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비즈
정책
반도체 가격 하락에 韓 교역조건 25개월 연속 악화
반도체 불황 지속
수출가격 큰 폭 하락
한은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모습”
이재은 기자
입력 2023.05.31 12:00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부진이 이어지면서 우리나라 교역조건이 25개월 연속 나빠졌다. 반도체 가격 약세로 수출품 가격이 수입품 가격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교역조건이 악화한 영향으로 이달 1~20일 기준 무역수지도 43억달러 이상의 적자를 냈다.
한국은행이 31일 발표한 ‘2023년 4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의 교역조건을 나타내는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1년 전보다 0.5% 내린 83.86으로 집계됐다. 25개월 연속 하락했다. 이는 교역조건이 28개월 연속 내렸던 지난 2017년 12월~2020년 3월 이후 최장기간이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3월15일 경남 창원시 반도체 소부장 기업인 해성DS 창원사업장을 방문해 반도체 기판 생산시설 등을 둘러봤다. / 뉴스1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3월15일 경남 창원시 반도체 소부장 기업인 해성DS 창원사업장을 방문해 반도체 기판 생산시설 등을 둘러봤다. / 뉴스1
반도체를 포함한 주요 수출품목의 가격이 하락한 영향으로 지난달 수출가격(-13.2%)이 수입가격(-12.8%)보다 더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한국은행은 설명했다. 지난달 기준 D램(DRAM)∙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1년 전과 비교해 50% 이상 떨어졌다.
1단위를 수출한 대금으로 살 수 있는 수입품의 양을 뜻하는 순상품교역조건지수가 100 이하라는 것은 수입품에 비해 수출품이 상대적으로 제 가격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순상품교역조건지수 하락폭(-0.5%)이 지난달(-5%)과 비교해 크게 축소되면서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서정석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물가통계팀장은 “원유, 천연가스 등 국제 에너지 가격이 안정되면서 지난달 순상품교역조건지수 하락폭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수출물량지수와 수출금액지수도 동반 하락했다.
수출물량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2% 내린 116.57을 기록했다. 2개월 연속 하락세다. 반도체를 포함한 컴퓨터·전자및광학기기(-17.8%)를 중심으로 달러 기준 수출 가격이 13.2% 하락한 영향이 컸다.
달러 기준 수출금액지수는 16% 하락한 118.32였다. 7개월 연속 하락했다. 반도체 등 컴퓨터·전자및광학기기(-38.8%), 석탄및석유제품(-27.3%) 등의 수출금액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물량지수는 120.22로 같은 기간 0.9% 내렸다. 컴퓨터·전자및광학기기(-10.1%), 광산품(-4.4%) 등이 하락세를 주도했다. 수입금액지수는 13.5% 하락한 145.5로 집계됐다. 수입물량지수와 수입금액지수 모두 2개월 연속 하락했다.
한편 수출 총액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나타내는 소득교역조건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7% 하락한 97.76으로 나타났다. 수출물량지수(-3.2%)와 순상품교역조건지수(-0.5%)가 모두 내린 영향이다. 15개월 연속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