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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함께 영상|정글:우주, 그 생명의 신비
머스크 단번에 14㎏ 뺐다…비만 치료제 혁명, 위고비
카드 발행 일시2023.02.27
관심사세상과 함께
에디터
이정봉
정수경
이가진
일론 머스크는 한때 후덕한 몸매를 자랑했습니다. 넉넉한 뱃살을 드러내고 바다 수영을 즐기다가 파파라치에 찍혀 놀림감이 되기도 했죠. 그런데 지난해 가을 즈음부터 날렵한 몸매를 뽐내며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본인 스스로 체중을 30파운드(13.6㎏)를 뺐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10월 트위터 친구가 머스크에게 살을 뺀 비결을 물었습니다. 머스크는 아래와 같이 짧게 답했습니다.
단식. 그리고 위고비(wegovy).
일론 머스크는 다이어트의 비결을 ‘단식’과 ‘위고비’라고 콕 찍어 말했다. 사진 일론 머스크 트위터
단식은 알겠는데 ‘위고비’는 뭘까요?
미국의 셀럽 킴 카다시안도 메릴린 먼로 드레스를 입은 날씬한 몸매를 자랑했는데 이 또한 ‘위고비’ 덕분이었다는 얘기가 비슷한 시기 돌았습니다.
킴 카다시안이 지난해 5월 2일 메릴린 먼로의 드레스를 입고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레드카펫에 섰다. 미국 의상연구소의 개관 행사인 ‘미국의 패션 앤솔러지’를 축하하는 자리였다. 카다시안이 이 옷을 입기 위해 위고비를 맞았다는 소문이 지난해 10월부터 돌기 시작했다. 카다시안은 이를 부인했다. UPI=연합뉴스
위고비는 비만 치료제 이름입니다. 비만 인구가 많은 미국에서 위고비 인기는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뉴욕 의사들 사이에선 ‘위고비의 인기가 과거 비아그라에 맞먹는다’는 얘기가 돈다고 합니다. 이런 약들이 비만 치료의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되고 있다는 기사도 쏟아집니다.
요즘 위고비의 품귀 현상으로 대체재인 오젬픽(ozempic)의 인기도 덩달아 올랐습니다. 틱톡엔 위고비·오젬픽 해시태그를 단 영상의 총 조회수가 각각 2억 회와 5억 회를 넘습니다.
식욕과의 전쟁에서 이긴다
위고비는 2형 당뇨병의 혈당조절제입니다. 덴마크 다국적 제약회사인 노보노디스크의 제품입니다. 2017년 당뇨병 치료제로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얻었지만, 2021년엔 비만 치료제로 다시 한번 FDA의 승인을 받았습니다. 애초에 당뇨병을 고치려고 내놓은 약이지만 이젠 비만 치료제로 훨씬 유명합니다.
2형 당뇨병
당뇨병은 크게 1형, 2형, 임신성 등으로 나뉜다. 1형 당뇨병은 췌장의 베타세포가 파괴돼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는 병이다. 인슐린이 전혀 나오지 않으므로 외부에서 인슐린을 주입하는 치료가 필수적이다. 2형 당뇨병은 인슐린이 나오긴 하지만 몸의 인슐린 저항성이 커져서 제대로 기능을 못하거나, 분비에 장애가 생겨 혈당이 올라가는 병이다. 비만이나 과체중인 경우가 많다. 한국인 당뇨병 대부분이 2형이다.
위고비와 오젬픽 같은 당뇨병 치료제가 요즘은 비만 치료제로 쓰인다. 사진은 오젬픽을 주사하는 장면. 사진 오젬픽 홈페이지
어떻게 당뇨병 치료제가 비만에 특효약이 될 수 있었을까요.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 때문에 그렇습니다. 세마글루타이드는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GLP-1)라는 호르몬과 화학적으로 94% 유사합니다. GLP-1은 인간의 소장에서 자연적으로 나오는 호르몬입니다. 세마글루타이드가 투입되면 GLP-1 호르몬의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GLP-1과 세마글루타이드의 화학 구조 차이. 상당히 유사함을 알 수 있다. 그래픽 이가진 박지은
그렇다면 GLP-1은 어떤 호르몬일까요. 먼저 인슐린 분비를 돕습니다. 위고비가 당뇨병 치료제인 것도 이 때문이죠. 둘째는 간에서 포도당 내놓는 걸 줄여줍니다.
셋째 기능이 특히 결정적이에요. GLP-1은 위에서 음식이 좀 더 오래 머물게 하고 뇌가 포만감을 느끼도록 합니다. 즉 다이어트의 가장 큰 적인 음식에 대한 갈망을 해소합니다. 어떤 다이어트약도 효과가 없었다는 사람들도 이 약에 열광하는 이유죠. 연구에 따르면 위고비는 1~2년간 진행된 실험에서 체중의 평균 15%를 감소시켰습니다.
이 때문에 위고비나 오젬픽 등 GLP-1 역할을 수행하는 약물이 현재 비만 치료의 선두 주자로 꼽히고 있는 겁니다. 과거 영양소 흡수를 줄이는 형태의 비만 치료약도 있었지만 이는 부작용이 크고 효과가 작았습니다.
GLP-1은 음식물을 먹으면 즉시 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그래픽 이가진 박지은
GLP-1이 발견된 건 사실 100년도 넘었습니다. 사람이 음식물을 먹으면 5분 이내에 소장에서 GLP-1 호르몬이 나오기 시작해 30분 정도 지속적으로 분비됩니다. 특히 탄수화물에 매우 빨리 반응합니다. 하지만 분비된 뒤엔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반감기가 2분밖에 안 됩니다. 이 정도 지속 시간으로는 약물로 쓸 수 없습니다.
반감기
어떤 물질이 초기의 양에서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걸리는 기간. 애초 방사성 물질에 쓰이는 말이지만 다른 분야에서도 쓰이게 됐다. 일반적으로 반감기가 짧을수록 그 물질은 빨리 붕괴하거나 사라진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나온 물질이 세마글루타이드입니다. 반감기가 7일이나 됩니다. GLP-1은 몇 분이면 사라져서 다시 배고픔을 느끼게 되지만, 세마글루타이드는 일주일 동안 식욕을 억제해 주죠. 그래서 세마글루타이드를 GLP-1 수용체에 작용한다고 표현합니다.
쏟아지는 GLP-1 기반 비만 치료제, 부작용은?
위고비의 대체재로 주목받는 오젬픽, 마운자로(mounjaro)와 삭센다(saxenda) 역시 GLP-1 기반 치료제입니다. 오젬픽은 위고비와 마찬가지로 세마글루타이드를 씁니다. 마운자로는 티르제파타이드(tirzepatide), 삭센다는 리라글루타이드(liraglutide)를 씁니다.
이 중 마운자로는 위고비나 오젬픽보다 더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년여의 임상 시험에서 평균 약 20㎏의 감량 효과를 보였다고 합니다. 마운자로는 GLP-1 수용체뿐 아니라 이와 유사하지만 또 다른 호르몬인 ‘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 촉진 폴리펩티드(GIP)’ 수용체에도 작용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위고비와 달리 마운자로나 오젬픽은 당뇨병 치료제로는 FDA 승인을 받았지만 비만 치료제로는 승인받지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선 당뇨병 치료라고 속이고 처방받는 사람들 때문에 정작 당뇨병 환자가 약을 구하지 못해 큰 문제가 되고 있죠.
비만 치료제의 대표적인 부작용. 그래픽 이가진 박지은
하지만 GLP-1 수용체에 작용하는 약엔 공통적인 부작용이 있습니다. 메스꺼움, 설사, 복통, 저혈당이 대표적입니다. 이청우 중앙보훈병원 가정의학과 과장은 “속이 울렁거리고 구역감이 일어나는 것이 가장 흔한 부작용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내성이 생겨서 좋아지기도 한다”며 “췌장염 가능성이 조금 더 올라간다는 부작용도 있어서 과거력이 있는 분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특히 갑상샘암 중 특이한 형태인 갑상샘 수질암의 발생 위험성이 올라가는 부작용도 있다고 합니다. 이청우 과장은 “일반적으로 갑상샘암 과거력이 없거나 가족력이 없는 사람에게는 크게 문제가 안 될 수 있지만, 주의를 요할 필요는 있다”고 했습니다.
갑상샘 수질암
체내 칼슘양을 조절하는 호르몬 분비 세포에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질암은 갑상샘암 중 희귀한 암에 속하며, 전체의 약 0.5~1% 정도를 차지한다.
게다가 약을 끊은 뒤 요요현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임상시험에 따르면 약을 끊고 1년 후에는 감량 전 체중으로 돌아가는 사례가 많았다고 합니다.
비만 치료제의 가장 큰 단점은 끊는 즉시 요요현상을 겪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위고비는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임상시험 중입니다. 올해 중반께 임상이 끝나고 출시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런데 약값이 비싸고 미국처럼 비만율이 높은 나라가 아니라서 열풍이 불지는 모르겠습니다. 위고비는 미국에선 한 달 1300~1700달러(약 169만~221만원)가 듭니다. 마운자로도 1000~1500달러(약 130만~195만원) 정도라고 하죠. 위고비는 일주일에 한 번 배나 허벅지, 팔에 주사를 맞는 식으로 약물을 투입합니다. 한 달에 네 번 정도 주사를 맞는데 저 정도 비용이 든다는 것이죠. 한국에 출시된다면 가격이 내려갈 가능성은 있지만 그래도 만만치 않은 금액이죠.
이청우 과장은 “GLP-1 기반 비만 치료제는 체질량지수가 30이 넘는 고도비만이나 당뇨병과 고혈압 같은 동반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는 지속해서 사용할 필요가 있는 약”이라면서 “이런 약들엔 건강보험 적용을 하면 심혈관 질환, 뇌졸중, 심근경색 발생 위험을 낮춰주니 오히려 보험 재정 면에서는 이득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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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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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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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정수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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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영상부 이가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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