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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하이밍 발언에…박진 "도 넘었다, 대사 역할은 우호증진"

 

 

김광태 기자

입력: 2023-06-09 15:56

 

 

 

 

싱하이밍 발언에…박진 "도 넘었다, 대사 역할은 우호증진"

 

 

박진 외교부 장관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아프리카 국가인 레소토의 레조니 음포조아니 외교국제관계부 장관, 맛자토 모테아네 공공사업교통부 장관 등 대표단과의 면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진 외교부 장관이 9일 한중관계에 대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발언을 두고 "도를 넘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외교부 경제안보외교센터 개소 1주년 기념 포럼에서 싱 대사 발언에 대한 평가를 묻는 기자들에게 "외교 관례라는 게 있고 대사의 역할은 우호를 증진하는 것이지 오해를 확산하면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외교부는 싱 대사를 초치하고 엄중경고했다.

 

싱 대사는 전날 저녁 대사관저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일각에선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데 베팅을 하고 있다"며 "이는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자 역사의 흐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단언할 수 있는 것은 현재 중국의 패배를 배팅하는 이들이 반드시 후회한다는 점"이라고도 말했다.

 

싱 대사의 '미국 승리, 중국 패배 베팅' 발언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애용하는 표현을 '패러디'한 듯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부통령 재직 시절인 2013년 12월 방한해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만나 "It's never been a good bet to bet against America"라고 말했고, 이는 "미국의 반대편에 베팅하는 것은 절대 좋은 베팅이 아니다"로 통역됐다.

 

버락 오바마 당시 미 행정부가 추진한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Pivot to Asia) 정책에 대한 의지를 믿어달라는 취지였다는 것이 미국 측 해명이었지만, '미중 경쟁에서 미국이 아닌 중국에 배팅해서는 안 된다'는 속내를 담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되면서 논란을 불렀다.

 

바이든 대통령의 '베팅 발언'은 지난해 5월 서울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다시 나왔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회담 뒤 열린 공동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10년 전과 거의 같은 문장(It's never a good bet to bet against the United States of America)을 언급했다. 이어 지난해 11월 미시간주 SK실트론CSS 공장 방문 당시에도 같은 말을 했으며, 지난 2월 미 의회 국정연설에서도 "미국을 상대로 베팅하는 것은 결코 좋은 베팅이 아니다"라고 다시 경고했다.

 

게다가 공교롭게도 싱 중국대사의 발언과 거의 동시인 8일(현지시간) 공개된 바이든 대통령의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 제목도 '절대 미국 경제에 반(反)해 베팅하지 말라'였다. 미중 간의 승패를 언급한 싱 대사 발언은 결국 '중국은 미국에 지지 않는다'는 뜻이고, 더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중국이 미국을 이긴다'는 의미로 들릴 수도 있다.

 

따라서 미중 관계를 경쟁·갈등으로 규정하는 것과 '신냉전'에 반대한다고 누차 천명해온 중국 정부 공식 입장과도 미묘하게 결을 달리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대사가 주재국 정부를 이처럼 노골적으로 비판한 것은 외교적으로 이례적일 뿐만 아니라 대단히 부적절하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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