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기획] 깡통전세 역대급 폭탄 터진다
입력: 2023-05-30 15:04
이미연 기자
역전세 위험상태 등 118만 가구
경기·인천 전세 절반 위험 노출
입주 물량 증가도 '엎친데 덮쳐'
올 하반기부터 대한민국이 여태 경험하지 못했던 '역대급 깡통전세·역전세난'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기존 전세가격이 현 매매가격보다 높은 '깡통전세 위험가구'와, 기존 전세보증금보다 현재 시세가 낮아진 '역전세 위험가구'가 총 118만가구가 나올 수 있다는 통계가 나온 것이다. 이렇게 '빨간 불'이 켜진 부동산 지표들은 주택가격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과 함께다.
30일 한국은행의 '깡통전세·역전세 현황 및 시사점'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잔존 전세계약 중 깡통전세 위험가구는 16만3000가구(8.3%)로 작년 1월(5만6000가구) 대비 3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역전세 위험가구 수도 102만6000가구(52.4%)로 50만가구 넘게 늘었다.
지역별 깡통전세·역전세 위험가구 비중은 서울보다는 경기와 인천, 비수도권에서 높았다. 서울의 깡통전세와 역전세 비중은 각각 1.3%(7000가구), 48.3%(27만8000가구)였다. 반면 비수도권은 각 비중이 14.6%(9만7000가구)·50.9%(33만8000가구)였으며, 경기·인천은 6.0%(4만3000가구)·56.5%(40만6000가구)에 달했다.
역전세 비중이 50%를 넘어선 경기·인천과 비수도권의 전세집 2가구 중 1가구는 역전세 위험에 노출된 것이다.
4월 기준 깡통전세의 매매시세는 기존 전세보증금보다 평균 2000만원, 역전세의 경우 시세보다 7000만원 정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위험 상위권으로 갈수록 금액도 커진다. 깡통전세 상위 1%는 집값하락으로 현 매매가격이 기존 전세가보다 최대 1억원이나 낮았고, 역전세 상위 1%가 세입자에게 돌려줘야하는 전세보증금 차이는 3억 6000만원까지 벌어졌다.
향후 전망은 더 암울하다. 4월 기준으로 파악된 깡통전세와 역전세 계약 건들이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에 대부분 만기가 도래하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찾아오는 깡통전세와 역전세는 각각 72.9%와 59.1%로 분석됐다. 전월세신고제가 아직 계도 기간이기 때문에 실제 깡통전세·역전세 위험가구 규모는 추정치보다 클 가능성이 높다.
깡통전세와 역전세의 증가는 전세보증금 미반환 리스크를 확대시키는 한편으로 주택시장의 하방압력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세시장 불안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임대인들이 기존 전세보증금을 반환하기 위해 보유주택을 매도할 경우 주택매매가격의 하락 압력이 커질 수 있다. 특히 주택시장 호황기에 크게 늘었던 갭투자 물량이 역전세 하에서 점차 만기도래하고 있는 점도 주택시장의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역대급 입주물량도 복병이다. 올 하반기 아파트 입주 물량만해도 16만6000여 가구로, 빌라 등의 주택까지 합쳐진다면 이 수치는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입주 물량이 그야말로 폭탄 수준으로 매물 증가로 인한 전세가 하락도 예상된다. 낮아진 전세 시세 여파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해 집주인들이 집을 매매로 내놓는 케이스가 늘어난다면 매물 증가로 매매가격 역시 동반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제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 집주인과 세입자 간의 분쟁도 예상된다.
여경희 부동산R114 연구원은 "임대인들이 기존 전세보증금을 반환하기 위해 보유주택을 매도하는 등 매물이 늘어나는 한편 올 하반기부터 역전세와 입주물량 쏠림, 경기 침체, 가계부채 등의 문제들이 부동산 경기의 하방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시장의 매수 심리를 크게 위축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