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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김기현 정책주도 본격화…‘1000원 학식’ 69만명→150만명 확대
입력 2023.03.28 19:06
업데이트 2023.03.28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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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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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푸른솔문화관 학생식당에서 '1천원 아침밥'을 배식받기 위해 수저를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젊은이가 식사하는 문제만큼은 국가가 책임지는 방식으로 앞으로 계속 확대해 나가겠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8일 오전 경희대학교 학생식당을 방문한 뒤 남긴 이 말이 정부 정책으로 곧바로 구현된다. 정부는 29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청년정책조정회의에서 ‘1000원’ 학식 사업 규모를 2배 이상 확대하는 방침을 발표할 예정이다. 당장 올해부터 1000원 학식 사업을 시행하는 대학이 41개에서 66개로 늘어나고, 목표 지원 인원도 기존 69만명에서 150만명 규모로 확대된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중앙일보 통화에서 “기존 교육부 예산을 주된 재원으로 활용할 예정”이라며 “사업 규모를 대략 2배 정도로 키우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현재 7억2800만원인 지원 예산을 24억7700만원 수준으로 증액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1000원 학식 사업은 학생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학생과 정부가 1000원씩 내면 차액은 학교가 부담하는 공공사업이다. 대학가에서 호응이 좋다는 소식을 접한 김기현 대표는 지난 19일 고위 당·정·대 협의회에서 1000원 학식 실시 대학을 늘리자고 정부에 제안한 데 이어 28일 경희대 방문을 통해 1000원 학식이 실제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현장을 직접 살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27일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박대출 신임 정책위의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先) 여당 제안, 후(後) 정부 수용’이 일사불란하게 이뤄진 것은 김 대표가 그동안 강조해온 여당의 정책 주도권 회복이 본격화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전날 3선의 박대출 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정식 임명하며 “당정 협의가 지금보다 훨씬 밀도 있고 신속하게 사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같은 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법률안과 예산안을 수반하지 않는 정책도 모두 당정이 긴밀히 협의하라. 그 과정에서 국민 여론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하라”고 지시하며 여당에 힘을 실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도 “우리 당이 작년부터 집권 여당이 됐지만 당정 협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며 “모든 정책을 MZ세대, 청년의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전했다. 연이틀 김 대표가 주도하는 당정 협의에 힘을 실은 것이다.
여권의 핵심 수뇌부가 거듭 강조하면서 당정 협의는 실제 탄력을 받고 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31일 일주일에 최대 69시간까지 연장 근로를 허용하는 근로시간 개편 문제에 대해 고용노동부와 공개 당정 회의를 주재한다. 이 자리에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참석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근로시간 개편 문제는 고용노동부가 당과 충분한 협의 없이 정책을 섣불리 발표해 논란을 키운 측면이 있다”며 “정부를 질책해야 한다는 당내 의견도 적잖은 만큼 이번 기회에 제대로 점검하고 여론 숙의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6일 근로시간 개편안을 발표하기 직전까지 여당에 보고하지 않아 ‘여당 패싱’ 논란을 빚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