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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카타르 월드컵

카타르에 '현타' 왔다…"우리만 다른 행성" 중국인 폭발한 이유

 

 

입력 2022.11.26 05:00

 

업데이트 2022.11.26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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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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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만 다른 행성에 살고 있나요?”  

 

‘제로 코로나’ 정책에 지친 중국인들이 카타르월드컵에서 ‘노마스크’로 응원하는 외국인들을 보면서 참았던 불만을 터뜨렸다. 중국 정부와 기업은 월드컵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중국인들은 엄격한 방역으로 월드컵을 제대로 즐기지 못해 뿔이 났다.

 

 

 

 

중국인들이 지난 23일 중국 상하이에서 마스크를 쓰고 도심에 전시된 카타르월드컵 공인구 '알 릴라'의 거대 모형 앞을 지나가고 있다. 중국은 공인구는 물론 호루라기와 월드컵에 참가하는 32개국의 국기, 월드컵 기념품 등을 제작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인들이 지난 23일 중국 상하이에서 마스크를 쓰고 도심에 전시된 카타르월드컵 공인구 '알 릴라'의 거대 모형 앞을 지나가고 있다. 중국은 공인구는

물론 호루라기와 월드컵에 참가하는 32개국의 국기, 월드컵 기념품 등을 제작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노마스크 관중에 중국인들 불만 폭발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한 네티즌은 마스크 없이 카타르월드컵 경기를 즐기는 관중을 본 후, 지난 22일 소셜미디어(SNS) 위챗 등을 통해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중국 방역 당국인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을 향해 ‘열 가지 질문(十問)’이란 제목의 글을 올려 제로 코로나 정책에 직격탄을 날렸다.

 

골자는 ‘다른 나라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처럼 월드컵 경기를 즐기는데, 왜 중국만 이렇게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통제하느냐’다. 그는 “카타르월드컵 경기를 관람하는 관중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유전자 증폭(PCR) 검사를 요구하지도 않는다”면서 “우리는 그들과 같은 행성에 사는 게 맞나? 코로나바이러스가 그들을 해치지 않나?”라고 물었다.

 

이 글은 10만 조회 수를 기록하면서 급속하게 퍼졌다. 그러나 위챗은 관련 규정 위반이라며 하루도 안돼 글을 삭제하고, 계정을 아예 차단했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인터넷과 미디어는 철저한 단속을 받고 있다”면서 중국 당국의 검열이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지난 22일 중국 베이징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문을 닫은 식당을 지나가고 있다. 식당에는 카타르월드컵을 홍보하는 포스터가 붙어있다. AP=연합뉴스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지난 22일 중국 베이징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문을 닫은 식당을 지나가고 있다. 식당에는 카타르월드컵을 홍보하는 포스터가 붙어있다. AP=연합뉴스

 

 

 

 

월드컵을 보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중국인들은 이뿐만이 아니다. AFP통신에 따르면 광둥(廣東)성에 있는 한 중국인은 23일 웨이보에 “마스크 없이 월드컵 경기를 현장에서 관람하는 사람이 있는데, 여긴 한 달 동안 집에 갇혀 있거나 두 달 동안 캠퍼스에 갇혀 있는 사람도 있다”고 한탄했다.

 

산시(山西)성의 한 중국인도 웨이보에 “월드컵은 대부분의 중국인에게 해외의 실제 상황을 보고 우리 인생과 중국 경제를 걱정할 수 있게 해줬다”는 글을 올렸다.

 

중국은 이달 들어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누적 30만명을 넘어서며, 다시 위기감이 고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도 베이징(北京)을 비롯해 주요 도심을 봉쇄하는 등 방역을 대폭 강화했다. 비필수 사업체는 문을 닫고, 공원·쇼핑몰·식당 이용 등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엄격한 봉쇄 정책이 3년째 이어지면서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시,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시 등에선 반대 시위도 일어나고 있다. BBC는 “중국 일부 도시에서 사람들 이동이 제한되면서 월드컵을 함께 모여 즐기기 힘들다”면서 “주로 가족과 함께 집에서 경기를 보거나 캠핑장으로 가고 있다”고 전했다.

 

 

 

월드컵 홍보 열 올리는 中 정부·기업

 

 

 

한 아이가 지난달 19일 카타르 수도 도하 알코르 공원의 판다하우스에서 중국이 보낸 판다를 구경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 아이가 지난달 19일 카타르 수도 도하 알코르 공원의 판다하우스에서 중국이 보낸 판다를 구경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정작 중국인들은 못 즐기지만 중국 정부와 기업은 월드컵을 외교와 비즈니스의 장으로 이용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월드컵 개최를 기념해 판다 한 쌍을 카타르에 보냈다. 저우젠(周劍) 카타르 주재 중국 대사는 “14억 중국인이 월드컵을 위해 판다를 선물했다”며 “중국과 카타르 간 우정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아랍 매체 알자지라는 “중국이 서방으로부터 점점 고립되면서 이번 월드컵을 활용한 외교를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국영방송 CCTV는 카타르월드컵을 중계하고 있다. 카타르에 100명이 넘는 인원을 파견하고 중계에 증강현실(AR) 기술을 동원하는 등 공을 들였다. 이에 힘입어 카타르-에콰도르 개막전 시청률이 40.15%를 기록했다고 CCTV가 전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 등 중국 매체들은 중국이 카타르월드컵의 경기 용품을 공급하고 경기장과 선수 숙소 등을 건설한 내용을 보도하는 데 집중했다.

 

BBC는 “중국 언론이 카타르월드컵에서 중국의 존재감을 크게 드러내려고 노력하지만, 오히려 중국인들은 세계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불만을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

 

 

 

 

24일 포르투갈-가나의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이 열린 카타르 도하 974 스타디움에 중국 기업 완다(WANDA)그룹의 광고판이 설치되어 있다. 완다그룹은 국제축구연맹(FIFA) 1등급 후원사인 ‘FIFA 파트너’ 중 하나로, 지난 2016년 FIFA와 8억 5000만 달러(약 1조1300억원) 규모의 15년 후원 계약을 체결했다. 로이터=연합뉴스

24일 포르투갈-가나의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이 열린 카타르 도하 974 스타디움에 중국 기업 완다(WANDA)그룹의 광고판이 설치되어 있다. 완다그룹은 국제축구연맹(FIFA) 1등급 후원사인 ‘FIFA 파트너’ 중 하나로, 지난 2016년 FIFA와 8억 5000만 달러(약 1조1300억원) 규모의 15년 후원 계약을 체결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기업은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큰 스폰서다. 영국 데이터 분석 업체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중국 기업은 13억9500만 달러(약 1조9000억원)를 후원했다. 미국 기업의 11억 달러(약 1조5000억원)를 넘어서는 규모다. 중국 최대 부동산 기업 완다(萬達)그룹,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비보(Vivo), 유가공업체인 멍뉴(蒙牛), 가전기업 하이신(海信) 등이 후원에 참여했다. 이 기업들은 중국에선 유명하지만 세계에선 인지도가 낮아 월드컵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영국 옥스퍼드대 사이드 비즈니스 스쿨의 폴 템포럴은 “중국 기업들은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제공하는 월드컵 등 수준 높은 스포츠 대회에 참가해 ‘메이드 인 차이나’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떨쳐내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탈락…목표는 세계축구 지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지난 2015년 영국 방문 당시 데이비드 캐머런 당시 영국 총리, 당시 맨체스터시티 공격수 세르히오 아궤로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사진 맨시티 구단 공식 트위터 캡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지난 2015년 영국 방문 당시 데이비드 캐머런 당시 영국 총리, 당시 맨체스터시티 공격수 세르히오 아궤로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사진 맨시티 구단 공식 트위터 캡처

 

 

 

 

또 중국이 월드컵 마케팅에 열중하는 건, 축구 강국으로 만들려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꿈도 반영된 결과라고 알자지라가 전했다. 중국은 2025년까지 축구 경기장이 있는 학교의 수를 10배, 각종 축구 클럽을 5만개 이상 늘리는 등 16~17곳을 축구 도시로 건설할 계획이다. 이후 2030년까지 중국 축구를 아시아 1위로 만들고, 2050년까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에 올라 세계축구를 지배한다는 야심 찬 비전을 세웠다.

 

그러나 FIFA 랭킹 79위 중국은 이번에도 월드컵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 중국은 월드컵 본선 무대를 딱 한 번 밟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 출전해 3전 전패,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월드컵 예선에서 같이 경쟁했던 아시아 나라들이 선전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51위)와 일본(24위)이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강호 아르헨티나(3위)와 독일(11위)을 각각 이겼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이번 월드컵에 중국 기업은 있지만, 중국 팬과 중국 선수는 없다”며 “축구를 사랑하는 중국은 세계적인 스포츠로부터 고립되어 있다”고 꼬집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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