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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의 뒷마당을 노리다

 

6시간 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확고한 외교정책은 중국의 전략적 '뒷마당'인 동남아시아 지역에 특히 큰 영향을 미쳤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2년 5월 백악관에서 아세안 정상들과 역사에 남을 회담을 주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2년 5월 백악관에서 아세안 정상들과 역사에 남을 회담을 주최했다

© Getty Images

 

 

 

중국의 힘이 커지면서 미국의 불안도 커졌다. 다년간의 전략 변화를 거친 미국은 이제 다시 동남아시아 지역과 연계를 강화하려 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주 캄보디아에서 열리는 아세안 연례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미국 정상으로서는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캄보디아를 방문하는 것이다. 작년에는 온라인으로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캄보디아 다음에는 아세안 지역의 또 다른 주요국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G20 회의 참석 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날 예정이다.

 

그러나 현재 미국이 마주한 외교 환경은 과거보다 더 험난해졌다.

 

한때 아시아 태평양 지역 외교의 중심이던 아세안은 글로벌 양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영향력 유지를 위해 고군분투해 왔다. 그 과정에서 10개 회원국이 합의를 도출하고, 서로에 대한 비판을 피하고, 다른 세력권과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는 평화와 중립의 영역으로 변모했다. 사무국이 작고 간소하며, 회원국에 의사결정 내용을 강제하는 절차가 없다는 점에서 이런 방향성이 엿보인다.

 

미국 주도로 무역과 성장을 중시하는 광범위한 세계적 합의가 유지된 동안은 이 체제가 잘 작동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부터 중국이 세계 시장에 진출하고 영향력을 확대하던 시기가, 미국이 중동 지역에 초점을 맞추느라 다른 지역에 관심을 줄인 시기와 맞물렸다.

 

중국은 '힘을 숨기고 때를 기다리라'는 덩샤오핑 전 국가주석의 전략에 따라 역내 매력 공세에 나섰다. 그리고 10여 년에 걸친 시진핑 국가주석의 집권하에서는 더 이상 힘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 10년 동안 중국이 남중국해 암초 섬을 둘러싸고 영유권 주장과 군사 시설 배치를 진행하면서 베트남·필리핀 등 영유권을 주장하는 다른 국가와 직접적 갈등이 발생했다. 아세안은 중국이 분쟁 지역에 대한 "행동준칙"에 합의하도록 노력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베이징은 20년 동안 여러 협상을 교착 상태에 빠뜨렸다. 또한 2016년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가 중국의 주장에 근거가 없다고 내린 판결에 불복했다.

 

 

 

 

2012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바이든 당시 미국 부통령

 

2012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바이든 당시 미국 부통령

© Getty Images

 

 

 

중국은 메콩강 유역의 대규모 댐 건설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로 회피적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아세안 회원국은 문제 해결에 난항을 겪고 있다. 우선, 중국은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워낙 강력하기 때문에 정면으로 부딪치려는 국가가 거의 없다.

 

불과 43년 전 중국과 전쟁을 벌이고 반중 감정이 고조된 베트남의 공산당(유일한 합법 정당)조차 거대한 이웃나라 중국을 함부로 대할 수 없다. 양국은 긴 국경을 접하고 있다. 중국은 배트남의 가장 큰 교역국이며, 세계 최대 규모의 수출을 활성화시키는 공급망의 핵심 연결고리다.

 

둘째, 중국은 라오스·캄보디아 등 상대적으로 작은 국가를 노려 아세안 통합을 효과적으로 와해시켰다. 현재 이런 국가는 중국의 우호적 대우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대등한 발언권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캄보디아가 마지막으로 의장국을 맡았던 2012년 아세안 정상회담에서 이미 이러한 기조가 분명했는데, 남중국해 분쟁에 대해 중국을 비판하는 내용이 최종 성명에 들어가지 못한 것이다.

 

중국에 대한 경계심이 미국에 좋은 소식처럼 들릴 수 있지만, 사실 동남아시아 국가는 미국에도 환멸을 느끼고 있다.

 

신뢰할 수 없는 상대이며, 인권과 민주주의에만 매몰됐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동남아시아 지역에 다들 싫어하고 힘들어하는 경제 조치를 받아들이도록 강요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테러와의 전쟁을 치르던 동안에는 연계가 거의 희미해졌다.

 

그다음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과대 선전한 "아시아 회귀" 전략이 이어졌고, 트럼프 대통령은 더 좁은 시야에서 아시아 무역의 불공정성을 외쳤다.

 

오늘날 미국이 일본·인도·호주와의 '쿼드(Quad)' 협의체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아세안의 존재감을 약화시켰고, 강력한 두 진영 사이에 끼어버린 것처럼 느끼게 만들었다.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에 맞서려는 미국의 의지도 달갑지 않다. 초강대국이 대립하면 아세안 국가가 잃을 것이 많기 때문이다.

 

역대 미국 행정부는 동남아시아 지역에 다양한 제안을 던졌지만 자유무역협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이런 행보는 세계에서 무역 의존성이 가장 높을 아세안 지역과의 관계에 찬물을 끼얹었다.

 

한편, 중국과의 관계는 이미 아세안·중국·일본·한국·호주·뉴질랜드를 연결하는 세계 최대의 무역 블록으로 연결돼 있다.

 

아세안에서 가장 큰 국가이자 중국에 대해 가장 경계하며 외교 정책을 펼치는 인도네시아조차, 조코 위도도 대통령 정권하에 중국의 투자·차관·기술 협력을 간절히 바랐다.

 

미국은 아세안이 여전히 중국에 대한 균형추 역할을 하고 다른 강대국과의 연계를 최대한 이어간다는 점에서 위안을 얻을 수도 있다. 그리고 중국은 미국이 일본·호주에서 하듯 근처에 군사 동맹국을 확보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그러나 모든 아세안 국가는 정도에 차이는 있더라도 이제 아세안 지역에서 중국이 지배적인 위치를 구축했고 이권이 걸린 사안에서 양보하지 않을 것임을 이해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의 '뒷마당'에서 동맹을 재편하기에는 너무 늦은 것인지, 바이든 대통령에게 질문을 던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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