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변변치 않은 국력으로…" 왕년의 대국 佛 조롱한 북한
김태훈 별 스토리 •
1시간
“프랑스는 변변치 않은 국력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정력을 불필요하게 소비하지 말길 바란다.”
북한이 프랑스를 비난하며 ‘변변치 않은 국력’이라고 비웃었다. 과거 영국과 나란히 세계를 호령하던 때의 국력에는 못 미치지만 그래도 프랑스가 핵무기 보유국이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이란 점을 감안하면 과한 표현이다.
7월25일 한국 공군 F-16 전투기가 프랑스 항공우주군 A330 MRTT와 함께 공중급유 절차 숙달을 위한 연합 공중급유 훈련을 하고 있다. 공군 제공
7월25일 한국 공군 F-16 전투기가 프랑스 항공우주군 A330 MRTT와 함께 공중급유 절차 숙달을 위한 연합 공중급유 훈련을 하고 있다. 공군 제공
© 제공: 세계일보
유럽 국가 거의 대부분이 남북한과 동시에 수교한 것과 달리 프랑스는 아직 북한과 외교관계를 맺지 않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일 프랑스가 최근 한국과 연합 공중훈련을 진행한 점을 거론하며 프랑스를 향해 “무책임한 언행과 군사적 망동으로 함부로 설쳐대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랑스 항공우주군은 지난달 25∼26일 경남 김해와 부산 등 일대에서 한국 공군과 연합 비행 등 공동 훈련을 실시했다. 두 나라가 다국적 공군 훈련에 나란히 참가한 적은 있어도 양국만의 연합 공중훈련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앙통신은 조선·유럽협회 류경철 연구사 명의로 된 글에서 이번 훈련을 “가뜩이나 예민한 조선반도 지역의 긴장 상태에 부채질하는 무책임한 행위”로 규정했다. 이어 프랑스를 겨냥해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에 편승하여 우리의 안전 이익을 위협하는 노골적인 군사적 도발”이라며 “(북한을) 적으로 대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달리 해석될 수 없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프랑스는 변변치 않은 국력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돌아치며 정력을 불필요하게 소비하기보다는 사회적 분열로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는 자기 집 문제부터 바로잡는 데 신경을 쓰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022년 11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 도중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국어로 올린 글. 프랑스는 스스로 ‘인도태평양 국가’임을 선언하고 이 지역에 대한 개입을 확대하고 있다. SNS 캡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022년 11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 도중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국어로 올린 글. 프랑스는 스스로 ‘인도태평양 국가’임을 선언하고 이 지역에 대한 개입을 확대하고 있다. SN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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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오랫동안 영국과 더불어 유럽은 물론 세계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다. 다만 19세기에 독일이 강대국으로 부상하고 20세기 들어 제1·2차 세계대전에서 엄청난 손실을 겪으며 프랑스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1960년대에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한 군사 강대국이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여전히 국제사회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북한이 프랑스를 겨냥해 조롱 섞인 비난을 퍼부은 것은 두 나라가 미수교국이란 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외교부에 따르면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48개국은 남북한과 동시에 수교했다. 반면 교황청, 모나코, 안도라, 우크라이나, 에스토니아, 그리고 프랑스 6개국은 한국하고만 외교관계를 맺고 있다. 이 가운데 교황청, 모나코, 안도라, 에스토니아는 비교적 작은 나라이지만 우크라이나와 프랑스는 유럽에서 러시아를 빼면 국토 면적 1, 2위에 해당하는 대국이다. 더욱이 프랑스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세계 외교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프랑스가 북한과의 국교 수립에 무관심하다는 점은 북한을 자극하고도 남을 만한 일이다.
북한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도 노골적으로 러시아 편을 들고 있다. 최근에는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러시아가 북한의 맹방이란 점 외에도 우크라니아와 북한이 미수교 상태란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