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독·프·영, 우크라이나에 평화협상 촉진 위한 방위 협정 제안
정의길
별 스토리 • 12시간 전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을 맞아 서방이 우크라이나에게 전폭적 지지를 다짐하고 있지만, 유럽 주요국들은 우크라이나가 결국 러시아와 평화협상을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위해 세 나라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강화하는 안보 협정을 맺어야 한다고 제안하면서 그 목적은 ‘러시아군의 완전 격퇴’가 아닌 ‘평화협정 촉진’임을 분명히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 2월7일 프랑스를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엘리제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및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의 환영을 받고 있다. 독일연방정부 누리집 갈무리
© 제공: 한겨레
미국
은 24일 북대서양조약기구의 유럽 쪽 세 주요국인 영국·독일·프랑스의 고위 당국자들 인용해 지난 18일 열린 뮌헨 국제안보회의를 전후해 이들 국가가 우크라이나에 나토와 ‘관계 강화’를 통해 더 많은 군사 지원을 받을 안전보장을 받는 대가로 러시아와의 평화협상을 권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독일과 프랑스는 우크라이나에 안보조약 체결을 제안하면서, 러시아와 평화협상에 나설 것을 적극 촉구하고 있다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뮌헨에서 우크라이나에 전쟁 뒤에 첨단 군사장비, 무기, 탄약 등에 폭넓은 접근을 부여하는 청사진을 밝히며, 이 계획이 오는 7월 나토 연례회의에서 의제가 돼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제안하는 안보조약엔 우크라이나가 나토의 표준적 무기체계에 접근할 수 있게 하고, 우크라이나가 서방 군수산업의 공급망으로 들어올 수 있게 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뮌헨 회의가 열리기 전인 2월 초 파리에서 볼로디미르 젤린스키 대통령과 만나 러시아와 평화회담 고려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권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프랑스와 독일 같은 불구대천의 원수도 2차 세계대전 뒤 평화를 이뤘다며 궁극적으로는 정치적 역량을 발휘해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프랑스 관리들이 전했다. 프랑스의 한 고위 당국자는 “우리는 러시아가 이겨서는 안 된다고 반복해서 말하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이냐”며 “만약 전쟁이 이런 강도로 장기화하면, 우크라이나의 손실은 견딜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나아가 “그들이 (2014년 3월 러시아가 합병한) 크림반도까지 회복할 수 있다고 아무도 믿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은 이런 접근법은 세 나라가 우크라이나가 동부 지역에서 러시아를 몰아낼 수 있는지, 전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 서방이 전쟁 지원을 장기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세 나라는 언제, 어떤 조건으로 러시아와 협상에 나설지는 전적으로 우크라이나에 달린 것이라는 입장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도 회의 석상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쪽 모두 군사적 우위를 확보해 전쟁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프랑스 언론에 “우리가 지금 필요한 것은 우크라이나가 협상으로 회귀하는 길을 열기 위해 러시아의 전선을 후퇴시키는 군사 공세를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군사적으로 지원하는 목표가 러시아를 이 나라의 전 영토에서 몰아내는 게 아니라 평화협상의 조건을 만들기 위한 목적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나토 사령관을 지낸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 당선자 역시 이 회의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 영토 일부 해방이 그 사회가 감당할 이상의 인명 손실을 초래할 수도 있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가 다른 결과를 생각할 수 있는 지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