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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재자’ 자처한 中 “중동 안정의 촉진자 될 것”... 美 주도 국제 질서에 도전장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별 스토리 • 1시간 전

 

 

 

 

“중국은 중동 안전·안정의 촉진자, 발전·번영의 협력자가 되고 싶다”

 

 

 

 

10일 베이징에서 중국 외교 사령탑인 왕이(가운데)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무사드 빈 무함마드 알아이반 사우디 국가안보보좌관, 알리 샴카니 이란 최고 국가안보위원회 위원장이 악수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함께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이날 앙숙 관계인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외교 관계를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10일 베이징에서 중국 외교 사령탑인 왕이(가운데)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무사드 빈 무함마드 알아이반 사우디 국가안보보좌관, 알리 샴카니 이란 최고 국가안보위원회

위원장이 악수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함께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이날 앙숙 관계인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외교 관계를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 제공: 조선일보

 

 

11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란·사우디아라비아가 베이징에서 외교 관계 복원을 발표한 것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중동의 앙숙인 이란·사우디아라비아는 전날 중국의 개입으로 외교 관계를 복원하고 두 달 내에 대사관을 열기로 합의했다. 중국이 미국의 우방인 사우디와 미국의 숙적인 이란 사이에서 ‘중재자’를 맡아 성과를 낸 것이다. 미국 아랍걸프국가연구소(AGSI)의 후세인 이비시 박사“이번 합의는 중국이 중동 외교의 한 축으로 부상했다는 의미”라며 “중국이 미국·유럽만이 가능하다고 여겨진 (외교) 영역에 발을 들인 것으로, 미국에는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라고 했다.

 

 

 

 

양국의 관계 정상화 협상은 지난 6~10일 4일 동안 베이징에서 진행됐다. 중국 외교 사령탑인 왕이 중앙정치국 위원, 알리 샴카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의장, 사우디의 무사드 빈 무함마드 알아이반 국가안보보좌관이 협상에 참여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 사우디, 이란 3국이 외교 방식으로 (사우디와 이란의) 분쟁을 해결하기로 합의해 양국이 외교 관계를 회복하기로 동의했다”고 했다. 사우디와 이란은 성명을 통해 “(양국) 대화를 마련하고 지원해준 중국 지도자들과 정부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왕이는 “모든 국가의 바람에 따라 중국은 세계의 분쟁 지역 문제를 적절히 처리하는 건설적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하며 주요국으로서의 책임감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양국의 관계 정상화는 미국이 이스라엘·사우디 관계를 중재하며 이란 압박 수위를 높이던 중에 이뤄진 것이다. 이슬람 양대 종파인 수니파의 종주국 사우디와 시아파 맹주 이란은 2016년 국교를 단절했다. 사우디가 이란의 종교 지도자를 처형한 것에 반발해 이란 보수 세력이 자국 주재 사우디 공관 2곳을 공격한 일이 단교의 계기였다. 2018년 미국이 이란 핵 협정에서 탈퇴한 이후 양국의 긴장은 급격히 고조됐다. 이듬해 사우디 정유 시설이 이란의 공격을 받아 사우디 원유 생산이 절반 가량 줄었을 때 양국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중국은 사우디 출신 언론인 카슈끄지 살해 사건 배후로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지목돼 미국과 사우디 관계가 소원해진 틈을 타 사우디와 이란의 중재자로 나섰다.

 

 

미국은 이번 국교 정상화 합의에서 중국의 역할을 평가절하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란이 사우디와의 협상에 나선 것은 (중국 때문이 아니라) 대내외적인 압력 때문”이라면서 “중국은 이기적인 목적으로 세계에서 영향력과 발판을 얻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미국 안보 싱크탱크 아틀란틱 카운슬(AC)의 조너선 풀턴 박사는 AFP에 “이번 합의는 중국이 역내에서 더 큰 역할을 맡을 준비가 됐다는 신호”라면서 “중동에서 미국의 우위에 도전한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최근 세계의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며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에 도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1주년인 지난달 24일, 중국 외교부는 교전 중단과 평화 회담 실시, 핵무기 사용 반대 등을 제안하는 ‘우크라이나 위기의 정치적 해결에 관한 중국 입장’이란 문건을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중국이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모색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11월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갖고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을 독려하는 중재 외교를 펼쳤다. 13일 양회가 폐막하면 시진핑의 유럽 국가들을 상대로 한 정상 외교도 본격화된다.

 

 

중국은 지난달 21일 세계 안보에 관한 핵심 원칙을 제시하는 글로벌안보구상(GSI) 문건의 상세 내용도 발표했다. GSI는 작년 4월 시진핑이 자국에서 열린 보아오포럼에서 처음 제시한 개념이다. 미국을 겨냥해 냉전사고, 패권주의, 일방주의를 반대하고 각국의 합리적 안보 우려 존중, 대화 협상 통한 국가 간 이견·분쟁 평화 해결 등을 요구하는 것이 핵심적인 내용이다. 미국의 세계 안보 구상에 도전해 중국이 독자적인 안보 전략을 내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향후 중국은 세계 각국에 GSI에 적극 동참할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의 힘이 분산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각종 분쟁에서 중재자를 맡으며 새로운 국제 질서 구축을 노릴 것이라고 분석한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중국을 강도 높게 압박·제재하고 있어 중국의 역할이 제한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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