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S 지식정보센터

해외 뉴스

 

 

 

서울신문

 

전략적 가치 있다가 없어진 바흐무트…서방언론 말바꾸기 [월드뷰]

 

 

 

입력2023.03.07. 오후 4:17  수정2023.03.07. 오후 4:22 기사원문

 

권윤희 기자

 

 

 

 

 

우크라이나 동부 최대 격전지 바흐무트

‘전략적 가치’ 주목하던 서방언론

러시아군 선전에 ‘상징적 가치’ 평가 전환

서방언론 편향적 보도, 객관성 결여…한계 노출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에서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의 격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 지역의 전략적 가치에 대한 서방언론의 분석이 달라졌다. 전선 하나를 두고 오락가락하는 평가는 서방언론의 편향적 관점과 그로 인한 보도의 한계를 고스란히 노출했다.

 

지난달 14일 영국 일간 가디언은 하루 전 우크라이나군이 바흐무트 인근 다리를 폭파하고 퇴각 준비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서 가디언은 바흐무트를 ‘전략적 요충지’라고 표현하며 러시아군이 이 지역 점령을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같은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역시 바흐무트 외곽 소도시 크라스나 호라(크라스나 고라)를 점령했다는 러시아군 발표를 보도하면서, 바흐무트를 우크라이나 동부의 ‘전략지’로 설명했다.

 

미국 CNBC, 호주 ABC 등 다른 서방언론도 바흐무트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의 전략적 요충지라고 입을 모았다. 러시아의 바흐무트 점령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전체 장악에 ‘결정적 호기’가 될 거라고 평가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 정도만이 바흐무트의 상징적 가치에 주목하며 섣부른 판단을 유보했다.

 

이런 서방언론 보도에 변화의 기류가 감지된 건, 우크라이나군이 수세에 몰린 것이 확실해진 지난달 말부터다.

 

Russia Ukraine War Biden - 1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동부 돈바스 도네츠크주 바흐무트 전선에서 러시아 진지를 향해 피온 자주포를 발사하고 있다. 2022.12.17 AP 연합뉴스

 

 

 

● 러시아군 선전에 ‘상징적 가치’ 평가 전환

 

지난달 27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바흐무트 상황이 어렵다고 고백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바흐무트 상황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적(러시아군)들은 진지 보호와 거점 확보, 방어에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끊임없이 파괴하고 있다”고 했다. 바흐무트에 사활을 건 러시아 민간용병기업(PMC) 바그너그룹은 인해전술로, 러시아군은 보급선 차단으로 우크라이나군에 항복과 철수를 압박한 것이다.

 

비슷한 시기, 바흐무트의 전략적 가치에 대한 서방언론 평가가 달라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 2일 러시아의 바흐무트 점령이 임박했다는 보도에서 “바흐무트 점령은 (승전보에 목마른) 크렘린궁에 선전도구가 되겠으나 실질적인 전략적 이점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같은날 미국 CNN방송도 “바흐무트를 점령한다고 돈바스 전황이 극적으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수개월 간 돈바스 전선에서 이렇다 할 전과(戰果)를 거두지 못한 러시아군이 지난 1월 솔레다르 점령에 이어 바흐무트까지 차지하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겐 매우 반가운 상징적 승리가 될 거라고 설명했다.

 

3일 워싱턴포스트는 “원래 바흐무트는 상징적으로나 전략적으로나 특별히 중요한 도시가 아니었다”고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 러시아 분석가 캐롤리나 허드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면서 바흐무트 전투가 너무 치열해지는 바람에 뜻하지 않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 모두에게 엄청난 정치적 중요성을 갖는 지역이 됐다고 해석했다.

 

뉴욕타임스도 지난 6일 보도에서 “바흐무트 자체는 전략적 가치가 거의 없다”고 전했다. 다만 “이곳에서의 전투는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 모두에게 전쟁의 결정적 순간을 만들어냈다”며 “더이상 바흐무트를 위한 싸움이 아니다.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무너뜨릴 수 있는지 알아보는 마라톤”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6일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기자들과 만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바흐무트 함락 여부에 대해선 예측하지 않겠다면서도 “(바흐무트 점령은) 전략적 가치나, 작전상 가치보다는 상징적 가치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바흐무트가 함락된다고 해도 그것이 반드시 러시아가 이 싸움의 흐름을 바꿨음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월 14일, 영국 일간 가디언은 하루 전 우크라이나군이 바흐무트 인근 다리를 폭파하고 퇴각 준비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서 가디언은 바흐무트를 ‘전략적 요충지’라고 표현하며 러시아군이 이 지역 점령을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3월 2일 러시아의 바흐무트 점령이 임박했다는 보도에서는 “바흐무트 점령은 (승전보에 목마른) 크렘린궁에 선전도구가 되겠으나 실질적인 전략적 이점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바흐무트 전략적 가치 ‘양론’ 다루지 않는 편향 보도

 

사실 러시아 전문가들은 수개월 전부터 바흐무트의 전략적 가치보다 상징적 가치가 크다고 분석했다. (관련기사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30103500154) 바흐무트를 거쳐 도네츠크 주요 도시인 크라마토르스크와 슬라뱐스크로 갈 수 있다는 지리점 이점이 있긴 하지만, 특별한 전략적 가치가 있기 보다 자존심 싸움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평가였다. 지난해 9월 하르키우, 11월 헤르손을 우크라이나에 내준 러시아군이 바흐무트에 자존심과 명운을 걸었다는 해석이었다.

 

바흐무트의 전략적 가치에 대해선 우크라이나군 사령관들조차 고개를 갸우뚱할 정도였다. 지난해 12월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 지상군 사령관은 현지방송에 출연해 “바흐무트는 전략적 중요성이 없다. 심리적인 의미가 있을 뿐”이라며, 러시아군에게 바흐무트 점령은 최근 전장에서의 잇단 패배를 만회할 “상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슷한 시기 한국을 방문한 볼로디미르 가브릴로프 우크라이나 국방차관도 서울신문에 “러시아군이 바흐무트에서 (의미 없는) 소모전을 벌이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나 양론을 다루지 않는 편향적 보도가 이어지면서 바흐무트 전황에 대한 객관적 평가는 이뤄지지 않았다. 서방언론에 의존하는 국내언론 보도 역시 객관성을 상실하는 등 한계를 노출했다. 국내 러시아 전문가들도 편향적 보도와 치우친 여론으로 인해 언론 노출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난감해했다.

 

 

 

1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도네츠크주 바흐무트에서 TOS-1A(토스원알파)를 사용해 열압력탄, 일명 진공폭탄을 퍼부은 정황이 포착됐다. 2023.1.1 텔레그램 슈퍼노바

 

 

 

27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지속된 포격으로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도네츠크주 바흐무트 거리. 2023.2.27 로이터 연합뉴스

 

 

 

한편 지난해 7월부터 8개월 넘게 지속된 격전으로 바흐무트는 폐허로 변했다. 계속되는 포격으로 주민 4500여명이 아직 대피하지 못했다. 현재 러시아군은 용병 바그너그룹을 중심으로 도시의 3면을 압박하며 공세를 퍼붓고 있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바흐무트 사수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6일 밤 연설에서 “이들(군 수뇌부)이 철수하지 않고 현 태세를 강화하겠다고 했다”며 “수뇌부는 이런 입장에 만장일치로 찬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총사령관에게 바흐무트에서 우리 사람들을 도울 적절한 병력을 찾도록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AFP통신은 일부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이미 철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흐무트 일대에 배치된 일부 우크라이나 병력은 AFP에 러시아가 바흐무트를 점령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일부 부대는 후퇴했다고 전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우크라이나군이 바흐무트 3분의 1가량 지역에서 철수를 완료했다고 보도했다. 신도시 바흐무트에서도 고층 건물과 콘크리트 구조물 등 방어 수단이 대량 형성돼 있는 중부와 서부에서만 제한적으로 최소한의 방어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 신문 빌트는 우크라이나 정부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해 발레리 잘루즈니 총사령관이 이미 몇 주 전 바흐무트에서 철수를 권고했고 다른 군 수뇌부 대부분도 비슷한 견해를 내놓아 젤렌스키 대통령과 견해차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수세에 몰린 것은 사실이지만, 일단 우크라이나군의 후퇴와 관련해선 전력을 가다듬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군사 싱크탱크인 스터디오브워는 “우크라이나군은 바흐무트에서 제한적인 전술적 철수를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며 “아직 완전한 철수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의도를 평가하기는 이르다”고 판단했다.

 

2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군의관들이 동부 돈바스 바흐무트 야전병원에서 부상병을 치료하고 있다.

 

 

2023.2.26 AP 연합뉴스

 

 

권윤희 기자

기자 프로필

서울신문

 

 권윤희 기자

구독

구독자 5,689 

응원수 4,789

“주님, 저희와 반신욕해요”…JMS 정명석 다룬 ‘나는 신이다’ 파장

모스크바 코앞 “우크라 드론” 출현…본토 공격에 푸틴 긴급 지시 [우크라 전쟁]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세계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우리가 몰랐던 군사, 우주이야기 클릭!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508 (한국 조영빈) 시진핑 "군사 기술 자립 속도 내라"... 미국 제재망 무력화 의도 ...[2023-03-10] viemysogno 2023.03.10
1507 [양회] (중앙 신경진) "찬성 2952 반대 0"…시진핑, 만장일치로 中국가주석 3연임 ...[2023-03-10] viemysogno 2023.03.10
1506 (중앙 천인성) 러시아 하루 공습에 미사일 84발 발사…34발은 우크라 격추 ...[2023-03-10] viemysogno 2023.03.10
1505 (파이낸셜 최종근) 러 언론 "현대차 러시아 공장 카자흐에 매각 추진" ...[2023-03-10] viemysogno 2023.03.10
1504 (서울경제 김영필) “美 은행주, SVB 파이낸셜 쇼크”…“전초전 실업수당은 20만 넘어”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2023-03-10] viemysogno 2023.03.10
1503 (뉴시스 박미영 양소리) 尹, 16~17일 방일 기시다 총리와 정상회담…셔틀외교 복원 시동(종합) ...[2023-03-09] viemysogno 2023.03.09
1502 [IIS Opinion] 우크라이나의 저번 러시아 본토 타격에 대한 러시아의 대응입니다 ...- (YTN 김원배) 러시아, 우크라 전역에 대규모 미사일 공습 ...[2023-03-09] viemysogno 2023.03.09
1501 [IIS Opinion] 미국 정치가 변해야 합니다 ...- (뉴스1 정윤영) '대중 강경파' 美매카시 "우크라엔 안가"…젤렌스키 초청 거절 ...[2023-03-09] viemysogno 2023.03.09
1500 (조선 전준범) 韓·日 관계 개선 급물살에…함께 커지는 ‘세계 최대 FTA’ 가입 기대감 ...[2023-03-08] viemysogno 2023.03.08
1499 (조선 민서연) 파월 ‘매파 발언’에 아시아 주요국 통화·주가도 급락 ...[2023-03-08] viemysogno 2023.03.08
1498 (TASS) Russian forces take control of eastern part of Artyomovsk (Bakhmut in Ukraine) — Prigozhin ...[2023-03-08] viemysogno 2023.03.08
1497 (서울경제 이태규) 노르트스트림, 우크라의 사보타주였나…美, 親우크라 배후로 지목 ...[2023-03-08] viemysogno 2023.03.08
1496 (디지털타임스 권준영) “대한민국 대통령을 찾습니다”…격앙된 고민정, 尹 겨냥 ‘헌법’ 거론한 이유 ...[2023-03-08] viemysogno 2023.03.08
1495 (중앙 이정봉 정수경 이가진) 머스크 단번에 14㎏ 뺐다…비만 치료제 혁명, 위고비 ...[2023-03-08] viemysogno 2023.03.08
1494 (서울경제 윤홍우 구경우) 바이든, 두번째 국빈으로 尹 초대…대통령실 "역사적 전기 될것" ...[2023-03-08] viemysogno 2023.03.08
1493 [IIS Opinion] BBC, 트위터, 뉴시스 이런 악성 언론들은 모두 퇴출시켜야 합니다. ...- (뉴시스 차종관) "화장실까지 동행"…머스크, 트위터 본사서 경호원 대동 ...[2023-03-07] viemysogno 2023.03.07
» =추천= (서울신문 권윤희) 전략적 가치 있다가 없어진 바흐무트…서방언론 말바꾸기 [월드뷰] ...[2023-03-07] viemysogno 2023.03.07
1491 (문화일보 박준우) 친강 “미국은 반칙 일삼는 운동선수… 브레이크 밟지 않고 잘못된 길 가면 재앙적 결과” ...[2023-03-07] viemysogno 2023.03.07
1490 (뉴스1 노민호) "대북 유연화 정책 필요" 42.8%…'싫어하는 나라' 중국·북한·일본 순 ...[2023-03-07] viemysogno 2023.03.07
1489 (YTN 임성재) 北 김여정 "전략 무기 요격은 선전포고" 위협...도발 나서나 ...[2023-03-07] viemysogno 2023.03.0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99 200 201 202 203 204 205 206 207 208 ... 279 Next
/ 2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