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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이라는 오래된 숙제, 이제 한 걸음씩 나아갑시다. (허은아)

 

 

 

by

허 은아

2023-04-25

5 minute read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

 

시대가 변했음을 감안해 다르게 해석해 볼 수 있다. 나의 행복이 먼저고, 다음이 가족의 행복이다. 이 시대는 나의 행복을 위해서 가정을 꾸리는 것이 필요한지를 고민하는 세상인 것이다. 수신(修身) 먼저 이뤄져야 제가(齊家)도 있고, 나라의 행복도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요즘 나라의 미래를 위해 청년들에게 출산을 장려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저출산 문제 해결의 출발은 아이를 낳아 키우겠다는 마음을 먹은 부부들을 도와주는 것이 먼저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그 사람을 닮은 아이를 낳아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살고 싶은 부부에게는 ‘과유불급’이 아니라 지나칠 정도로 과한 지원을 한다면 어떨까? 가족의 구성이 다양해진 요즘에, 기혼이든 미혼이든 비혼이든 아이를 낳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라에서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폭넓게 보장하는 차원이기도 하다.

 

 

출처: 허은아 의원실

 

 

그래서, 저출산 예산 중 일부를 아이를 낳고 싶어 하는 부부들에게 직접 지원하는 데 사용하는 방안을 찾아보면 어떨까? 매년 수십조라는 막대한 저출산 예산 중에서 일부는 효과가 중장기적으로 나타나는 정책 분야에 배정하고 나머지 일부 금액은 직접적인 출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분야에 지원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나는 단기적으로 실효를 거둘 수 있는 것으로 ‘난임 부부 지원과 초기 임신부 보호’ 두 가지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난임 시술이 필요한 부부들에게 정부가 보다 제대로 지원한다면 난임을 극복하는 부부들이 더욱 증가할 것이다. 아이를 낳아 키우고 싶어 하는 의지가 강한 난임 부부를 도와주자는 것이다.

 

2020년 통계에 따르면 22만 5천여 명이 난임으로 고통받고 있고 치료나 시술을 받지 않아 통계에 잡히지 않는 경우를 포함하면 약 30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나도 첫째 아이를 유산한 후에 난임이 되어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 그때의 경험으로 난임 치료가 매우 힘든 과정이고 비용 또한 무척이나 많이 든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당시에도 출산 의지가 있음에도 많은 부부들이 비용과 건강 악화를 염려해 난임 시술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한 난임 치료의 상황은 지금도 변한 것이 별로 없다. 지금은 난임 지원이 제도화되어 시술 비용의 일부에 대해 지원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예전에 비해서는 상황이 나아졌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난임 시술 비용은 국내 C병원의 사례를 보면, 난자 동결 시술 비용이 1회 280만 원이고 추가로 난자 보관 비용이 연간 30만 원 소요되는데 정부 지원액은 최대 110만 원에 그치고 있다. 정부에서 제대로 지원하지 않으면 상당수 난임 부부들이 이렇게 높은 비용을 지불하며 수차례 받아야만 하는 시술을 포기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난임 부부에 대한 지원 수준을 높이는 것은 지금 당장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둘째, 출산율을 실질적으로 높이는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 초기 임신부를 보호하는 적극적인 정책이 여전히 필요하다. 매년 임신 여성 중 20%가 자연유산을 하고 그중 70%는 초기 임신부에게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신 초기 여성을 보호해 자연유산율을 낮추는 일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이자는 것이다.

 

 

출처: 스포츠경향

 

나는 2010년에 ‘배가 부르지 않아도 임신부입니다’를 캐치프레이즈로 프리맘(초기 임신부) 배려 운동이라는 초기 임신부 보호 캠페인을 시작했다. 나부터가 신혼 때 첫아이를 임신한 직후 초기 임신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9주 만에 유산을 했던 아픔이 있다. 배가 불러오지 않으나 가장 위험한 시기인 초기 임신 시기의 중요성을 몰라서 유산을 했던 것이다. 그 후 나는 오랫동안 임신이 어려워 이 병원, 저 병원 돌아다니며 얼마나 심신이 허약해지고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됐는지를 경험했다. 그래서 더욱 초기 임신부에 대한 사회적인 배려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절감했고 나부터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 ‘프리맘 배려 운동’이다.

 

 

출처: 연합뉴스

 

초기 임신 때는 배가 부르지 않아 겉모습에 표가 나지 않지만 부부 모두 가장 예민할 때이고 주위에서 더 각별한 배려가 필요한 시기다. 왜냐하면, 임신 이후 배가 불러왔을 때는 몸이 무거워서 힘들지만, 유산의 확은 오히려 배가 부르지 않은 초기 임신 시기가 더 높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실제로 힘겹고 스트레스 받는 일이어서 배려석에 앉고 싶지만 배가 부르지 않으니 다른 사람들의 오해를 받을지 몰라 망설이게 된다. 여러모로 불안한 상태인데 겉보기에는 임신부 같지 않으니 가족들조차 그 고통을 모르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나는 임신을 했으나 아직 배가 나오지 않아 겉으로는 임신부인지 알 수 없는 초기 임신부들에게 핑크색 프리맘 배지를 달아 주고, 초기 임신부가 당당하게 지하철과 버스의 배려석을 만들자는 ‘초기 임신부 배려’ 캠페인을 벌였다. 이 초기 임신부 배려는 대중교통에서뿐 아니라 직장 생활에서도 마찬가지로 필요하다. 부부의 임신이 행복하고 축복받는 당당한 일이 될 수 있도록 배려 받아야 한다.

 

한 달 전, 나는 저출산의 원인을 진단하는 한 방송사 토론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각 정당의 국회의원과 전문가가 참여했지만 신문 칼럼에 나오는 수준의 내용을 벗어나지 못했다. 집값과 주거 문제, 육아와 교육이라는 험난한 장애물 등 누구나 이야기하는 원인은 있지만 해법은 없는 얘기만이 쳇바퀴 돌 듯 공전을 반복했다.

 

그래서 저출산의 중요 당사자(?)의 한 축이라 할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보기로 했다. 2023년 4월 21일, 그렇게 10명의 청년 참가자, 전문 연구자와 인구보건복지협회, 그리고 이메일과 SNS를 통해 의견을 준 많은 청년들과 함께 ‘허은아가 제대로 듣겠습니다’라는 간담회를 통해 저출산 문제의 현장으로 들어가 봤다.

 

그들의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 사회 청년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당장 가늠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높이 치솟은 집값은 20대에겐 결혼을 꿈조차 꾸지 못하는 것으로 만들었다.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 비혼 출산이란 개념조차 없는 수준이니 결혼이 없으면 출산도 없다. 결혼을 하더라도 주거 외에 아이를 건강하게 키울 수 있을까? 엄청난 사교육비 부담을 뚫고서 아이를 잘 키워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해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걱정은 아이 갖는 것을 더 큰 부담으로 만드는 것이 지금 우리의 현주소다.

 

자영업을 하든, 직장에 다니든 청년들에게 육아 부담이란 매우 높디높은 거대하고 절대적인 장벽으로 다가온다. 직장에서는 임신했다는 말조차 꺼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임신은 축하받는 일이 아니라 “앞으로 미래가 걱정”이라는 걱정 아닌 핀잔을 듣기 일쑤다. 아기를 가졌다는 하늘을 날 것 같은 행복감이, 직장에만 가면 차라리 임신했다는 말을 꺼내지 않는 것이 동료들에게 서운해하는 감정을 예방하고 스트레스를 미리 피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과 문화가 15년 전 필자가 ‘임신이 행복한 나라’ 캠페인을 하던 때와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아서 씁쓸하다.

 

육아휴직이 있다고? 여성이든 남성이든 육아휴직을 신청하면 “쟤는 승진은 포기했나 봐”라는 말을 듣게 될 것이 뻔하다. 그나마 공공부문이나 대기업은 눈치를 보면서 일지라도 가능하긴 하지만 중소기업이나 더 작은 회사에서는 언감생심(焉敢生心), 감히 꿈꾸는 것조차 생각할 수 없다.

 

이렇게 결혼과 출산, 육아에 대한 청년들의 상황과 대안을 듣다가 나는 또 한 번 놀랐다. 내가 첫 아이를 낳았을 때인 2003년에서 20년이나 지났는데도 직장에서의 결혼과 임신, 육아에 대한 인식과 태도는 여전히 그대로 멈춰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20년 전 나는 ‘아이를 낳은 부모들에게 육아를 위한 휴가를 무조건 가게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는데, 지금 또 다시 ‘출산 후 일정 기간 부모 둘 다 육아휴직을 의무적으로 가게 하면 어떨까?’를 생각하는 것이다.

 

저출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무수히 많은 정책적 대응을 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효과를 거두었다는 사례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는 그중에서도 가장 대책 없어 보이는 나라다. 우리는 이제 극단적인 저출산에 처한 우리는 지금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 것인가?

 

청년의 소득과 관련된 일자리 정책, 교육 개혁, 육아휴직 및 양육 부모 친화적인 기업 문화 개선 같은 것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한편으로는 비교적 단기적으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나는 위에서 두 가지 난임 부부 지원과 초기 임신부 보호 제안을 했다.

 

나아가 우리가 출산율을 걱정하기에 앞서 더 중요한 것은 혹시 우리 사회가 임신을 축복하는 것이 아니라 걱정하는 사회는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임신을 당당히 말하고 기쁘게 축하해 줄 수 사회를 만드는 것이 먼저다. 그래서 아이를 낳아 아이와 함께 행복한 가족을 만드는 것이 청년의 ‘행복’이 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아이를 낳아서 남부럽지 않게 키울 자신이 저절로 생기는 나라를 만드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천 원으로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허은아)

허은아의 전당대회 소회

강원 합동연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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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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