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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다이어리]인플레 부추기는 정크수수료…미국은 전쟁중

 

 

 

6시간 전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항공사가 당신의 자녀를 수화물처럼 취급할 수는 없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국정연설에서 이른바 '정크 수수료(junk fees)'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꺼내든 말이다. 미국 주요 항공사 탑승 시, 부모가 13세 미만의 어린 자녀와 옆좌석에 앉기 위해 추가로 수수료를 지불해야만 하는 규정을 콕 찍어 문제로 삼은 것이다.

 

 

[뉴욕다이어리]인플레 부추기는 정크수수료…미국은 전쟁중

[뉴욕다이어리]인플레 부추기는 정크수수료…미국은 전쟁중

© 제공: 아시아경제

 

 

 

그리고 한달 후인 지난 6일(현지시간) 미 교통부는 새로운 리스트를 공개했다. 알래스카항공, 아메리칸항공, 프론티어항공은 교통부와 서면합의를 통해 해당 수수료를 없애기로 했다고 한다. 하지만 델타항공, 사우스웨스트항공, 유나이티드항공, 스피리트, 제트블루 등 나머지 7개 항공사는 여전히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피터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은 "어린 자녀와 함께 여행하는 부모라면 당연히 정크 수수료를 내지 않고 함께 앉을 수 있어야 한다"고 남은 항공사들을 노골적으로 압박했다.

 

 

 

 

최근 미국에서 도마 위에 오른 정크 수수료는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을 방문한 여행객이라면 일반 호텔을 예약한 이후 1박당 적게는 20달러에서 80달러까지 '리조트 피', '어매니티 피'를 청구 당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 또한 호텔 확정 전엔 알 수 없었던 일종의 숨겨진 수수료다. 공연이나 스포츠 경기 티켓 구입 시 마지막에 별도로 추가되는 서비스 비용은 말할 것도 없다. 미국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티켓마스터에서 265달러짜리 테일러 스위프트의 공연 티켓을 구매할 경우 결제 단계에서 서비스피 70.45달러, 운영비 8달러, 티켓발행비 5달러 등 총 80달러가량이 추가로 더해진다. 뉴욕시티발레단의 가장 싼 좌석은 38달러지만 결제 시엔 50달러를 지불해만 한다.

 

이러한 정크 수수료는 지난해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몇십년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며 더욱 논란이 된 상태다. 이미 높은 인플레이션을 더욱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불필요하고 숨겨진 수수료가 가계에 직접적인 피해를 줄 뿐 아니라, 소비자들이 상품을 비교해 구입을 결정하는 과정까지도 어렵게 만든다는 비판도 쏟아진다.

 

미국 내 호텔 투숙객의 33%는 사전에 고지되지 않은 수수료를 부담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현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은행에 돈을 입금할 때 많게는 35달러까지 수수료를 붙이는데, 이런 건 법으로 금지돼야만 한다", "환불 가능한 티켓을 취소하고 다시 구매하는 과정에서도 각각 70달러, 110달러의 서비스피를 내야만 했다. 이건 말이 되지 않는다", "다른 분야에도 정크 수수료가 너무 많다. 다 없애야 한다" 등 부당한 정크 수수료를 지불한 경험을 토로하거나 비판하는 글들이 잇따른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는 2024년 대선을 앞두고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주요 민생 정책으로 정크 수수료와의 전쟁을 내세운 모습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정크 수수료를 줄이거나 없앨 것을 지시하면서 이미 연방정부 차원에서 각종 비용체계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지난주에는 각 주(州) 차원에서도 정크 수수료를 없애기 위한 노력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했다. 최근 정크 수수료 피해보고서를 공개한 미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의 로히트 초프라 국장은 "정크 수수료가 경제 전반에 스며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롭 본타 캘리포니아 검찰총장은 "광고에 나오는 상품 가격과 소비자의 구입가격이 동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반론도 나온다. 필요한 수수료까지 무조건 '정크'라는 단어로 묶어선 안된다는 것이다. 미국경제연구소(AIER)는 "아무도 무료로 일하지 않는다. 콘서트 티켓 한장을 구입할 때도 입장료 외에 티켓 배송, 처리, 시설사용을 위한 비용을 당연히 지불해야만 한다"며 "정크 수수료라는 이름으로 '현금 수탈'처럼 묶어선 안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크 수수료로 지목당한 대표적인 수수료들이 당장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결국 다른 방식으로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이를 의식한 듯 '금지'가 아닌 '정확한 수수료 공개'에 더욱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가격 인상 등의 후폭풍까진 막진 못할 것이다. 뼛속 깊이 미 시장경제에 스며든 정크 수수료를 바라보는 미국인들의 시선에서는 다소 회의감도 느껴진다. 한 친구는 말했다. "정크 수수료는 없어져야 하지만, 인플레이션은 티켓마스터 때문이 아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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