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분당 서현역 칼부림 범인, 배달업 종사 23세 남성...부상자 14명
입력 2023.08.03 19:10
업데이트 2023.08.03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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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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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6시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인근에서 남성이 시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현재 확인된 부상자만 10여명이다. 사진 온라인 캡처
3일 오후 6시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인근에서 남성이 시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현재 확인된 부상자만 10여명이다. 사진 온라인 캡처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에 있는 쇼핑몰에서 한 남성이 차량을 몰고 행인들을 덮치고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러 14명이 다쳤다. 경찰은 이 남성을 현장에서 긴급체포했다.
경기남부경찰청과 분당경찰서 등에 따르면, 3일 오후 5시 59분쯤 서현역에서 차량 한 대가 인도를 넘어 쇼핑몰 안쪽으로 돌진하고 흉기로 사람들을 찔렀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비슷한 시각 119에도 “남자가 사람을 찌르고 다닌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오후 6시 5분 사건 현장에서 피의자인 23살 남성 A씨를 검거했다. 이후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배달업 종사자며 피해망상 증상 등을 호소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조현병 등 정신병력과 마약 투약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정확한 범행동기와 경위도 파악 중이다”라고 말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현재까지 부상자는 총 14명으로 파악됐으며 차량에 치여 다친 피해자가 5명, 흉기로 인한 피해자는 9명이다. 사망자는 없으며, 부상자들 중 12명은 중상을 입었다. 부상자들은 인근 아주대병원 등 6개 병원으로 옮겨졌다.
시민들에게 흉기를 휘두른 남성은 출동한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사진 온라인 캡처
시민들에게 흉기를 휘두른 남성은 출동한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사진 온라인 캡처
사건을 목격한 20대 이모씨는 “6시 조금 넘어서 지하철타려는데 6번 출구와 서현역 시계탑 사이에서 갑자기 비명 소리가 들렸다. 남자가 칼 들고 이리저리 뛰어 다녔다. 너무 무서워서 ‘나가세요, 나가세요’ 소리 지르며 도망나왔다”고 말했다. 쇼핑몰에서 일하고 있던 40대 이모씨도 “범인은 못봤고, 3명이 바닥에 쓰러져 있던 걸 봤다. 사람들이 맨손이나 휴지 뭉치를 가지고 지혈을 했다. 부상자 중에 여자 고등학생도 있어서, 남성 둘이서 양쪽에서 다 지혈을 했다. 얼굴이 창백하고 핏기가 없었다”고 말했다. 쇼핑몰 내 음식점에서 일하고 있던 B씨는 “손님들이 막 뛰어서 도망쳐 나왔다”고 했고, 1층 로비에서 의류를 판매하고 있던 C씨는 “(범인이) 막 뛰어다니면서 사람들을 때리는 줄 알았다. 흉기를 들고 그러는 줄은 전혀 몰랐다”고 전했다.
온라인상에도 사건 목격담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차량 운전자가 검은 옷을 입은 젊은 남성이며, 차량으로 사람들을 친 뒤 도주하는 과정에서 흉기로 난동을 부려 여러 사람에게 부상을 입혔다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자는 “서현역 AK플라자 난리 났다. 차가 인도로 막 달려서 AK플라자로 돌진해서 사람이 너무 많이 다쳤다. 2층 출구 있는 쪽에 인도로 (차가) 올라타더니 백화점까지 들어갔다”고 적었다. 또 다른 이용자도 “지역 카페에 글들이 올라오고 있는데, 쇼핑몰에서 승합차로 사람을 치고 도망가면서 칼부림을 한 것 같다”는 글을 올렸다.
또 한 인터넷 카페에는 “서현역 사건을 목격했다. AK플라자로 가는 인도 위를 봉고차가 지나갔는데 차에 치여서 4명 정도가 다쳤다. 범인은 젊은 남성이고 검정 후드티를 입었다. 도주하다가 인근 아파트 앞에서 잡힌 걸 봤다”는 글도 올라왔다. 이와 함께 바닥에 혈흔이 묻은 사진 여러 장도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업로드되고 있으며, 사건 당시 상황을 시민들이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도 SNS 등을 통해 퍼지고 있다.
앞서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역에서도 이와 비슷한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했다. 피의자는 조선(33)으로, 길가에서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러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사건 발생 2시간 후인 오후 8시 경찰청에서 전국 시도 경찰청장 화상회의를 열고 신림동 사건을 언급하며 “이른바 ’묻지마 범죄’, 이상동기 범죄에 대한 국민 불안이 극도로 높은 상황에서 유사성 있는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고 있다. 이전의 범죄와 궤를 달리하는 사실상 ‘테러행위’와도 같다”며 “즉각적이고 집중적인 경찰력 투입으로 이상 동기 범죄에 대한 국민 불안을 불식시키고, 다중밀집 장소를 중심으로 가시적인 경찰활동을 강화해 달라”고 지시했다.
윤정민ㆍ최모란ㆍ손성배 기자 yunj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