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영국 반군주제 시위대 52명 체포 "여기가 러시아냐"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별 스토리 • 2시간 전
영국 반군주제 시위대 52명 체포 "여기가 러시아냐"
영국 반군주제 시위대 52명 체포 "여기가 러시아냐"
© 제공: 한국일보
영국 찰스 3세 국왕의 대관식이 치러진 6일 영국 런던 트라팔가광장에서 반군주제 시위대가 '내 왕이 아니다(Not My King)'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영국 찰스 3세 국왕의 대관식이 치러진 6일(현지시간) 군주제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인 시민 52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시민단체는 "러시아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라면서 시위대를 강압적으로 체포한 경찰을 비판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런던 경찰은 이날 저녁 성명을 내고 대관식을 전후로 소란 행위, 공공질서 위반, 치안 방해, 공공 방해 모의 등의 혐의로 52명을 체포해 구금 중이라고 밝혔다. 버킹엄궁 앞 도로 '더 몰'에서 14명을 체포했으며 이 가운데 13명은 치안방해를 막기 위해 연행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또한 소호 지역에서 공공방해 모의 혐의로 3명을 체포했으며 이들이 대관식을 방해할 목적으로 준비한 경보기 등을 압수했다. 또 세인트제임스 공원에서 메가폰을 가지고 있던 남성도 '말들을 놀라게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체포했다. 체포된 시위대 중에는 반군주제를 주장하는 시민단체 '리퍼블릭'의 그레이엄 스미스 대표도 포함됐다. 런던 경찰은 스미스 대표를 체포했는지 확인하지 않았다.
리퍼블릭 회원 등 수백 명은 런던 중심가에 모여 '내 왕이 아니다(#NotMyKing)'라고 적힌 노란색 깃발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왕실에 들어가는 비용이 지나치게 많고 현대 입헌 민주주의에서 왕실이 차지할 자리가 없다"며 "왕 대신 선출된 국가원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폭력 시위대 다수가 체포되면서 경찰에 대한 비판이 잇따랐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경찰이 강압적으로 시위대를 체포했다"며 "영국이 아니라 러시아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리퍼블릭 측은 스미스 대표 등 주최 측 인사 6명이 대관식 시작 3시간여 전인 이날 오전 7시30분쯤 트래팔가광장에서 플래카드와 음료 등을 준비하다 경찰의 검문을 받고 체포됐다고 주장했다. 환경운동단체 '저스트스톱오일(JSO)'은 "단지 JSO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는 이유로 20명이 체포됐다"고 주장했다. 동물보호단체 '애니멀라이징(AR)'도 대관식장에서 떨어진 곳에서 행사와 관계 없이 비폭력 시위를 벌이는데도 경찰에 체포됐다며 "이는 언론의 자유에 대한 전체주의적 탄압"이라고 성토했다.
앞서 경찰은 대관식 직전인 지난 3일 도로·철도 등을 막는 시위대를 최대 12개월 징역형에 처할 수 있게 한 공공질서법을 발효하고, 군주제 반대 시위를 계획하는 단체에 경고문을 보내 논란을 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