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대정부질문은 이런 것”...한동훈·류호정, 비동의강간죄 치열한 공방
김동하 기자
입력 2023.02.09. 10:17
업데이트 2023.02.09. 14:24
8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동훈(왼쪽) 법무부 장관이 류호정 정의당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국회 영상회의록시스템
8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동훈(왼쪽) 법무부 장관이 류호정 정의당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국회 영상회의록시스템
8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류호정 정의당 의원 질의에 답했다./TV조선
8일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야당 의원들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곳곳에서 충돌하며 설전을 벌였다. 이날 대정부질문 주제는 교육·사회·문화 분야였지만, 야당 의원들 질의는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수사와 관련한 질문에 집중됐다. 이런 가운데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한 장관과 비동의 강간죄 등을 놓고 ‘정책 질문’에 집중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비동의강간죄 도입 등 매우 휘발성 강한 이슈를 두고 논쟁을 했지만 양측 모두 비아냥이나 윽박지르기, 조롱은 없었다. 의견 차이가 드러났지만 두 사람은 상대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접점을 찾아보려고 했다.
류 의원은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 장관이 답변하기 위해 단상으로 나오자 “내내 바쁘신데, 저는 김건희 여사나 천공 얘기 같은 건 안 하고 정책 질문만 할 테니까 너무 전투력 발휘 안 하셔도 될 것 같다”고 했다. 역술인 ‘천공’의 대통령 관저 결정 개입설 등과 관련한 질문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 장관은 류 의원 발언에 미소로 화답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하지만 류 의원이 본격적인 질문에 들어가자, 두 사람 간에는 정책을 놓고 설전이 이어졌다.
◇1라운드 공방은 신당역 살인사건
첫 주제는 작년 9월 발생한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이었다. 류 의원은 “지난 9월 대정부질문에서 한 장관은 제 질문에 젠더 폭력 범죄 근절 의지를 밝히며 파격적인 조치를 하겠다 약속했는데 반년 동안 무엇이 달라졌나”라고 했다.
한 장관은 “제시카법(아동 대상 성범죄자, 학교 등 500m내 거주제한)을 2월에 발의할 것이고 사후치료감호제로 성범죄를 연속적으로 하는 사냥꾼 같은 몬스터들 다시 잡아넣을 수 있게 할 것”이라고 했다. 또 “스토킹 처벌법 개정안을 냈고, 온라인 스토킹에 대해서도 형사처벌 규정을 만드는 내용을 신설했다”고 했다.
류 의원은 “저도 그 핵심 추진 과제를 봤지만, 내용이 많다고 다 잘 되는 게 아니지 않나”라고 했다.
◇ 2라운드 공방은 비동의 강간죄
두 사람은 비동의 강간죄를 놓고 2라운드 공방을 펼쳤다. 비동의 강간죄는 형법상 강간죄 성립 요건을 ‘폭행·협박’이 아닌 ‘동의 여부’로 판단하는 내용으로 여성가족부가 최근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가 논란이 일자 철회했다.
류 의원이 “한 장관께선 비동의강간죄 도입을 반대하느냐”고 묻자, 한 장관은 “먼저 성범죄 피해자를 위해서 굉장히 그편에 서는 입장이라는 것을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이 법을 도입하면 동의가 있었다는 입증 책임이 검사가 아니라 해당 피고인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며 “그렇게 되면 범죄를 의심받는 사람이 상대방이 동의가 있었다는 걸 법정에서 입증하지 못하면 억울하게 처벌받게 되는 구도가 된다”고 했다.
한 장관은 “이 법 조항을 도입했을 경우 억울한 사람이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저는 이 논쟁을 막자는 게 아니라 이제부터 여러 가지 사회적 논의를 하고 건설적인 토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다만 너는 어느 편이야라고 평행선을 긋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내용을 가지고 서로 건설적인 토론을 해서 국민들이 공론을 형성해 가면 될 문제”라고 했다.
한 장관이 해외 사례를 들어 한동안 설명을 이어가자, 류 의원은 “속이 시원하신가요”라고 했고, 한 장관은 “가볍게 얘기했다”고 답했다.
류 의원은 “저도 반대 측 입장을 충분히 듣고 서로 건설적인 토론을 해야 이 법안이 통과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발의자로서 굉장히 절실한 마음이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 장관은 “저는 의원님 유튜브 4개 그것도 다 봤다”며 “보면 굉장히 어려운 사안들이 있는데 참고로 그중 감자탕 사건은 현행법으로 유죄가 확정된 것이다. 그것 때문에 비동간이 필요하다는 논의는 조금 안 맞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자 류 의원은 “다음에 토론회 열 테니까 그때 법무부에서 꼭 나와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두 사람은 이후에도 6분여간 비동의 강간죄와 관련한 ‘입증책임’ ‘판례’ ‘해외 사례’ ‘성범죄 입법’ 등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김동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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