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한국 문제는 반도체… 성장률 더 떨어질 수 있다”
황지윤 기자
별 스토리 • 12시간 전
해럴드 핑거 IMF(국제통화기금) 한국 미션단장은 18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해럴드 핑거 IMF(국제통화기금) 한국 미션단장은 18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 제공: 조선일보
“(IMF가)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을 1.5%로 낮췄지만, 이것도 낙관적입니다. 실제 성장률은 더 떨어질 수 있습니다.”
해럴드 핑거 국제통화기금(IMF) 한국 미션단장은 18일 본지와 화상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 미션단장은 IMF가 작성하는 모든 보고서에서 한국 관련 부분의 작성을 담당한다.
IMF는 이달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을 1.5%로 낮췄다. IMF는 1년 전만 해도 올해 한국 성장률을 2.9%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후 2.1%(작년 7월), 2%(10월), 1.7%(올해 1월) 등에 이어 이번까지 네 차례 연거푸 전망을 낮췄다. 한국 성장률이 1%대 이하였던 건 1990년대 이후로 외환 위기를 겪은 1998년(-5.1%), 글로벌 금융 위기 때인 2009년(0.8%), 코로나 확산 첫해인 2020년(-0.7%) 등 세 번뿐이다. 그만큼 한국 경제가 위기 상황이라는 뜻이다.
한국 정부와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 성장률을 1.6%,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8%로 내다본다. IMF 전망이 다소 비관적인 것 아니냐는 물음에 핑거 단장은 고개를 저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 올해 성장률이 1.6%를 하회할 것이라고 했다. 민간 부문에서는 1.1%까지 전망치를 낮췄다.”
핑거 단장은 한국 성장률 전망을 낮춘 이유로 “반도체 업황이 예상보다 더 안 좋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포스트 코로나로 폭증했던 소비가 주춤하고, 부동산 시장이 조정기에 접어든 것, 통화 긴축 정책 등이 영향을 미쳤다”면서도 “핵심은 반도체”라고 했다.
그는 “반도체 하강 국면은 기업의 저조한 투자, 제조업 부문의 임금, 고용 감소로 이어진다”며 “한국 성장률 반등은 반도체 사이클의 회복 타이밍과 동력에 전적으로 달렸다”고 했다.
핑거 단장은 조심스럽게 하반기엔 경기가 반등할 것으로 봤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면서도 “세계 경제는 ‘험난한 회복(rocky recovery)’을 거치는 중”이라고 했다. 핑거 단장은 “하반기부터 중국의 외부 수요가 증가하고 글로벌 반도체 사이클이 회복 국면에 접어들면서 한국의 수출과 성장률이 힘을 받을 것(boost)”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 성장률이 지난 20년간 전 세계가 익숙했던 그런 수준은 아닐 것”이라면서도 “하반기 수출 회복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