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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동결 이란 자금 60억弗 인출에… 외환시장 ‘불안’·산업계 ‘기대’

 

 

 

美·이란 수감자 교환, 4년 묶인 이란 자금 해제 합의

정부 송금 과정 ‘함구’… 외신 “스위스에 이미 이체”

“원·달러 환율 급등 원인” “불확실성 제거” 갑론을박

“對이란 교역 재개, 韓경제 도움” 업계 기대도 ‘솔솔’

 

 

세종=박소정 기자

입력 2023.08.17 12:10

 

 

 

한국에 묶여있던 이란 자금에 대한 동결 조치가 해제되면서 60억달러(약 8조원)의 ‘뭉칫돈’ 송금 과정과 그 이후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거액의 돈이 환전돼 빠져나가는 일은 환율의 변동성을 키우는 일이라 먼저 외환시장이 이 사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산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제조업·정유·종합상사 등을 중심으로 한국과 이란의 경제 관계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생겨서다.

 

17일 외신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현지 시각) 미국과 이란이 각국 수감자 석방에 합의하면서 우리나라에 묶여있던 이란 자금도 송금이 가능해졌다.

 

이란은 한국에 원유를 팔고 받아야 할 대금 70억달러 가량을 한국은행·IBK기업은행·우리은행 등의 원화 결제 계좌에 넣어뒀다. 2018년 미국 트럼프 정부가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탈퇴하고 대(對)이란 제재를 복원하면서 해당 자금은 인출할 수 없게 됐다. 이 돈은 4년 3개월 만에 주인을 찾게 됐지만, 그간 원화 가치 하락 때문에 지금은 60억달러가 됐다는 게 이란 중앙은행(CBI) 총재의 주장이다.

 

2015년부터 이란에 억류 중인 시아마크 나마지(왼쪽)의 모습을 그린 미국 워싱턴 조지타운 인근 벽화. /연합뉴스

2015년부터 이란에 억류 중인 시아마크 나마지(왼쪽)의 모습을 그린 미국 워싱턴 조지타운 인근 벽화. /연합뉴스

 

 

 

◇ 60억달러 송금→외환시장 영향 ‘설왕설래’

 

지난 11일 이란 자금 동결 해제 소식이 알려지자, 외환시장에선 환율이 널뛰는 것 아니냐는 긴장감이 감지됐다. 거액의 돈을 환전해 송금하는 일이 수반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외교적 문제를 이유로 자세한 송금 과정·방식·일정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다만 로이터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해 유추해 보면, 국내 이란 자금은 스위스 은행으로 수차례에 걸쳐 이체된 후 유로화로 이미 환전됐다. 또 이렇게 전환된 자금 전액은 앞으로 30~45일에 걸쳐 카타르 내 이란 은행 6곳 계좌로 이체되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외환시장에서는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것이 이번 송금 이슈와 무관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 16일 원·달러 환율은 1336.9원에서 마감해 3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이날도 개장하자마자 1343원을 돌파해 연고점을 경신했다. 한달 전만 해도 1260원대였던 환율이 그간 빠르게 치솟은 양상인데, 이란을 향한 송금 역시 여기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백악관이 자금 해제와 관련해 사전에 한국 정부와 공조한 만큼 일정 기간 수급상 달러 매수, 원화 매도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올해 1~7월 일평균 현물환 원·달러 거래 규모는 111억1000만달러인데, 그중 54%에 해당하는 자금이 분할 환전되며 원화 절하 폭(원·달러 환율 상승 폭)을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란 송금 이슈가 앞으로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시장 관계자들의 의견이 갈린다. 한 시장 관계자는 “이란 동결자금 해제와 관련한 소식이 수급적 측면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반대로 외신 보도처럼 동결 자금 대부분이 이미 환전 처리된 상태라면 이는 오히려 ‘불확실성 제거’ 요인이 되고 달러 매수 심리는 진정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정부는 이란 자금의 영향이 미미하다는 입장이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미국 국채 발행, 중국 경제 악화 등으로 달러가 강세”라며 “달러 대비 위안화·엔화 가치도 하락했다. 원화만 특별히 약세를 보이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이 밖에 우리나라 외환보유고가 4218억달러에 달하는 것에 비교하면 60억달러는 매우 작은 규모인데다, 그마저도 일시가 아닌 분산 송금하는 방식을 취한 것으로 알려진 점도 이런 평가에 힘을 싣는다.

 

로이터

로이터

 

 

◇ 한때 교역 175억달러國 이란… 車·가전업계 ‘반색’

 

혼란스러운 외환시장과 달리 산업계에선 기대감이 포착되는 모습이다. 동결 자금 문제가 해결되면서 향후 한국과 이란의 경제 관계도 정상화될 가능성이 생겨서다. 물론 실제 교역 재개까지는 꽤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현실화하기만 하면 이란산 원유 수입 재개나 한국 업계의 대 이란 수출이, 부진을 겪고 있는 한국 경제에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정부 안팎에서 평가하고 있다.

 

2010년대 초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와 이란의 교역은 활발했다. 연간 원유 수입량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이란은 우리나라의 주요 원유 조달원이었다. 우리가 이란에 정유·선박·플랜트·철강 등을 팔면서 교역액도 급증하는 추세였다. 한국 승용차는 이란 완성차 수입 시장에서 40~50%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1965~2010년 이란에서 확보한 건설 수주 금액의 국가별 순위에서 한국이 8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란 입장에서 한국은 4번째 교역 국가였다.

 

이란과의 교역 규모는 2011년 175억달러로 최대치를 찍은 뒤 내리막길을 걸었고, 2018년 미국의 대이란 제재 복원 후 더 큰 폭으로 줄어들어 최근엔(지난해 1100만달러 수입) 사실상 교역이 끊긴 상태다. 하지만 이번 동결 자금 문제 해결에 이어 핵 합의까지 이뤄지면, 한국·이란의 경제 관계도 금방 회복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에 따르면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최근 한국 내 동결 자금 문제 해결 이후 “이란은 JCPOA의 완전한 복원을 원한다”고 밝혔다.

 

당장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사안은 저렴한 이란산 원유 수입을 통한 ‘국내 물가 안정’과 현지에서 인기가 많은 한국산 가전과 자동차의 ‘수출 증대’.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는 “미국과 이란의 화해 움직임은 한국의 이란 진출과 중동 시장 개척에도 절호의 기회”라며 “당장 교역 정상화는 어렵겠지만 건설, 플랜트, 철강, 자동차, 자동차 부품, 화학제품, 조선, 정유 부분을 중심으로 이란 시장 개척 재개를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이 꾸려지고 본격적인 제2 ‘중동 붐’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이란은 원유 매장량 세계 4위, 인구 9000만명의 국가로, 국내총생산(GDP) 기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은 중동 제2의 경제 대국이다.

 

 

 

 

세종=박소정 기자

세종시에서 경제 정책 기사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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