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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호의 정치박박] `민주주의`가 반문명·극단 진영논리 포장지인가

 

 

입력: 2023-05-19 23:29

한기호 기자

 

 

 

'김남국 코인' 규명? 진영논리 기댄 野

'면피 회전문' 탈당…늑장·반쪽 징계안

"국힘보다 도덕적"…돌연 투기불감증

장외 진영논리 대변단체 활개에도 눈살

시민 앞세운 노총 정치집회, 시민 민폐

人命 이중잣대는…진영논리 무마 안돼

 

 

[한기호의 정치박박] `민주주의`가 반문명·극단 진영논리 포장지인가

 

 

지난 5월18일 배승희 변호사가 페이스북에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을 가평휴게소에서 포착했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공개한 사진(왼쪽). 지난 5월17일 민주당 당직자가 국회 의안과에 수십억원 미공개 코인 보유 의혹으로 탈당한 김남국 의원 징계안을 제출하는 모습(오른쪽).<배승희 변호사 페이스북·연합뉴스 사진 갈무리>

 

 

 

 

민주주의, 인권, 약자 등을 앞세운 '겉포장 정치'가 밑천을 드러낸 것도 모자라 야만(野蠻)의 영역으로 넘어가고 있다. 100만원도 절박하다던 자타칭 짠돌이 초선의원이 '수십억원대 미공개 가상화폐 거래' 정황이 드러난 열흘 뒤 "부당한 정치 공세"를 호소하며 '잠시 탈당'을 선언했다. 국민더러 보라고 써놨을 공개 페이스북 글로 '염장 지르기'를 했다. 친정 더불어민주당에선 헌법재판소도 인정한 '원조 위장 탈당' 의원, '부동산 축소신고 유죄' 의원(최고위원회 승인), '수천만원 뇌물 유죄' 전직 의원들이 복당하고,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수혜 의혹의 전직 당대표와 연루 의원들은 막 탈당한 참이다. 탈당으로 '면피 회전문'을 돌리고 있다. 그나마 탈당·출당을 엄중한 문책의 신호로 여기던 컨센서스는 이들 자신이 파괴해버렸다.

 

최근의 코인 파문은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본다. 김남국 의원은 공시 물량을 한참 초과발행해 상장폐지되고, 수많은 청년들은 다단계 사기 식으로 돈을 잃었을 '위믹스 코인'을 언제 얼마에 매수·매도해 기가 막히게 이익을 실현했는지 등 근본적 질문은 외면하고, 김건희 여사·한동훈 법무장관을 끌어들인 물타기나 언론보도 겁박 언사로 일관했다. 당내 진상조사를 자청하는 듯하더니 의혹 열흘 만에 탈당. 미적대던 민주당은 "법적으로 탈당을 막을 방법이 없다"며 팔짱을 꼈다. 장예찬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지적한대로 "반성이 아니라 날개를 달아주는 탈당" 사례로서 전무후무하다. 당을 떠났다는 핑계로 진상조사·윤리감찰을 멈춰 세웠고, 핵심자료도 내지 않았고, '가상자산 매각 권유'도 백지화시켰다. 의원직 사퇴론에도 잠행할 뿐이다.

 

지난 14일 김 의원의 탈당으로 '김 빠진' 민주당 쇄신 의원총회 직후, 박광온 원내대표는 "탈당으로 모든 일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추가 조사가 필요한 부분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겠다. 엄정한 조사 후 징계하는 원칙을 확립하겠다"고 했었다. 불과 이틀 뒤 민주당은 김 의원 협조 없이 진상조사가 어렵다고 번복했다. "증거인멸이 아니라 증거보존"이라던 혹자의 궤변을 닮은 "압수수색 방어권" 주장을 용인한 듯하다. 17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지시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낸 김 의원 징계안은 이태원 참사 등과 관련한 '상임위 활동 시간에 코인 거래를 한 책임'을 묻겠다는 곁다리뿐이었다. 여당의 공동발의 요청엔 사실상 어깃장을 놨다. 윤리특위는 위원장조차 민주당 몫인 데다, 제 기능을 한 적이 없으니 기대할 만한 부분이 없다.

 

최근 민주당의 여론전에선 반성의 기색이 희박하다. 양이원영 의원은 19일 SBS라디오에서 김 의원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로 인해 굉장히 마녀사냥하듯이 여론재판이 막 이뤄졌다"고 옹호했다. 사실확인은 당에서 무산시켰다. 공당의 도덕 파탄 비판에도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도덕적 비교우위가 있다"고 전제를 했다. 집 2채 보유조차 투기로 몰던 집권시절과 달리 '투기 불감증'이 왔는지 "코인 투자 자체를 비도덕적이라고 얘기할 거냐"고 따지기도 했다. 서영교 의원은 MBC 방송에 출연해 "(김 의원의) 아무도 알 수 없는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지난해 초 코인 거래소→금융정보분석원(FIU)→검찰 순으로 이상거래가 통보돼 수사해온 사안인데 번지수가 틀렸다. 차라리 계좌영장 청구를 기각한 법원에 의문을 가지면 몰라도.

 

[한기호의 정치박박] `민주주의`가 반문명·극단 진영논리 포장지인가

지난 5월17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 도로에서 '노동자, 서민을 죽음으로 내모는 윤석열 정권 퇴진 결의대회'를 마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여의도 밖은 한층 가관이다. 한동훈 법무장관은 시민사회 간판을 앞세운 참여연대의 공직자 퇴출 낙인에 "특정 진영을 대변하는 정치단체"라고 받아친 바 있다. 실제로 그 단체가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 3관왕'에 장관급 요직자들을 대거 배출한 본산이니, 혹자들은 '피로감' 타령으로 무마하려 한다. 종교계에도 닮은 사례가 있다. 윤석열 정권 퇴진을 요구해온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소속 한 신부는 SNS로 "누구든지 욕망이 없는 자, 김남국에게 돌을 던져라", "진보는 돈 벌면 안 되는가", "김남국은 힘내라. 민주당 개혁을 위해 끝까지 싸우라"라는 등 세속정치에 함몰된 언사를 내뱉었다. 가상자산을 공직자 재산등록 대상에 포함시키는 법안을 낸 민주당 의원에 "친문(親문재인) 완장 찬 X맨"이라니 친명(親이재명)계 대변인으로 보일 정도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반(反)문명적 행태도 좌시할 수 없는 폐해다. 지난 16일 민주노총 건설노조원 약 2만5000명이 서울 중구 세종대로 4개 차로를 점거하고 '열사정신 계승 전국건설노동조합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어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고 하루가 멀게 노동자·시민이 죽어가고 있다. 윤석열 정권을 끌어내려야 한다"고 했다. '건폭' 수사 등을 "노동탄압"으로 규정하면서다. '노란봉투법'으로 연대 중인 박주민 민주당 의원과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 야당 국회의원들이 집회에 동참했다. 주최측은 당일 집회 신고 시각(오후 2~5시) 이후로도 핼러윈 참사 추모문화제를 명분으로 해산을 거부했다. 무법집회에 이어 서울광장과 청계광장, 동화면세점 앞 인도를 점거하고 노숙했다. 이튿날까지 1박2일 집회를 강행하며 교통 장애, 100톤의 쓰레기, 술판의 흔적인 오물투기 피해는 시민 몫이 됐다.

 

[한기호의 정치박박] `민주주의`가 반문명·극단 진영논리 포장지인가

지난 5월17일 오전 출근시간대 시민들이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전날(16일) 총파업 결의대회 후 집회 해산명령을 거부하고 노숙한 민주노총 건설노조원들을 지나치고 있다. 이날에도 건설노조를 포함한 민주노총은 오후 2시 숭례문 앞에 집결해 결의대회를 열고 삼각지역까지 행진했다.<연합뉴스>

 

 

 

이들은 인명(人命) 희생 이중잣대 논란에도 휩싸여 있다. 민주노총은 이달 초 분신사망한 양회동 강원건설노조 3지대장을 열사(烈士)로 칭하며 "윤석열 정권이 우리의 동지인 양회동을 죽였다"고 해온 터다. 고인은 건설 공사 현장 5곳에서 공사를 방해하겠다는 취지로 협박해 8000여만원을 받아낸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된 노조 간부 4명 중 1명이었고, 유서를 남겼다고 한다. 분신사건 보름 뒤(16일) 조선일보는 '건설노조원 분신 순간, 함께 있던 간부는 막지도 불 끄지도 않았다' 인터넷판 보도로, CCTV 추정 영상 캡처를 덧붙여 문제를 제기했다. 요컨대 양씨가 지난 1일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분신하기 전 노조 상급자 A씨가 불과 몇미터 거리에 있으면서도, 고인이 몸에 인화물질을 붓고 불을 붙이기까지 약 30초와 그 이후로도 물리적인 제지나 구조신고를 하지 않았단 것이다.

 

이는 보수성향 청년단체 신(新)전대협이 A씨를 자살방조죄로 고발한 계기가 됐다. 친민주노총 진영 매체들은 프레임 씌우기라며 '인간성 상실' 등 비난을 쏟아내지만, '사실관계'에 대한 반박을 찾아보긴 힘들다. 어떤 신문은 강릉경찰서 관계자의 말을 빌려 해당 기자가 서에 연락한 적도 없다고 보도했지만, 당사자는 강릉경찰서 형사과 형사팀 등에 연락한 십수건의 통화내역 캡처를 공개했다. 진실공방 여지는 있지만 A씨나, 사건 당일 고인이 "기사거리가 있다"며 불렀다는 특정 방송사 기자 등을 조사하고도 강릉경찰서가 자살방조 혐의로 입건하지 않았단 건 분명해 보인다. 관련 보도가 없었다면 '물리적으로 막을 수 없는 죽음이 아니었다'는 정황이나 '막을 수 있는' 위치에 있던 당사자들이 정치적 반대자들을 도덕적으로 깎아내릴 자격이 없다는 점도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한편 혈세로 지원금을 받기도 했던 민주노총이 국민에 "민폐노총"으로 각인될 장외 정치에 골몰하고 있을 상황인지도 의문이다. 특히 지난 10일 국가보안법 위반(간첩, 특수잠입·탈출, 회합·통신, 편의 제공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민주노총 조직쟁의국장 등 전현직 간부 4명은 19일 북한 3대(代) 독재자 김정은을 "총회장님"으로 지칭하는 '충성맹세문'을 수차례 보낸 정황이 공소장에 적시됐다.

 

노동계급투쟁론자들은 건폭 혐의나 간첩 혐의 수사에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해"라고 하지만, 같은 체제와 국가에서 살아가는 시민들이 느끼는 불편과 위협은 보이지 않는 듯하다. 나 아닌 다른 개인(個人)의 권리를 좀먹는 방식으로 이득을 좇는 건 '극단이기주의'지 민주주의가 아니다. 절대선(善)을 강변하며 진영논리에 기댈수록 국민에 더 적나라하게 실체가 드러나 심판받게 될 것이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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