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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라 당선 후 환호했던 브라질 증시 다시 급락…왜?
권영미 기자 - 9시간 전
'공공 지출 확대'에 올인하는 룰라…재원 등 계획 없어 시장 불안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브라질 대통령 당선인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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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전 브라질 대통령이 12년만에 재집권에 성공한 후 환호했던 브라질 증시가 식고 있다. 룰라 대통령 당선인이 재무 장관 임명이나 장기적인 재정 규칙 등을 내놓지 않은 채 공공지출 확대를 강조해 투자자들이 실망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31일 결선 투표에서 룰라 전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된 후 브라질 헤알화 가치와 증시는 나란히 상승했다. 이전부터 브라질 증시는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세에 따라 호조였는데 룰라의 당선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줄면서 더욱 날개를 달았다.
하지만 브라질 보베스파증시지수는 10일에는 약 4% 급락했다. 룰라 대통령 당선자가 사회적 지출을 늘리겠다고 말하고 정권인수팀에 대거 좌파 경제학자들이 기용된 것이 문제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룰라 대통령 당선인은 이날 의원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정부 지출을 지출이 아닌 투자로 보아야 한다"면서 "사회적 지출을 최우선시하겠다"고 말했다. 재정 원칙을 지키겠다고 하면서도 "왜 사람들은 지출 상한선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사회적 문제는 이야기하지 않는가. 인플레이션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성장 목표는 가지고 있지 않은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투자자들은 현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과 선거 기간 동안 헤프게 쓴 돈들을 우려해왔기에 룰라 당선인이 공공 재정에 대해 확고한 원칙을 내놓기를 기대해왔다. 하지만 이를 잘 보여주지 않자 시장의 반응이 식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룰라 대통령 당선인은 증시 급락에 대해 "시장이 아무 일도 아닌데 긴장하고 있다"면서 "나는 우리나라 시장만큼 민감한 곳을 본 적이 없다. 재미있게도 보우소나루 대통령 4년간은 시장이 민감하지 않았다"며 대수롭지 않은 듯 받아쳤다.
'남미 좌파 대부'로 불리는 룰라 당선인은 별칭에 걸맞게 빈곤층을 위한 지원 확대, 최저임금 인상, 주택 확충, 아마존 열대우림 보존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날 증시는 룰라 당선인이 예산문제를 다룰 4명의 경제학자들을 정권인수팀 일부로 지명하자 분위기가 더욱 악화됐다. 이들은 노동당과 주장을 같이하는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브라질은 최근 경제상황이 호조되기는 했지만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역시 높은 인플레이션, 약한 성장세, 높아진 위험회피 추세 등의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다.
룰라 당선인은 아직 재무장관을 지명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고문들은 개헌 가능성을 포함해 선거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지출 상한선 이상의 더 많은 지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의원들과 논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한 자금을 어디서 마련할지, 장기적으로 어떻게 조정할지에 대해 룰라 정권이 무계획으로 보여 시장이 불안한 것이라고 보고있다.
ky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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