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문재인 전 대통령 “서훈 같은 자산 꺾어버리다니···안타까워”
입력 : 2022.12.04 14:27 수정 : 2022.12.04 15:08
탁지영 기자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은 4일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구속된 데 대해 “서훈처럼 오랜 연륜과 경험을 갖춘 신뢰의 자산은 다시 찾기 어렵다. 그런 자산을 꺾어버리다니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라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서훈 실장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의 모든 대북협상에 참여한 최고의 북한 전문가, 전략가, 협상가”라며 이같이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서 전 실장에 대해 “한·미 간에도 최상의 정보협력관계를 구축하여 미국과 긴밀한 공조로 문재인 정부 초기의 북핵 미사일 위기를 넘고 평화 올림픽과 북·미 정상회담까지 이끌어내면서 평화의 대전환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문 전 대통령은 “남북 간에도 한·미 간에도 최고의 협상 전략은 신뢰”라며 “신뢰는 긴 세월 일관된 노력이 필요하다. 신뢰가 한 번 무너지면 더욱 힘이 든다”고 검찰의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수사를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마지막 법무부 장관을 지낸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글에 “신뢰의 위기를 정부가 주도한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는 댓글을 달았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서 전 실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하루 앞둔 지난 1일 검찰 수사를 두고 “안보 체계를 무력화하는 분별없는 처사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부디 도를 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을 내고 문 전 대통령의 글에 대해 “서 전 실장에 대해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서 전 실장을 두둔해 어떻게든 자신에 대한 책임을 피하고 싶어서로 해석된다”면서 “제발 도는 넘지 말아달라”고 밝혔다.
여야는 서 전 실장이 지난 3일 구속되자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월북으로 몰아간 최종 책임자”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정권의 입맛에 맞춰 결론이 정해진 정치보복 수사”라고 비판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문 전 대통령을 향해 “잊혀진 삶을 살겠다더니 도둑이 제 발 저리듯 좌불안석인 모양”이라며 “진실을 밝히는 여정에 도를 넘는 저항이 없길 바란다”고 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제 진실의 선 너머에는 단 한 사람, 문 전 대통령만 남게 됐다”며 “모든 사항을 보고 받고 최종 승인했다고 인정했으니 문 전 대통령 스스로 선을 넘어와 국민 앞에 진실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서 전 실장 구속이 정치보복 수사라고 반박했다. 임오경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서 전 실장이 증거인멸 우려로 구속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모든 자료가 윤석열 정부의 손에 있는데 증거인멸이라니 황당하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은 SNS에 “대한민국 최고의 대북 전문가에게 아무런 근거도 없이, 오로지 정치보복 차원에서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상황에서 누가 조국을 위해,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자 하겠나”라며 “국정원 내에 있는 훌륭한 자원조차도 몸을 사리며 조심할 것이다. 눈치만 볼 것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