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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2분기 반도체 적자만 4조원대… “D램 바닥 찍었다”
1분기 이어 반도체 적자 4조원대 추정… D램 가격 ‘바닥’
증권가 “반도체 적자폭 확대 멈춘 것은 긍정적 신호”
3분기부터 감산 효과 본격화… 실적 반등 희망
황민규 기자
입력 2023.07.07 09:27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게양된 삼성전자 깃발./뉴스1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게양된 삼성전자 깃발./뉴스1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에도 반도체(DS) 불황 여파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지난 1분기에 4조58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던 반도체 부문이 서서히 바닥을 다지며 반등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70,000원 ▼ 1,600 -2.23%)는 연결기준으로 올해 2분기 매출이 60조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22.3%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7일 공시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95.7% 감소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영업이익은 6.25%, 매출은 5.88% 줄었다.
◇ 바닥 확인한 반도체, 더 이상 내려갈 곳 없다
SK증권은 DS부문에서만 3조~4조원대 적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스마트폰 사업을 포함한 디지털경험(DX) 부문은 비용 효율화와 마케팅 비용 감소로 3조9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X사업부가 갤럭시S23 출시 효과가 잦아들면서 지난 분기보다 실적이 악화됐을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8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추정됐다.
KB증권은 DS부문 -3조3000억원, 모바일경험(MX) 2조7000억원, 가전(CE) 5000억원, 하만(전장) 3000억원으로 추정했다. 한국투자증권은 DS -3조4000억원, MX 2조8000억원, 삼성디스플레이(SDC) 8000억원, CE 2000억원, 하만 2000억원으로, 이베스트투자증권은 DS -4조4000억원, SDC 8000억원, MX·네트워크 2조8000억원, 영상디스플레이(VD)·가전 6000억원으로 각각 예상했다.
업계 전반적으로는 2분기 D램 출하량 증가 등을 감안하면 반도체 적자 규모가 1분기(-4조5800억원)에 비해 다소 줄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메모리 반도체 출하량이 늘면서 재고평가손실 규모가 전 분기 대비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2분기 D램 출하량이 전 분기 대비 20% 증가해 예상보다 빠른 원가구조 개선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2분기에 반도체 적자폭이 확대되지 않은 배경으로 DDR5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비중이 늘었을 것이라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은 당초 증권가의 컨센서스를 소폭 상회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61조8593억원, 영업이익 2818억원이다.
◇ 감산효과 커지는 하반기, 실적 반등 조짐
상반기 내내 삼성전자 실적의 발목을 잡은 주범은 D램 가격이다. 수요 부진으로 삼성전자는 최대 매출 품목인 D램 과잉재고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가격 협상력이 약해지면서 D램 가격은 생산원가에 근접한 수준으로 떨어졌고 다급해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들은 주요 고객사들과 가격 재협상을 추진하기도 했다.
증권업계에서는 D램 가격이 현재 바닥을 통과하고 있으며, 하반기에는 소폭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감산 효과에 더해 마이크론이 공급량을 더 줄이면서 업계에서는 메모리 업황 반등 시기가 다소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말부터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감산에 나섰고, 올해 4월에는 삼성전자도 감산에 동참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지난 5일 주요 D램 기업들의 감산효과로 3분기에 메모리 반도체 D램 평균판매가격(ASP) 하락세가 완만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2분기 가격 하락 폭이 전분기 대비 13~18%였다면, 3분기엔 최대 5% 하락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특정 모바일 D램 품목의 경우 3분기에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예상도 나왔다.
황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