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1300조 규모 네옴, 아시아서 한국에 첫 러브콜
정순우 기자, 신수지 기자 별 스토리 •
8시간
25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마련된 ‘네옴(Neom)’ 로드쇼 전시장. 좁은 폭의 두 벽면 사이에 아파트와 빌딩, 상점, 정원 등이 층층이 쌓여 있는 조형물이 보였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총 사업비 1조달러(약 1300조원)를 들여 사상 최대 규모로 건설 중인 미래 도시 네옴의 핵심인 ‘더 라인’의 모형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날 서울에서 네옴 프로젝트 청사진을 공개했다. 지금껏 네옴 로드쇼는 미국과 유럽 여러 도시에서 열렸지만, 아시아에선 서울이 처음이다. 네옴 관계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IT를 보유하고, 중동에서 건설 경험도 많은 한국은 미래 도시 건설을 위한 최고의 파트너”라고 말했다. 나드미 알 나스르 네옴 최고경영자(CEO)는 “네옴은 환상이 아닌 현실”이라며 “환경 파괴 등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미래 도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바다 위에 떠있는 네옴 첨단 산업단지 -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홍해 연안에 공사 중인 첨단 산업단지 '옥사곤'의 조감도. 사우디 정부는 총사업비 1조달러를 들여 사상 최대 규모로 미래 도시 네옴을 짓고 있다. /네옴
바다 위에 떠있는 네옴 첨단 산업단지 -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홍해 연안에 공사 중인 첨단 산업단지 '옥사곤'의 조감도. 사우디 정부는 총사업비 1조달러를 들여 사상 최대 규모로 미래 도시 네옴을 짓고 있다. /네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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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길이 수직 도시
네옴은 사우디 북서부 서울 44배 크기 땅에 주거지와 업무시설, 휴양지 등을 조성하는 초대형 미래 신도시다. 사우디 권력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심혈을 기울이는 프로젝트다. 이날 전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네옴에서 주거지 역할을 하는 더 라인 모형이었다. 실제 더 라인은 높이 500m, 폭 200m, 길이 170㎞ 공간에 빌딩을 짓고, 그 위에 보행로와 정원 등을 만든 뒤 다시 빌딩을 올리는 형태의 ‘수직 도시(vertical city)’다. 바둑판처럼 넓게 퍼진 도시를 좁은 공간에 층층이 쌓아 올린 형태였다. 이를 초고속 엘리베이터로 위아래로 움직이며 이용한다. 이렇게 되면 주거지에서 주요 시설물까지 걸어서 5분 만에 이동할 수 있는 ‘5분 생활권’이 완성된다는 설명이다. 네옴 관계자는 “기존 도시를 접어서 압축한 것”이라고 말했다.
네옴은 사고와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라인에서 자동차를 없앤다. 대신 도시 끝에서 끝까지 30분 안팎에 주파할 수 있는 초고속 열차를 운행한다.
네옴 CEO 설명 듣는 국토장관·현대그룹 회장 - 25일 '네옴' 로드쇼 전시장에서 나드미 알 나스르(맨 왼쪽) 네옴 최고경영자의 설명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듣고 있다. /뉴시스
네옴 CEO 설명 듣는 국토장관·현대그룹 회장 - 25일 '네옴' 로드쇼 전시장에서 나드미 알 나스르(맨 왼쪽) 네옴 최고경영자의 설명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듣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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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통신·드론… 네옴 공략 나선 한국 기술들
이날 네옴 로드쇼에선 국내 기업들이 미래 도시를 구현하는 데 필요한 기술들을 선보였다. 네이버의 기술 개발 자회사인 네이버랩스는 인공지능과 클라우드(대용량 저장장치) 기능을 접목해 빌딩을 자유롭게 다니며 인간을 돕는 ‘브레인리스 로봇’을 선보였다. 이 회사 관계자는 “거주민의 노동력과 시간을 아껴주기 위해 꼭 필요한 기술”이라고 했다. KT는 보안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소개했다. 네옴처럼 데이터 통신량이 많은 도시에서 안전하게 정보를 처리하는 데 필요하다. 국내 스타트업 파블로항공은 자동차 운송을 대신해 빌딩 사이를 날아다니는 드론 배송 시스템을 선보였다. 엔젤스윙은 초고층 건축에 활용할 수 있는 드론 기반 시공관리 기술을 소개했다. 네옴의 나드미 CEO는 “한국 기업의 첨단 기술에 감명받았다”며 “네옴의 주요 섹터별로 적합한 기술들을 매칭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나드미 CEO를 포함해 한국을 찾은 네옴 경영진 12명은 국내 스마트시티, 모빌리티, 에너지 등의 분야 기업 100여 곳과 비즈니스 미팅도 가졌다. 이날 행사를 공동 주최한 국토부의 원희룡 장관은 “우리 기업의 네옴 진출이 더 활발해질 수 있도록 현지에 연락관을 상주시키고 수시로 소통할 수 있게 돕는 ‘데이팅 앱’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