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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냉각제로 SMR 안전성 높인 ‘테라파워’… “핵 혁신이 답” [뉴스 투데이]

 

 

박영준 별 스토리 •

4시간

 

 

“에너지 상용화를 위해서는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를 두 번 넘어야 한다. 첫 번째 데스밸리는 연구개발(R&D), 두 번째는 재정적 부분이다. 테라파워는 첫 데스밸리를 넘었고 두 번째도 잘 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2008년 설립한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설립 기업 테라파워의 최고경영자(CEO) 크리스 르베크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넘쳤다. 테라파워가 4세대 SMR 기술 분야에서 실증(상용 전단계)에 가장 근접했고, 미국 에너지부(DOE)로부터 약 20억달러(약 2조6000억원)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받았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벨뷰에 있는 테라파워 에버렛연구소에 세계 최대 규모의 용융염화물 특성 테스트 장비(IET). 테라파워 제공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벨뷰에 있는 테라파워 에버렛연구소에 세계 최대 규모의 용융염화물 특성 테스트 장비(IET). 테라파워 제공

© 제공: 세계일보

 

아마존과 MS 등 미국 대표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 본사가 있는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차로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테라파워 에버렛연구소를 지난 14일(현지시간) 찾았다. 테라파워가 한국 취재진에 연구소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약 6500㎡ 규모의 격납고식 연구소에 들어서자 테라파워가 소듐냉각고속로(SFR)에 용융염 열저장설비(MSS)를 결합한 형태로 자체 개발 중인 SMR의 일종인 나트륨 실험장비와 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실험설비, 염소염 용융염원자로실험장비 등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SMR은 대형 원자력발전기의 발전 용량과 크기를 줄인 500㎿(메가와트) 이하 소형 원전이다. 대형 원전에 비해 안전도가 1000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부 전원 없이 자연냉각이 가능하고, 외부에 배관 노출이 없는 일체형 구조를 갖고 있다. 특히 소형화, 모듈화를 통해 전력 수요지 인근에 설치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 에너지 안보와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한 유력한 방안으로 거론된다. 원전은 석탄 등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과 달리 전력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

 

이날 연구소에서는 고온에서 녹인 소금인 ‘용융염’을 냉각제로 사용하는 실험이 시연됐다. 연구원이 액체 소금을 실험용 선반에 붓자 곧 고체 상태로 변했다. 액체 소금은 끓는점이 800도가 넘기 때문에 원자로가 뜨거워져도 물처럼 쉽게 증발하지 않고, 대기에 노출되면 고체 상태로 굳어 안전하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원자로는 냉각이 매우 중요하다. 제대로 냉각되지 않은 원자로는 핵분열을 컨트롤할 수 없어 결국 녹아내린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제1 원전도 쓰나미로 덮친 바닷물이 냉각수 공급 펌프 전원을 끊어 원자로가 녹아 방사성물질이 유출됐다.

 

테라파워 SMR은 냉각제로 물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오염수도 발생하지 않는다.

 

공기 노출되자 고체로 변한 액체 냉각제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벨뷰에 있는 테라파워 에버렛연구소에서 고온에서 녹인 소금인 용융염을 냉각제로 사용하는 실험 모습. 연구원이 액체 소금을 실험용 선반에 붓자 고체 상태로 변했다. 테라파워 제공

공기 노출되자 고체로 변한 액체 냉각제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벨뷰에 있는 테라파워 에버렛연구소에서 고온에서 녹인 소금인 용융염을 냉각제로 사용하는 실험 모습. 연구원이 액체 소금을 실험용 선반에 붓자 고체 상태로 변했다. 테라파워 제공

© 제공: 세계일보

 

테라파워는 미국 와이오밍주 케머러에 부지 선정을 완료하고 2030년까지 345㎿ 규모의 나트륨(소금) 원전을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케머러엔 석탄화력발전소가 있다. 이 발전소는 2025년 폐쇄될 예정이고 나트륨 원전이 이를 대체해 25만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할 계획이다.

 

테라파워는 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 ‘액티늄-225’ 생산 기술 분야에서도 앞서가고 있다. 액티늄-225는 정상 세포 손상을 최소화하며 암세포를 표적, 파괴하는 표적 치료제 중 알파치료제의 원료다.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이 원자로 개발 과정과 유사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고, 원자료 개발보다 상대적으로 빠른 상업화가 가능해 전략사업으로 추진 중이라는 설명이다.

 

르베크 CEO는 “세계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핵 과학과 핵 혁신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에너지 자원으로는 풍력과 태양열이 많다고 해도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서 “15년 전 빌 게이츠가 설립한 이래 우리는 차세대 원자력 기술에 집중했다. 그것은 더 안전하고 더 경제적”이라고 강조했다.

 

르베크 CEO는 원전 안전 우려에 대해 “사람들이 깨닫지 못하는 것은 오늘날 이미 원전이 많은 에너지를 안전하게 생산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화석연료나 재생에너지 등 어떤 형태의 발전보다 더 안전하다는 기록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크리스 르베크 CEO

크리스 르베크 CEO

© 제공: 세계일보

 

테라파워는 한국과도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SK㈜와 SK이노베이션이 테라파워의 주요 투자사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두 회사는 지난해 8월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 승인을 받아 테라파워에 2억5000만달러(3000억원)를 투자했다.

 

현장에 동행한 SK관계자는 “테라파워와 협력을 통해 SMR 사업뿐만 아니라 치료제 개발·위탁생산 등 영역에서도 다양한 사업 기회를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며 “테라파워는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국 정부, 민간기업 등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상업화에 빠르게 다가서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SMR은 윤석열정부가 꼽은 차세대 먹거리 중 하나여서 민관 차원의 추가 투자와 기술 협력이 기대된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7일 한국을 방문한 르베크 CEO와 만나 향후 한·미 기업 간 SMR 협력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 의지를 밝혔다.

 

르베크 CEO는 당시 이 장관과의 면담에서 한국에 나트륨 원자로를 제공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이날 전했다. 그는 그러면서 “한국 내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수용성이 높다는 것과 한·미 간 관계가 좋다”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이 여러 차례 만났으며 원자력 에너지 협력에 대해 논의했기 때문에 매우 좋은 환경”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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