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최악 피했지만… 美 반도체 `가드레일 조항` 삼성·SK 수혜 의문
입력: 2023-03-22 11:56
전혜인 기자
'가드레일 조항' 세부 규정 공개
기술적 측면 확장 제한하지않아
보조금 지원 조건 우려는 여전
반도체 공장 건설·운영 부담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내 반도체 생산라인. 삼성전자 제공
미국 상무부가 반도체지원법의 주요 규제 중 하나인 이른바 '가드레일 조항'의 세부 규정을 공개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중국에서 반도체 공장을 운영 중인 한국 기업들은 중국 사업의 전면 봉쇄 등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하게 되면서 한 숨 돌리는 분위기다. 다만 여전히 미국의 중국에 대한 견제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리스크가 잔존하고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미 상무부는 21일(현지시간) 반도체지원법에 따른 자금 지원을 받는 기업들에 대해 중국을 비롯한 우려 국가 투자를 제한하는 가드레일 조항의 세부 규정안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투자 보조금을 받는 경우 수령일로부터 10년간 중국 등 우려국에 첨단 반도체 생산시설은 5%, 레거시(범용) 반도체는 10% 이상 확장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긍정적으로 해석하자면 중국에서의 첨단 반도체 공장도 5% 이내에서는 생산 능력을 확대할 수 있으며, '기술적'인 측면에서의 확장은 제한을 두지 않았다는 점에서 규제가 오히려 완화됐다고 볼 수 있다. 설비의 확대를 양적인 측면, 즉 반도체 웨이퍼 투입 기준으로 잡으면서 기술적인 개선으로 웨이퍼 한 장에서 더 많은 반도체를 만드는 경우는 문제가 되지 않게 됐다는 의미다.
상무부는 앞서 지난해 10월 중국으로의 반도체 생산 장비에 대한 수출통제 조치를 시행했다. 당시 첨단 반도체의 기준은 로직 반도체의 경우 핀펫 기술 등을 사용한 16나노(㎚) 또는 14나노 이하 제품으로 잡았으며, 메모리반도체는 18나노 이하 D램과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제품으로 선정한 바 있다.
이번 가드레일 조항에서의 첨단과 레거시 제품을 가르는 기준은 로직 반도체의 경우 28나노로 앞선 기준보다 상향됐으나, D램과 낸드 등 메모리반도체는 기존과 동일한 기준이 적용됐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미국 정부가 중국에서 메모리반도체 사업을 주로 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의식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상무부는 이날 이례적으로 한국, 대만, 일본 언론만 별도로 불러서 반도체 지원법과 가드레일 규정 등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 상무부가 지난달 말 공개한 보조금 지원 조건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존재한다. 상무부는 보조금 지원 접수 기업에 대해 반도체 관련 공동연구 참여, 군사용 반도체 안정적 공급 여부 평가, 수익이 예상치 초과할 경우 초과이익에 대한 공유 등의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미국이 앞서 발표한 대중국 장비 수출 규제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점도 불확실성으로 남아 있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은 1년의 유예 기간을 받아든 상태로, 올해 10월 기간이 만료되면 갱신 여부는 불투명하다. 미국 정부는 이와 같은 수출 통제 조치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으며, 이르면 내달 중 추가적인 조치가 발표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미국 내 반도체 공장 건설·운영에 대한 비용 부담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보조금을 받더라도 수익을 달성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는 점이다. 이와 관련, 로이터통신은 삼성전자의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건설 비용이 당초 예상했던 170억달러보다 80억달러 더 늘어난 250억달러 이상이 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미 상무부는 이번에 발표한 가드레일 세부규정 초안에 대해 60일간 의견수렴을 거쳐 세부 규정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이 기간 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발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향후 대응 방향을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중국 내 보유 중인 제조설비 운영에 차질이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미국 정부와 세심히 조율하고 협력해 우리 기업들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이익이 증대되도록 더 각별하게 세심하게 챙기겠다"고 했다.
전혜인·정석준기자 hye@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