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김상범) ‘배터리 공룡’ CATL도 저가공세···“리튬값 절반 깎아줄게” ...[2023-03-02]

by viemysogno posted Mar 02,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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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공룡’ CATL도 저가공세···“리튬값 절반 깎아줄게”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별 스토리 • 1시간 전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업체 중국 CATL이 자국 기업들을 상대로 ‘바겐세일’에 나섰다. 배터리 재료 중에서도 비싸기로 유명한 리튬을 ‘반값’으로 내려주겠다면서 단골 잡기에 애쓰고 있다. 올 초 주요 전기차 모델의 가격을 최대 20%까지 인하한 미국의 테슬라처럼, 중국의 ‘배터리 공룡’도 탄탄한 공급망과 규모의 경제를 무기 삼아 ‘치킨게임’에 돌입한 모양새다. 동시에 차세대 저가형 배터리로 꼽히는 ‘나트륨이온 배터리’에도 손을 뻗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CATL과 맞서고 있는 한국 배터리 3사의 가격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CATL이 만든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로이터연합뉴스

CATL이 만든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로이터연합뉴스

© 로이터연합뉴스

 

 

 

2일 업계에 따르면 CATL은 최근 고객사들에게 대대적인 가격 할인을 전격 제안했다. 오는 3분기부터 3년간 배터리의 핵심 재료인 탄산리튬 가격을 t당 20만 위안(약 3800만원)으로 적용해 중국 회사들이 많이 쓰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의 납품가격을 깎아 주겠다는 제안이다. 현재 탄산리튬 현물가격은 t당 38만위안 선이다. 판매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원재료 가격을 절반 수준으로 낮춰 주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으로, 중국 전기차 브랜드인 지커·리오토·니오 등이 대상이다. 대신 이들은 배터리 구매량의 80% 이상을 CATL 제품으로 사용해야 하는 조건이 붙었다.

 

일단 CATL이 ‘점유율 굳히기’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CATL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37%로 1위다. 중국 내 점유율도 최근 몇 년간 50% 이상이었으나, 중국승용차협회(CPAC) 등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48.7%를 기록하면서 소폭 하락했다. CALB·EVE에너지·궈쉬안하이테크 등 후발 주자들이 공격적인 투자와 저가 공세를 통해 맹추격한 결과다.

 

실제로 최근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는 CATL의 영향력에서 이탈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리오토는 새로운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에 중소 배터리사 SVOLT의 배터리를 사용하겠다고 밝혔고, 니오는 최근 전기차 40만대 분량의 독자적인 배터리 공장을 신설하겠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이에 CATL이 기존 고객사를 묶어두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고육지책을 썼다는 분석이다. 대신 CATL은 호주·남미 등지에 광범위한 리튬 채굴망을 확보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낮은 단가에 원료를 확보할 수 있다.

 

 

 

 

탄산리튬 국제가격 추이

탄산리튬 국제가격 추이

© 경향신문

 

 

 

때마침 리튬 가격도 하락세다. 지난 27일 기준 탄산리튬 가격은 t당 38만2500위안으로, 한창 가격이 요동치던 지난해 11월의 59만7500위안 대비 36%나 빠졌다. 탄산리튬 가격은 2020년 대비 10배 이상 오르는 등 줄곧 상승가도를 달리다가 최근 자동차 수요 둔화 전망과 리튬 공급 확대 등에 따라 진정되는 기미다.

 

 

 

 

 

CATL의 할인 정책도 리튬 가격이 반토막 날 것이라는 전망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장은 손해보는 장사지만, 리튬값이 더 내려간다면 손실폭은 줄어들 것이고 동시에 고객사들은 장기계약으로 몇년 간 묶어 둘 수 있다. CATL로서는 장기적인 가격 하락에 ‘베팅’한 셈이다.

 

올 초 전기차 선도업체 테슬라가 모델 3·Y 등 주요 차종의 가격을 최대 20%까지 인하하면서 시장을 치킨게임 양상으로 몰고 간 데 이어, 중국의 ‘배터리 공룡’마저 반값 경쟁에 돌입한 것이다.

 

CATL은 여기에 더해 올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나트륨이온 배터리’도 개발 중이다. 리튬과 달리 나트륨은 채굴·정제가 쉽고 매장량이 많다. 상대적으로 낮은 에너지 밀도를 극복해낸다면 리튬 계열 배터리보다 가격을 절반가량 낮출 수 있는 차세대 저가형 배터리가 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중국의 나트륨이온 배터리 기술은 최근 상용화 단계에 이르렀다고 평가된다. 1일 중국 경제매체 이차이 등은 배터리사 ‘파라시스에너지’가 장링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자회사인 JMEV에 전기 세단용 나트륨이온 배터리팩을 공급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JMEV는 장링차그룹과 프랑스 르노의 합작 법인이다. 지난달 28일 중국 장화이자동차(JAC)도 나트륨 배터리를 탑재한 시험용 전기차 E10X를 공개한 바 있다.

 

CATL은 현지 업체뿐만 아니라 포드·BMW·폭스바겐·테슬라 등에도 배터리를 공급한다. 이들은 대부분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고객사들이기도 하다. 국내 업체들의 가격경쟁력 하락, 판매가 인하 압박 같은 부정적인 연쇄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이번 할인 대상이 중국 내수용 전기차 업체들에 한정돼 있어 글로벌 수준의 영향력은 미미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탄산리튬을 저가에 조달할 수 있는 중국 내수 시장과 달리, 북미·유럽에서 CATL이 같은 조건으로 고객사에게 탄산리튬이 들어가는 LFP 배터리 가격을 제시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분석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각국의 내연기관 규제에 따라 전기차 수요는 꾸준히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굳이 마진을 줄여 가면서 과도한 마케팅을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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