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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그코리아

프리랜스 에디터 이숙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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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윈 기념! 역대 여성 호러 걸작 # 1

 

2022.10.21

 

 

 

호러는 단지 무서우려고 보는 장르는 아니다. 그것은 때로 사회적 금기와 부조리를 해부하고 인간의 본능, 죄책감, 억압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역할을 한다. 고정 팬이 많고 마케팅이 용이해서 저예산으로 잭팟을 터뜨릴 가능성이 높은 장르이고, 초현실적인 상상력으로 세계를 재구성하거나 자유롭게 영상 실험을 해볼 수 있어 영화계에 참신한 피를 수혈하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호러 영화 걸작을 뽑으면 꼭 언급되는 작품이 있다. 시리즈로 발전한 작품도 많다. 뱀파이어물, 고전 괴수물, <엑소시스트>, <오멘>, <할로윈>, <헬레이저>,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 <샤이닝>… 다 좋다. 그런데 여성 서사를 적극 도입한 최근의 작품들이 평단의 관성에 밀려 리스트에서 자주 누락되는 건 서운한 일이다. 이런 유의 목록이 주로 서구 매체를 통해 공개되다 보니 아시아 영화들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도 아쉽다. 그러니 우리만의 시선으로 걸작 호러 목록을 업데이트해보자.

 

 

 

 

 

 

1. <캐리> 1976 | 왓챠

 

 

 

광신도 엄마와 사는 음침한 왕따 소녀 캐리 화이트. 프롬 파티에서 친구들의 계략에 빠져 돼지 피를 뒤집어쓴 캐리는 그만 특별한 능력을 분출해버린다. 내가 왠지 이 세상과 맞지 않는 듯한 느낌, 또래 집단에 배척당하는 일, 부모의 억압 등 10대 소녀들이 느끼는 공포를 진지하게 다루었다. 미국 하이틴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프롬 파티 장면을 과감하게 비틀면서 폭주하는 후반부는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다. 스티븐 킹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여러 번 리메이크되었지만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 시시 스페이식 주연의 1976년 작이 가장 처절하고 으스스하다. 시시 스페이식이 피를 뒤집어쓴 채 표정이 굳어버린 장면은 호러 영화 역사상 가장 유명한 이미지 중 하나다.

 

 

 

 

 

 

 

 

2. <서스페리아 1977> 1977 | 왓챠, 웨이브, 티빙

 

 

 

 

<서스페리아> 2018 |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의 1977년 작은 강렬한 이미지와 신경을 긁어대는 사운드로 유명하다. 독일 발레 학교로 유학 간 미국 소녀에게 기이한 일이 연달아 생기고, 학교에서는 자꾸 사람이 죽어나간다. 소녀는 이 학교의 설립자가 마녀사냥으로 화형당했으며, 학교에서 모종의 흑마술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2018년 작은 어린 시절 이 영화를 보고 반했다는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야심 찬 리메이크 작품이다. 원작과 설정을 공유하지만 1970년대 독일 정치 상황을 끌어들여 이야기를 확장했다. 폭력적인 국가나 윗세대가 흔히 남성 캐릭터로 은유되는 데 반해 이 영화에서는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다. 스토리의 개연성보다 표현 방식에 집중한 원작과 원작의 허술함을 보완하면서 한결 복잡해진 리메이크는 각각의 매력이 있다. 원작은 뜨겁고 리메이크는 차갑다는 평도 있다. 다만 관람보다 체험에 가까운 감각의 환기를 불러일으키는 건 공통점이다.

 

 

 

3. <에이리언> 1979 | 디즈니플러스, 웨이브, 티빙

 

 

 

인류의 몸을 훔치려는 외계인은 SF에서 낯선 존재가 아니다. 그런데 이 영화의 외계인들은 남성에게까지 강간, 출산의 고통을 안겨주고, 여전사가 그들을 무찌르며 끝까지 살아남는다. <에이리언>의 외계인이 상징하는 것은 단지 공포스러운 미지의 존재가 아니라 폭력적인 남성성이기도 한 것이다. 이미 SF 장르의 역사에 우뚝 서 있는 작품이지만 여성 호러라는 측면에서 다시 보면 <에이리언>의 이야기는 더 깊고 풍성해진다.

 

 

 

4. <링> 1998 | 왓챠, 웨이브

 

 

 

죽음의 비디오를 추적하던 신문기자가 초능력 때문에 불행하게 살다 간 소녀 ‘사다코’의 사연을 밝힌다. 세상을 향한 마녀의 복수는 잔인하고 끈질기다. 말초적 공포감을 주는 걸로는 서양 호러가 감히 일본에 명함을 내밀 수 없다. <링>은 이제 고전이 되었고 ‘사다코 유니버스’는 숱한 리메이크와 아류, 시대를 반영한 뉴미디어 버전, <사다코 대 카야코> 같은 괴상한 스핀오프까지 무한 확장되었지만 무엇도 원작의 오라를 따라잡지 못했다. 호러에 미스터리를 가미해 긴장감을 증폭시킨 것이 주효했다.

 

 

 

 

5. <디 아더스> 2001 | 넷플릭스

 

 

빛을 보지 못하는 희귀병을 앓는 두 아이와 그들을 지키며 어둠 속에서 사는 여인. 그런데 어느 날부터 집에서 기이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흔한 ‘귀신 들린 집’ 콘텐츠에 ‘나는 누구인가’, ‘누가 누구의 타자(the others)인가’라는 심오한 질문을 더했다.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 특유의 몽환적 감성, 극도로 절제된 미장센, 니콜 키드먼의 창백한 얼굴이 어우러져 고혹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식스 센스>와 더불어 ‘반전 영화’ 붐을 일으킨 작품이다.

 

 

 

 

6. <바바둑> 2014 | 왓챠, 웨이브, 티빙

 

 

주인공 아멜리아는 싱글맘이다. 아이 아빠는 아이가 태어나던 날 교통사고로 죽었다. 어느 날 아들이 창고에서 찾은 그림책 <바바둑>을 읽어달라고 아멜리아를 조른다. 그런데 <바바둑>은 저주받은 책이었고, 책 속 괴물 ‘바바둑’이 가뜩이나 힘든 그들의 일상을 악몽으로 몰아넣는다. <바바둑>은 호주 출신 배우 겸 감독 제니퍼 켄트의 장편 데뷔작이다. 출산과 양육의 고통, 워킹맘의 죄책감, 싱글 여성의 불안 등 여성만의 공포를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이 영화의 반전은 가슴이 무너지지만 납득할 수밖에 없다. 과장된 설정과 비유를 통해 오히려 현실을 실감하게 하는 멋진 호러 영화이자 사이코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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