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최상원) 말벌떼도 드론 공격엔 속수무책…119 대원이 개발했다 ...[2023-08-10]

by viemysogno posted Aug 10,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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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말벌떼도 드론 공격엔 속수무책…119 대원이 개발했다

 

 

최상원 별 스토리 •

5시간

 

 

“말벌이 집 마당 나무에 집을 지었어요. 쏘일까 봐 겁나서 문밖으로 못 나가겠어요.”

 

지난달 27일 오전 10시께 경남 고성소방서 거류119안전센터에 말벌집을 제거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고성군 동해면 외곡리 구절산 기슭에 사는 주민의 요청이었다. 거류119안전센터 1팀 소속 대원 4명이 소방차를 타고 출동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산길이 좁고 험해서 소방차가 도중에 멈출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대원들은 드론과 사다리를 들고 10여분 산길을 올랐다. 도착해서 보니, 마당 한쪽 높이가 15m 정도 되는 소나무 꼭대기에 배구공만한 말벌집이 달려 있었다. 사다리가 닿지 않는 높이였다. 말벌 10여마리가 벌집 주위에서 매섭게 경계 비행을 하고 있었다.

 

접근이 어렵다고 판단한 소방관들은 드론을 사용하기로 했다. 구경하러 몰려든 주민들을 모두 대피시키고, 대원들도 벌집에서 50m가량 떨어진 곳까지 물러났다. 얼마 뒤 말벌 제거용 드론이 떴다. 살충제 분사장치가 설치된 특수 드론이었다. 이근출 소방위가 조종기 모니터를 보며 드론을 말벌집 가까이 접근시켰다. ‘치이이이익’. 드론이 살충제를 분사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놀란 말벌 수십마리가 벌집에서 쏟아져 나와 드론을 에워싸고 반격에 나섰다. 말벌들의 저항은 맹렬했으나 소용없었다. 얼마 안 가 살충제를 맞은 말벌들이 추풍낙엽처럼 바닥에 쏟아졌다. 주인을 잃은 말벌집도 산산조각 났다. 상황 종료. 드론을 띄우고 10여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말벌집 제거는 119구조대 출동 목적의 14%가량을 차지한다. 이런 상황에서 현직 119구조대원이 말벌집 제거용 드론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경남 고성소방서 거류119안전센터 1팀장인 이근출(53) 소방위다.

 

이 팀장은 9일 “대부분 시민은 화재 사고에 119가 많이 출동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말벌집 때문에 출동하는 경우가 더 많다. 말벌집을 제거하다 다치거나 벌에 쏘이는 대원들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말벌집 제거는 주로 한여름에 온몸을 감싼 보호복을 입고 1시간 넘게 작업하기 때문에 탈진하는 대원도 많다고 한다. 이 팀장이 말벌집 제거용 드론 개발에 나선 배경이다.

 

 

말벌집이 10m보다 낮은 곳에 있으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제거한다. 사다리가 닿지 않을 만큼 높은 곳이면 소방차가 물을 쏴서 제거한다. 그러나 사다리가 닿지 않고, 소방차도 접근할 수 없는 곳도 많다.

 

2017년부터 구조 활동에 드론을 사용했던 이 팀장은 지난해 9월부터 드론으로 말벌집을 제거하는 방법을 본격적으로 연구해서 올해 6월 완성했다. 분무기 형태의 말벌 제거용 살충제를 부착한 드론을 말벌집에 접근시킨 뒤 살충제를 분사하는 방식이다. 말벌집에 살충제를 정확하고 강력하게 분사하기 위해 분무기 주둥이에 1m 길이의 대롱을 달았다. 말벌집에서 50m 이상 떨어진 곳에서 조종기 모니터를 보면서 드론을 조작하고 살충제를 분사하기 때문에 힘들지도 위험하지도 않다. 작업 시간도 보통 10분이 넘어가지 않는다.

 

말벌집 제거는 119구조대원들의 중요한 업무다. 해마다 수천명이 말벌에 쏘였다가 119에 구조된다. 2020년 4947명, 2021년 4872명, 2022년 6935명이다. 올해도 지난달 말까지 말벌에 쏘인 1681명이 구조됐다. 말벌에 쏘여 숨진 사람도 지난해에만 11명에 이르렀다. 올해도 지난달 말까지 3명이 말벌에 쏘여 목숨을 잃었다. 말벌집 제거를 위한 출동 건수는 2020년 13만6438건, 2021년 19만5317건, 2022년 10만6287건이었고, 올해 들어선 지난달 말까지 7만1562건에 이른다.

 

이근출 팀장은 “이미 모든 소방서가 드론을 구조 활동에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말벌집 제거용으로 드론을 활용하는 데는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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