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우크라 최대 요충지, 러에 넘어가나..."바흐무트 사방포위로 위태"
입력: 2023-03-05 14:56
박양수 기자
러, 3면 포위하고 압박 가속…시내선 시가전 가열
젤렌스키 절대사수 입장 흔들리며 피란민도 관측
영 국방부 "우크라, 동부요충 바흐무트 수세"
러 국방장관, 이례적으로 우크라 동부 점령지 지휘소 시찰
우크라 최대 요충지, 러에 넘어가나..."바흐무트 사방포위로 위태"
바흐무트 시내 건물 내에 진지를 구축한 우크라군 병사들.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동부 최대 격전지인 바흐무트에서 수세에 몰려 자칫 러시아군에 이곳을 내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군이 바흐무트 시내의 우크라이나군을 3면으로 포위한 상태에서 전황도 우크라이나군에 불리하게 전개되면서 러시아가 이곳을 차지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러시아 국방장관이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을 찾아 군 지휘소를 시찰하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인 것도 이런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4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바흐무트 전투의 향방은 서쪽의 시골길들을 둘러싼 격전에서 어느 쪽이 우세를 점하느냐에 달렸다"고 분석했다. 바흐무트 서쪽 소도시 차시우야르와 남동쪽 이바니우스케 마을로 이어지는 두 개의 도로가 차단되면, 현재 바흐무트에 남아 버티고 있는 수천명 우크라이나군의 보급로가 끊겨 고립될 수 있어서다.
영국 국방부 산하 정보기관인 국방정보국(DI)은 4일 트위터에서 "바흐무트와 차시우야르를 잇는 도로에 있는 다리를 포함해 주요 교량 2개가 최근 폭파됐다"며 "우크라이나군은 바흐무트를 사수하는 데 있어 점점 더 혹독한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8개월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이곳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으나, 이제 이곳이 러시아에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고 했다.
러시아군 공세의 주축을 맡아 온 민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전날 "바그너 그룹이 바흐무트를 사실상 포위했다"면서 "아직 서쪽으로 열려 있는 길은 하나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 워싱턴DC 소재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바흐무트 주변 주요 다리를 폭파한 건 우크라이나군"이라면서 "우크라이나군이 조심스럽게 전투를 지속하면서 바흐무트 일부 지역에서 퇴각하기 위한 상황을 조성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바흐무트 동부 지역 등에서 병력을 빼기에 앞서, 러시아군의 진격을 방해할 목적으로 일부 도로를 파괴한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바흐무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지역의 점령을 위한 핵심 거점으로 꼽는 곳 중 하나다. 이곳을 장악하면 러시아로서는 도네츠크 주요 도시인 크라마토르스크와 슬라뱐스크로 진격하는 것이 특히 용이해진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8개월째 바흐무트를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바흐무트 사수를 공언했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최근에는 "전황이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입장으로 돌아선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런 가운데 바흐무트 주변에선 여태 피란하지 않았던 주민들이 우크라이나군의 도움을 받아 차량을 이용하지 못하고, 도보로 후방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관찰되고 있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바흐무트 인근에선 임시로 만든 다리를 건너려던 민간인 남녀 3명이 러시아군 포격에 숨지기도 했다. 현지에 남아있는 한 부부는 "인도적 구호는 한달에 한 번만 받는다. 전기도, 물도, 가스도 없다. 여기 남은 모두가 살아남기를 신에게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우크라 최대 요충지, 러에 넘어가나..."바흐무트 사방포위로 위태"
바흐무트 외곽에서 탱크에 탄 채 작전 중인 우크라이나군 병사들. [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