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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원외교위원장 “한국, 마이크론 대체하지 말라”
김도영 기자 peace1000@kbs.co.kr
입력 2023.06.03 (07:33)수정 2023.06.03 (07:55)국제
미국 반도체기업 마이크론의 제품을 금지한 중국에 맞서는데 한국이 동참해야 한다는 요구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반도체를 계속 생산하려면 사실상 미국 정부의 허가가 필요한 한국 기업에 대한 압박이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입니다.
마이클 매콜 하원 외교위원장과 마이크 갤러거 하원 미중전략경쟁특위 위원장은 현지시각 2일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에게 “일본과 한국의 기업들이 마이크론이 잃은 시장 점유율을 가져가지 않도록 일본과 한국과 협력해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습니다.
이들은 홈페이지에 공개한 서한에서 “상무부는 중국의 금수 조치를 타파하기 위해 미국의 협력국과 동맹국을 결집해야 한다”며 “우리는 일본과 한국의 기업들이 마이크론이 중국의 부당한 보이콧으로 잃은 매출을 가져가 마이크론을 약화하지 않도록 신속히 일본과 한국 정부와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은 중국이 지난달 21일 보안 위험을 이유로 자국 중요 정보기술(IT) 인프라 운영자의 마이크론 제품 구매를 금지하자 이를 경제적 강압으로 규정하고 동맹과 함께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후 미국 의회와 학계에서는 마이크론과 함께 메모리 반도체 선두주자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의 마이크론 금지를 자사의 중국시장 점유율을 늘리는데 이용하지 말고 미국을 도와야 한다는 요구가 부상하고 있습니다.
두 위원장은 서한에서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의 장영진 1차관을 거론하면서 “하지만 장 차관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마이크론의 시장 점유율을 채우는 것을 막기 위해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장 차관은 지난달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마이크론 문제와 관련해 “기업이 판단할 문제”라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글로벌사업을 하니 양쪽을 감안해서 잘 판단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두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한국 정부가 중국의 마이크론 금지로 인한 시장의 공백을 한국 기업들이 채워도 된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해 보도하면서 논란이 됐습니다.
이후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에 장 차관의 발언은 ‘우리 기업들이 대응 방향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는 원론적인 취지였고 한국 정부의 대응 계획을 밝힌 게 아니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시각이 부담스러운 것은 한국 반도체 기업이 앞으로도 중국 공장을 원활하게 운영하려면 미국 정부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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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에서 이같은 주장이 나온 게 처음은 아니지만 미국 외교정책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하원 외교위원장 입에서 나왔다는 점은 무게가 남다르입니다.
매콜 위원장의 지역구인 텍사스주 오스틴에 삼성전자 공장이 있는데도 삼성전자에 부담이 될 주장을 했다는 점에서 미국 의회에서 마이크론 사태에 대한 한국의 대응을 바라보는 기류가 심상치 않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외교가에서는 로비력이 막강한 마이크론이 한국 기업을 견제하기 위해 의회를 활용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앞서 갤러거 위원장은 지난달 23일에도 성명을 내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마이크론의 빈자리를 채워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며 한국이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함께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사진 출처 :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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