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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 쏘아올린 중대선거구제... 與, 과반 의석 가능할까
[월간조선/정치 포커스]
김형준 명지대 특임교수월간조선
입력 2023.01.22 13:39
새해 윤석열 정부가 집권 2년 차를 맞이한다. 지난해 말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법과 원칙에 입각한 강력한 대응과 노동·교육·연금 개혁 등 미래 담론을 제시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윤석열다움’이 회복되면서 윤 대통령이 비로소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올해 윤 대통령의 통치 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다. 극단적인 대결 정치가 판을 치고, ‘1% 저성장 시대’ 속에서 경제는 침체되고, 나라는 여전히 두 동강 나 있으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고도화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2022년 12월 30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조선일보》와 신년 인터뷰를 가졌다. 윤 대통령은 중대선거구제 개혁을 제시했다. /사진=조선DB
2022년 12월 30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조선일보》와 신년 인터뷰를 가졌다. 윤 대통령은 중대선거구제 개혁을 제시했다. /사진=조선DB
이런 상황에서 신년 벽두에 윤석열 대통령이 중대선거구제 개혁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조선일보》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현행 소선거구제에 대해 “전부 아니면 전무(全無)로 가다 보니 선거가 너무 치열해지고 진영이 양극화되고 갈등이 깊어졌다”며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대표성을 더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진표 국회의장도 “현행 소선거구제도가 사표(死票)가 많이 발생해 국민 뜻이 제대로 선거 결과에 반영되지 못한다”며 선거제도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모든 선거제도는 장단점이 있다.
소선거구제의 장점은 한 선거구에 한 사람을 뽑기 때문에 책임성이 강화될 수 있다는 데 있다. 또 다른 강점은 대통령제와의 조화성이다. 전 세계에서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에선 중대선거구제를 채택한 나라가 거의 없다는 것이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내각제를 채택하는 나라에서는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다당(多黨) 체제가 만들어지고 정당 간에 연립(聯立)정부가 만들어지는 것이 보편적이다. 그런데 대통령제 국가에서 내각제 운영의 핵심인 연립정부는 국정 운영의 안정성을 보장받기 어렵다.
소선거구제의 치명적인 약점은 ‘표의 등가성(等價性)’이 크게 훼손된다는 것이다. 가령 2020년 총선에서 전국의 지역구 득표율을 보면 더불어민주당이 49.9%,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41.5%를 얻었다. 전체 득표율 차이가 8.4%포인트에 불과한데, 실제 의석수는 민주당 163석(64.4%), 미래통합당 84석(33.2%)으로 거의 두 배였다. 소선거구제의 또 다른 약점은 승자독식으로 사표가 많이 발생하고 강고한 양당제 대립구조로 생산적인 정치 활동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거대 양당의 독점적 지역 분점(分店)체제로 인해 영호남 지역에서는 사실상 1당 지배체제가 구축되어 지역주의를 고착화시키고 있다. 가령, 1988년 13대 총선에서 소선거구제가 부활되면서 TK는 노태우의 민주정의당, PK는 YS의 통일민주당, 호남은 DJ의 평화민주당, 충청은 JP의 신민주공화당이 지배하는 지역 패권(覇權) 정당체제가 구축됐다.
한 선거구에서 두 명 이상을 뽑는 중대선거구제 논의 배경엔 거대 양당의 독점적 지역분점체제로 인해 영호남 지역에서는 사실상 1당 지배체제가 나타나는 등 유권자의 정치적 선택권이 제한된다는 점이 지속적으로 지적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거대 양당 중심의 지역 정당체제의 지속으로 인해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정당의 정책 기능과 민주적 책임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중대선거구제의 최대 강점은 득표율과 의석률의 비례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지역주의와 정당 독점의 완화에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다. 단점은 여야 동반 당선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집권당과 제1야당에 유리한 제도로 인식되고 있다. 3~4인 선거구에서 나타나는 표의 등가성 문제도 있다. 1위 후보와 그 이하 순위 후보의 득표율을 살펴보면 순위가 하락할수록 득표율 격차가 확대되는데, 3~4인 선거구의 경우 이러한 득표율 격차로 인해 유권자의 표의 등가성이 훼손될 수 있다.
과거 일본이 2~6인의 중대선거구제를 채택했을 때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득표율 15% 룰’을 정했다. 당선자는 15% 이상의 득표를 얻어야 하고 이 기준선을 넘지 못하면 지역에 배정된 의석을 채우기 위해 재선거를 치르게 했다. 그런데 이것이 집권 세력인 자민당에 유리하게 작동했다. 또한 중대선거구제는 복수(複數) 공천을 허용할 수 있기 때문에 공천을 둘러싸고 계파(系派)정치가 기승을 부리고, 같은 정당 후보자끼리 동일한 선거구에서 경쟁하면서 내부 갈등이 심화되는 요인으로 작동할 수 있다. 일본은 이런 폐단을 없애기 위해 1995년 중대선거구제를 폐지하고 지역구 소선거구제(300석)와 권역별 비례대표제(200석)제를 혼용하는 선거법을 개정했다.
정치권의 계산은 복잡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월 12일 “중대선거구제만이 유일한 방안인지에 대해선 회의적(懷疑的)”이라고 했다. 또 영호남 등 각 당의 텃밭에선 반대 분위기도 적지 않다. 지난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은 대구·경북 25곳의 지역구에서 단 한 석도 얻지 못했다. 하지만 지역구 득표율을 보면 민주당은 이 권역에서 26.7%(대구 28.9%, 경북 25.4%)를 획득했다.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이 권역에서 60.0%의 득표율로 의석률은 96.0%를 차지했다. 전체 25석 중 24곳을 석권했다. 자신의 득표율보다 1.6배 이득을 얻었다. 지역구에서 한 표라도 더 많이 얻으면 승리하는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 때문이다. PK 지역도 비슷하다. 지난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은 PK 전체 지역구에서 40.1%의 득표(부산 44.0%, 울산 39.1%, 경남 36.1%)를 했지만 7석만을 얻었다. 영남 지역에서 민주당의 득표율을 토대로 시뮬레이션해 보면 3~5인 중대선거구제가 채택될 경우, 영남 지역에서 민주당이 상당한 의석을 가져갈 수 있었다.
하지만 호남 지역은 사정이 다르다. 지난 2020년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이 호남 지역구 선거에서 얻은 득표율은 고작 1.7%에 불과했다. 광주는 0.76%, 전북 2.2%, 전남 2.1%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대선거구제가 채택되어도 호남에서 국민의힘이 의석을 차지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국민의힘 지도부는 영남에서의 손실을 수도권에서 보충하면 이득을 볼 수 있다는 논리를 펼 수 있다.지난 2020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수도권 전체 지역구에서 총 40.7%(서울 41.9%, 인천 39.0%, 경기 41.1%)를 득표했다. 그런데 고작 총 121석 증 16석(13.2%)을 얻는 역대 최악의 참패를 당했다.민주당은 55.4%의 득표로 103석(85.1%)을 차지했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중대선거구제가 채택되어 수도권 전체 의석에서 최소 40% 정도를 차지하면 제1당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중대선거구제를 채택한다고 국민의힘이 과연 단독으로 국회 반수를 넘는 제1당이 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제1당이 되더라도 반수를 넘지 못하는 ‘여소야대(與小野大)’가 될 수 있다. 민주당+정의당+반윤 정당+무소속 연대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과연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 김형준(金亨俊)
1957년생.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 졸업, 미국 아이오와대학 계량정치학 박사 /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한국선거학회장,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역임. 現 명지대 특임교수, 한국정책과학연구원(KPSI) 원장 / 저서 《젠더 폴리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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