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尹 수능 발언에 일타강사들 폭발…“섣부른 개입, 문제 해결책 아닌 원인”
권준영 기자
입력: 2023-06-18 01:08
尹 대통령 “공교육 교과과정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수능 출제서 배제해야” 후폭풍
“대학 전공 수준의 비문학 문항 등 공교육 교과과정서 다루지 않는 문제 다루면 사교육에 의존”
대치동 일타강사들 “애들만 불쌍하다” 강력 반발 조짐
(왼쪽부터) 이다지 역사강사, 윤석열 대통령, 현우진 수학강사. <디지털타임스 DB,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5개월여를 앞둔 상황에서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를 출제해선 안 된다고 지시한 것을 두고 정치권 및 교육계 등에서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현우진, 이다지, 이원준 등 사교육계를 대표하는 이른바 '일타 강사'들은 일제히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하고 나섰다.
18일 정치권 및 교육계 등에 따르면, 수학영역의 현우진 강사는 지난 16일 자신의 공식 인스타그램에 관련 언론보도를 공유하며 "애들만 불쌍하다"고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웠다. 현우진 강사는 "그럼 9월하고 수능은 어떻게 간다는 것인가"라며 "지금 수능은 국수영탐 어떤 과목도 하나 만만치 않고, 쉬우면 쉬운 대로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혼란인데 정확한 가이드를 주시길"이라고 직격했다.
현 강사는 이번 윤 대통령 발언으로 인해 학생들 사이에서도 갈피를 못 잡겠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을 두고, 학생들을 향해 난이도 예측이 불가능하니 모든 시나리오를 다 준비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매번 말씀드리듯 6·9월(모의평가), 수능은 독립 시행이니 앞으로는 더 뭐가 어떻게 어떤 난이도로 출제될지 종잡을 수 없으니 모든 시나리오 다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 EBS 꼭 챙겨서 풀어야 한다"면서 "여러분이 학습하는 자료의 문제가 아니라 평소 받아들이는 태도의 문제가 커지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현 강사는 "비판적인 사고는 중요하지만 적어도 테스팅에서는 모든 것이 나올 수 있다는 비 비판적인 사고로 마음을 여시길"이라고 덧붙였다.
역사영역의 이다지 강사는 "학교마다 선생님마다 가르치는 게 천차만별이고 심지어 개설되지 않는 과목도 있는데 '학교에서 다루는 내용만으로 수능을 칠 수 있게 하라'는 메시지…"라며 "9월 모의평가가 어떨지 수능이 어떨지 더욱더 미지수"라고 강한 우려를 표했다.
국어영역의 이원준 강사도 "한국은 교육면에서 비교적 평등하면서도 학습에 대한 동기 부여가 강한 사회이고, 젊은이들이 무기력한 일본, 영국이나 경쟁이 치열하긴 하지만 학력이 세습되는 미국에 비해 한국은 공정함과 효율성을 갖추고 있다"고 현 대학 입시와 관련된 '수능 제도'를 옹호하는 듯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원준 강사는 "더 좋은 대안이 없다면 섣부른 개입은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 원인이 된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이 대표적인 대상으로 지목한 비문학 영역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을 제기했다. 이 강사는 "수능 비문학은 비판적 사고력을 배양하려는 세계적 추세에 맞는 시험"이라면서 "수능 비문학을 무력화하면 수능 국어시험은 인공지능 시대에 고전 문학이나 중세국어 위주로 가게 되고, 한국 엘리트들은 국가 경쟁력을 잃고 뒤처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尹 수능 발언에 일타강사들 폭발…“섣부른 개입, 문제 해결책 아닌 원인”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디지털타임스 DB, 대통령실 제공>
앞서 지난 15일 윤 대통령은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과도한 배경지식을 요구하거나 대학 전공 수준의 비문학 문항 등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부분의 문제를 수능에서 출제하면 이런 것은 무조건 사교육에 의존하라는 것 아닌가"라면서 "교육 당국과 사교육 산업이 한 편(카르텔)이란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전날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수능을 5개월 앞두고 불쑥 튀어나온 윤 대통령의 '즉흥 지시'가 국민을 혼란과 불안에 빠뜨렸다"며 "뭘 잘 모르면 제발 가만히 있기라도 해달라"고 비판했다.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의 수능 출제 불장난에 대한민국이 깜짝 놀라 대통령실과 교육부까지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며 불끄기에 나섰지만, 이미 학생과 학부모의 속과 머리는 새카맣게 전소했다"고 주장했다.
강 대변인은 "참을 수 없는 가벼운 입을 가진 윤 대통령의 경솔하고 즉흥적인 '수능 난이도 발언'으로 학생과 학부모들의 시간과 노력을 송두리째 부숴버렸다"며 "복잡한 교육 문제를 쾌도난마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착각 좀 하지 말라"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지난해에도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돌발적으로 튀어나온 '만 5세 입학' 발언으로 대한민국을 혼란에 빠트렸다"며 "'만 5세 입학' 혼란은 당시 박순애 사회부총리의 경질로 얼렁뚱땅 넘어갔는데 이번에는 어쩔 요량인가. 수능 난이도 혼란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경질로 뭉갤 계획인가"라고 거듭 날을 세웠다.
권준영기자 kjykjy@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