습니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들은 피해자를 향한 도 넘은 공격, 모욕 행위 등이 확산하는 것에 우려를 표하면서 "사건이 알려진 후, 피해자 공격 및 모욕 행위는 지속되었다. 피해자 근무 부서 및 실명을 색출하려는 시도, 피해자 아닌 제 3자를 피해자라고 칭하여 사진을 유포하는 행위, 피해자 사진에 얼굴만 블러 처리하여 유포하는 행위, 피해자 손글씨 유포, 피해자 근무기간, 직급 등 상세 정보를 유포하는 행위가 끊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그 중 최측근에 의한 피해자 공격행위는 매우 심각했습니다. 이에 피해자 실명을 게재한 박 전 시장 지지자 최모씨는 형사 유죄 판결과 민사 배상 결정을 받았으며, 역시 피해자 실명을 본인 SNS에 올린 김모 교수는 형사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2심 재판 중에 있다"면서 "피해자 인사 상세정보를 게재한 정철승 페이스북 글은 삭제하라는 내용의 가처분 결정을 받았다. 변호사 정철승과 이에 동조하는 자들의 탈법적, 위법적 행위를 멈출 것을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권준영기자 kjykjy@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