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카타르 ON]'승부는 여기서 갈린다' 한눈에 보는 한국-우루과이 '전술 포인트'
입력2022.11.24. 오전 7:18 기사원문
박찬준 기자
[도하(카타르)=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한국도, 우루과이도 첫 경기에 사활을 걸었다. 여기서 이겨야 일단 조별리그 통과에 가까워질 수 있다. 변수는 가득하다. 이를 통제할 포인트는 결국 전술이다. 아주 작은 곳에서 갈리게 될 승부, 현지에서 직접 지켜본 한국과 우루과이의 전술 포인트를 짚어봤다.
18일 축구국가대표팀 선수들이 카타르 도하 알 에글라 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을 했다. 동료들과 함께 몸을 풀고 있는 손흥민.
도하(카타르)=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2.11.18/
▶손흥민-황희찬 부상 변수, 원톱? 투톱?
1차 변수는 '캡틴' 손흥민(토트넘)이었다. 벤투 감독의 최근 손흥민 활용법은 '원톱'으로 고정됐다. 기동력이 좋은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을 그 아래에 포진시켜, 수비적인 부분을 최대한 줄여줬다. 득점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손흥민은 이 전술 속 최근 5번의 A매치에서 4골을 기록했다.
하지만 안와골절 부상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기적 같은 회복력으로 출전 가능성을 높였지만, 전술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몸싸움이 쉽지 않은만큼, 그를 도와줄 '보디가드'가 필요해졌다. 속도와 기동력에서 힘을 더해줄 수 있는 정우영보다, 앞에서 싸워주고, 버텨줄 수 있는 선수가 더 절실해졌다. '투톱' 카드가 떠오른 배경이다. 황의조(올림피아코스) 조규성(전북)은 손흥민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힘과 높이를 보유한 정통 공격수들이다.
하지만 이내 2차 변수가 생겼다. '황소' 황희찬(울버햄턴)이다. 황희찬은 손흥민이 원톱으로 올라가며, 왼쪽 날개 자리를 꿰찼다. 과거 황의조가 원톱, 손흥민이 왼쪽에 붙박이로 자리하며, 황희찬이 설 자리는 오른쪽 날개 밖에 없었다. 하지만 황희찬은 오른쪽 보다 왼쪽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스타일이다. 벤투 감독은 손흥민 원톱 카드로 득점력을 올림과 동시에, 황희찬의 왼쪽 이동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가장 좋은 환경을 맞이한 황희찬은 대표팀에서 소속팀 보다 좋은 활약을 펼쳤다.
18일 축구국가대표팀 선수들이 카타르 도하 알 에글라 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을 했다. 미니게임을 하고 있는 이재성.
도하(카타르)=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2.11.18/
왼쪽을 든든히 지켜줘야 하는 황희찬이 햄스트링에 불편함을 느끼며, 우루과이전 출전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 나상호(서울) 송민규(전북)가 있지만, 황희찬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진다. 결국 손흥민의 왼쪽 이동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손흥민이 측면으로 가면, 다시 원톱, 혹은 스리톱으로 바뀐다. 하지만 손흥민의 측면 기용은 수비 부담 측면에서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원톱과 투톱 사이 벤투 감독의 선택, 우루과이전 전술의 핵심 포인트다.
전술의 키 맨은 이재성(마인츠)이 될 공산이 크다. 원톱에서 이재성은 기존대로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설 전망이다. 이 경우 최종예선에서 위력을 발휘한 이재성-황인범(올림피아코스)-정우영(알사드) 라인이 재가동된다. 반면, 투톱에서는 자리가 바뀔 수 있다. 왼쪽 날개가 유력하다. 이재성이 왼쪽에 포진한다면, 특유의 기동력으로 측면은 물론 중앙까지 커버하며, 우루과이의 막강 허리진과 싸움에 가담할 수 있는 장점이 생긴다. 벤투 감독이 더블볼란치(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기용에 인색한만큼, 수비적인 밸런스를 맞춰줄 수 있는 이재성의 존재는 큰 힘이 될 수 있다.
우루과이 축구대표팀이 19일 카타르 도하 알 에르살 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하고 있다.
도하(카타르)=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2.11.19/
▶며느리도 모르는 우루과이 전술, 키는 '영건 트리오'
"전술? 우리도 모른다." ESPN 우루과이의 디에고 누노스 기자의 말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우루과이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진행한 훈련부터 카타르 입성 후 지금까지 거의 훈련을 공개하지 않았다. 경기 중에도 변화무쌍하게 전형을 바꾸는 디에고 알론소 감독의 특성까지 고려하면, 당연한 반응이다.
일단 우루과이 기자들은 4-4-2 혹은 4-3-3 전형이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알론소 감독 부임 후 자주 사용했던 포메이션이다. 키는 다윈 누녜스(리버풀)와 페데리코 발베르데(레알 마드리드)가 쥐고 있다. 이 둘의 위치에 따라 전형이 바뀐다. 4-4-2 전형에서 누녜스는 루이스 수아레스(클루브 나시오날)와 투톱을 이룬다. 발베르데는 미드필드에서 오른쪽과 중앙을 오간다. 4-3-3 포메이션에서는 또 다르다. 누녜스와 발베르데는 좌우 윙포워드로 변신한다. 중앙의 수아레스를 지원한다.
어떤 전형이든 우루과이의 핵심은 손흥민과 한솥밥을 먹고 있는 로드리고 벤탄쿠르(토트넘)다. 벤탄쿠르는 4-4-2에서는 수비적인 마티아스 베시노(라치오)와 함께 서고, 4-3-3에서는 마누엘 우가르테(스포르팅)-베시노와 짝을 이룬다. 4-3-3에서는 보다 공격적인 롤을 맡는다. 엘 에스펙타도르의 나후엘 베아우 기자는 "발베르데가 레알 마드리드에서의 활약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지만, 대표팀에서는 벤탄쿠르가 훨씬 더 잘한다. 벤탄쿠르가 어떻게 경기를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흐름이 바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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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과이는 과거 수비의 견고함을 강조하던 오스카르 타바레스 감독 시절과 달리, 보다 유연하면서도 능동적인 축구를 구사하고 있다. 기술과 속도, 센스를 갖춘, 전술의 키를 쥐고 있는 누녜스-발베르데-벤탄쿠르의 활약이 중요하다. 1982년 스페인 대회부터 40년간 9번의 월드컵을 현장에서 취재한 엘 리오네그렌세의 하비에르 데 레온 기자는 "젊은 트리오가 제 역할을 해야, 베테랑 선수들도 힘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루과이의 고민은 역시 수비다. 로날드 아라우호(바르셀로나)의 부상으로 계획이 꼬였다. 아라우호는 중앙 수비 혹은 오른쪽 풀백으로 우루과이 수비의 핵심 역할을 했다. 좌우 풀백은 김민재와 한팀인 마티아스 올리베라, 기예르모 바렐라가 나설 것이 유력한 가운데, 호세 히메네스(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짝은 36세가 된 베테랑 디에고 고딘(벨레스)이 유력하다. 하지만 고딘의 출전 여부에 의견이 갈리고 있다. 데 레온 기자는 "고딘은 올 시즌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경험을 이유로 알론소 감독의 신임을 받고 있다"며 "폼만 놓고 보면, 우루과이의 구멍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베아우 기자는 "현지에서는 세바스티안 코아테스(스포르팅)의 기용을 원하는 목소리가 크다"고 했다.
박찬준(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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