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KBS, `돈봉투 의혹` 송영길 출연시켜 정부 비판...여당, "좌파본색 드러내"
강현철 기자
입력: 2023-06-17 09:11
송영길, "검찰 독재 정권" 발언 생중계...돈봉투 사건은 언급조차 안해
국민의힘 "눈 뜨고 볼 수 없는 국민기만쇼", "수신료 영구 폐지 끝까지 관철 요구"
한동훈, '셀프 출두' 송영길에 "마음 급해도 절차 따르시길"
정부와 시청료 분리 징수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공영방송 KBS가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피의자 송영길 전 대표를 전직 민주당 대표 신분으로 출연시켜 검찰과 정부를 비판하게 했다. 핵심 피의자인 송 전 대표가 "검찰 독재 정권"이라고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발언은 그대로 생중계됐다. 공영 방송으로서 최소한의 방송 윤리조차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으며, 국민의힘은 KBS가 좌파본색을 드러냈다고 밝혔다.
KBS 2TV '더 라이브'는 15일 밤 전직 양당 대표들로부터 현 정국에 대한 훈수를 듣는다는 취지로 송 전 대표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를 생방송에 30분 넘게 출연시켰다. 방송에서 송 전 대표는 "민주당의 위기가 뭐냐"는 질문에 "국민을 대신해 제대로 싸우고 있지 않다는 것"이라며 "이 검찰 독재 정권의 무지막지한 국정 독단에 대해 싸워야 할 것 아니냐"고 했다. 진행자가 "본인 관련 얘기 아니냐"고 하자 송 전 대표는 "내 얘기 아니다. 국민을 대변해서 하는 것"이라며 서로 웃고 농담했다.
생방송 내내 송 전 대표의 돈 봉투 사건은 언급되지 않았다. 진행자가 먼저 "본인 관련 사안은 이야기하지 말라"고 했다. KBS 스스로 송 전 대표 출연의 부적절성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지적이다.
검찰은 2021년 전당대회에서 돈 봉투를 돌린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민주당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최근 국회에서 부결된 이후 돈 봉투를 받은 것으로 지목된 민주당 의원들과 송 전 대표를 순차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마치 돈 봉투 사건이 애초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송 전 대표가 아무렇지도 않게 검찰을 비판하고 현 정국에 훈수를 두도록 KBS가 판을 깔아준 것은 사실상 국민을 기만한 것"이라고 했다. "공영 방송에서 범죄 혐의자를 출연시켜도 되느냐" "이런 방송 패널이 제정신인가. KBS는 국민을 무시하느냐"는 비판 댓글도 달렸다.
송 전 대표는 방송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이분'이라고 칭하며 "이분이 아직 대통령이 아니고 검사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며 "(이재명 대표를) 피의자로 완전히 취급하고 배제하는 거 아니냐. 검사가 수사 대상을 바라보는 식으로 야당 대표를 인정하지 않는 자세는 큰 문제"라고 했다.
송 전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득표 차가 역대 최소 0.76%였다는 점을 거론하며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2.3% 득표를 합하면 프랑스처럼 결선 투표제가 있었다고 한다면 윤석열 후보는 대선에서 패배한 것"이라며 "현재 민주당 지지도가 국민의힘보다 10%포인트 높지 않느냐"고도 했다.
송 전 대표는 이날 정부의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에 관해 "한일 회담 밀약을 맺은 것 같다"고 했고, 이재명 대표를 만난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가 "중국 패배 베팅은 잘못"이라는 부적절한 발언을 한 데 대해선 "여권이 이 대표가 보기 싫으니까 이 기회에 이 대표와 야당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한중 관계를 과도하게 이용했다"고 하는 등 정치 현안 전반에 대한 개인 소신을 제약 없이 생방송에서 쏟아냈다.
이에 대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은 16일" KBS가 좌파본색을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15일) KBS 더라이브가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에 연루된 송 전 대표와 보수진영 내부 총질을 남발하는 이 전 대표를 패널로 불러 방송했다"며 "눈을 뜨고 볼 수 없는 '국민기만쇼'"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두 전 대표는 방송 내내 사회자와 함께 대통령과 여당의 외교정책을 한목소리로 비난·조롱했다"며 "이러니 국민 96% 이상이 시청료 분리 징수에 찬성할 뿐 아니라 '시청료 폐지'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간 진보 80%, 보수 20% 수준으로 심각하게 기울어진 KBS의 패널 불균형 문제에 대해 반성하긴커녕 더 노골적으로 편파·왜곡·조작 방송을 저지르고 있다"며 "KBS 수신료 분리 징수가 기정사실로 되자 대놓고 좌파 본색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민들은 KBS의 방만경영·조작방송을 정상화하기 위해 수신료 분리 징수를 넘어 수신료 영구 폐지를 끝까지 관철할 것을 명령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공정미디어위원회도 "(KBS가) '편파 방송'의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며 이 전 대표와 송 전 대표 패널 섭외를 취소하라고 성명을 낸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해당 성명을 다룬 기사를 공유하고, "뭐가 풍년이네요"라며 "이따위 성명 내는 걸 보고 모든 방송 섭외에 예외 없이 응하기로 했다"고 비꼬았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대표가 '당이 죽었다' 등 표현으로 비판한 것에 대해 "그분은 계속 그런 기조로 말해왔고, 그 연장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검찰에 두차례나 자진 출석한 송영길 민주당 전 대표를 향해 "마음이 다급하더라도 수사 절차에 따라 응하면 될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강현철기자 hckang@dt.co.kr
KBS, `돈봉투 의혹` 송영길 출연시켜 정부 비판...여당, "좌파본색 드러내"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7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자진 출석 뒤 검찰 관계자와의 면담이 이뤄지지 않자 되돌아가고 있다. 송 전 대표는 이날 검찰 관계자와의 면담 불발 뒤 검찰청 앞에서 입장 발표를 하고 1인 시위를 벌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