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사우디 감산 주도… 경기 하강으로 잡혀가던 인플레 재점화 [물가 기름붓는 원유감산]
입력: 2023-04-03 16:09
김동준 기자
기업 생산비 상승 고물가 이어질 듯
원자재 수입 급증… 무역적자 확대
올해 사상 최대 500억 달러 달할 듯
한은, 금리 인상 기조 지속 가능성
사우디 감산 주도… 경기 하강으로 잡혀가던 인플레 재점화 [물가 기름붓는 원유감산]
'OPEC 플러스'(OPEC+) 소속 주요 산유국들의 원유 긴급 감산 결정은 한국 경제에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물가와 환율을 자극하고 무역적자를 확대시킴으로써 거시경제의 건전성을 해치는 건 물론 서민 생계도 더 팍팍하게 만드는 것이다. 특히 13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무역적자를 가속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무역적자는 올들어 3월까지 224억100만달러로, 이미 지난해 연간 무역적자(477억8500만달러)의 절반 가량에 달했다.
◇무역적자 사상 최악 가능성=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3월 수출은 전년 동월보다 13.6% 감소한 551억2000만달러, 수입은 이보다 더 많은 597억5000만달러를 기록하면서 무역수지는 46억2000만달러 적자를 냈다. 이로써 수출 감소는 6개월째, 무역적자는 13개월째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게 됐다. 무역적자가 13개월 이상 지속된 것은 1995년 1월~1997년 5월 이후 처음이다. 수출도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3~8월 이후 처음 기록한 반년째 내리막이다.
3월 수입은 전년 같은 달보다 6.4% 감소했다. 작년 초부터 급격하게 오른 유가가 최근 안정되며 원유 등 에너지 수입(145억달러)이 11.1% 줄어든 영향이다. 유가 안정 추세에 힘입어 1월 126억9000만달러에 달했던 무역적자는 2월 53억달러, 3월 46억2000만달러로 축소되는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OPEC 플러스'의 이번 감산 결정으로 유가가 다시 고공행진을 이어가면 무역적자 또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를 넘어서 500억달러도 돌파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무역적자 확대는 달러 공급을 축소시켜 원·달러 환율을 상승(원화가치 하락)시킨다.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를 끌어올리게 돼 물가를 자극한다.
사우디 감산 주도… 경기 하강으로 잡혀가던 인플레 재점화 [물가 기름붓는 원유감산]
◇물가·환율에도 비상= 둔화세를 보이고 있는 물가에도 비상이다. 유가는 기업들의 제품 생산원가를 끌어올려 국내 물가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작년 7월 6.3%(전년 동월 대비)로 정점을 찍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2월 4.8%로 떨어졌다. 물가가 4%대로 낮아진 데는 석유류 가격(-1.1%)이 재작년 2월 이후 2년 만에 하락세로 전환한 게 크게 작용했다.
유가가 고공행진을 지속해 만약 물가가 다시 5%선을 상회한다면 가뜩이나 고물가로 고통받고 있는 서민 생계를 더 위협하게 된다. 또 한국은행도 물가안정을 위해 현재 연 3.5%인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행은 오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논의한다. 기준금리 인상은 총수요와 내수를 줄여 성장을 약화시키고 경기침체를 야기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주요 경제 관련 기관들이 내놓은 1% 중반 수준의 성장률도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 1%대 중반은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노동이나 자본 등 자원을 최대로 활용하였을 때 달성 가능한 성장률)인 2%대에 못 미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5%로 종전보다 0.6%포인트 낮췄다. 국제통화기금(IMF·1.7%), 한국개발연구원(KDI·1.8%), 정부·한국은행(1.6%)보다 낮은 수치다. 상반기보다는 하반기 성장률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예정처는 "5% 내외의 물가 상승률, 미국의 긴축기조 지속 가능성 등 불확실성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 협의단을 만나 "올들어 세계경제의 높은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면서도 "중국 재개방(리오프닝) 효과가 가시화하고 선진국 경제가 완만히 회복되면서 하반기 이후 우리나라 경제는 점차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준기자 blaams@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