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단독] TBS, 김어준의 ‘尹의 커피 대접’ 방송 슬그머니 없앴다
최훈민 기자
입력2023.09.08. 오후 3:59 수정2023.09.08. 오후 4:28 기사원문
JTBC 허위보도를 “중요 단독” 추켜 세우며 기정사실로 보도
이후 민주당 ‘대장동 몸통은 윤석열’ 주장
TBS “김어준 상대 소송 중이기에 비공개 처리”
“가짜 뉴스 대선 공작 사건과는 무관”
2021년 2월23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신장식 변호사. 둘은 윤석열 대통령이 브로커의 청탁을 받아 수사를 무마해 줬다는 JTBC의 가짜 뉴스를 사실처럼 적시해 가며 방송을 진행했다. /유튜브
대선을 20여일 앞둔 작년 2월 JTBC는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 사태의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를 소환하고도 김만배씨 일당의 청탁에 따라 조사 대신 커피만 대접하곤 수사를 무마했다’는 취지의 가짜 뉴스를 최초 보도했다. 그 직후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이 JTBC 허위 보도를 기정사실화하면서 “중요한 단독” “아주 대단한, 굉장히 중요한 퍼즐의 마지막 조각을 거의 맞추는 보도”라고 했다. 이어 친민주당 매체들이 줄줄이 이를 추종보도, ‘대장동 몸통은 윤석열’이라는 민주당 측 주장의 근거를 만들었다.
8일 조선닷컴 취재 결과, 이틀 전인 6일 TBS가 김어준의 뉴스공장 2022년 2월23일 방송분을 비공개 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일 신학림 전 민노총 언론노조 위원장 압수수색으로부터 촉발된 ‘가짜 뉴스 대선 공작 사건’이 수면 위로 오른 지 5일 만의 일이다.
조선닷컴이 김규남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을 통해 입수한 당시 김어준의 뉴스공장 영상 녹취록에는 김어준과 신 변호사의 가짜 뉴스 의혹 증폭 발언이 무수히 담겨 있었다. 김어준은 방송을 시작하며 “최근 JTBC가 중요한 단독을 했다”고 하자 신 변호사는 “아주 대단한 굉장히 중요한 퍼즐의 마지막 조각을 거의 맞추는 보도”라고 했다.
신 변호사는 JTBC 보도를 인용하며 “(부산저축은행 부실 대출 사건을) 커피 타주고 봐준 사람이 윤석열 중수2과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1년 윤석열 중수2과장이 조사했을 때는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김어준은 “그 커피 타줬다는 얘기가 이번에 JTBC에서 나온 것”이라며 “JTBC가 해설을 해줬어야 했다. (우리가) 해설을 대신 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가짜 뉴스를 인용하며 사실인 것처럼 해설 방송을 한 것이다.
이 방송은 비공개 처리 전 17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할 만큼 전파성이 강했다. 그런데 이 가짜 뉴스는 사건 관련 수사가 시작되자 바로 비공개 처리됐다.
이에 대해 TBS 관계자는 “가짜 뉴스 대선 공작 사건 때문에 비공개 처리한 것도 아니고, 이 영상만 콕 집어서 비공개 처리한 것도 아니다”라며 “얼마 전 TBS가 이강택 전 대표이사와 김어준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는데, 피고의 방송을 그대로 놔두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내부 논의가 있었다. 그 논의 결과 비공개 처리하기로 한 것이다. 가짜 뉴스 대선 공작 사건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현재 TBS 유튜브 채널을 들어가면 김어준의 뉴스공장 영상이 여러 개 보인다. TBS 관계자는 “미처 다 비공개 처리 못한 게 있는 것일 뿐”이라며 “나머지도 모두 비공개 처리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김 시의원은 “사흘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TBS에 대한 ‘뉴스타파 김만배 인터뷰 인용보도’ 긴급심의 이후 관련 영상이 비공개 처리됐다.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생산된 가짜뉴스에 대한 심의 회피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된다”며 “11월에 있을 TBS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꼼꼼하게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김어준과 신 변호사가 인용한 JTBC 가짜 뉴스는 대장동 일당 가운데 하나인 남욱 변호사의 검찰 진술을 기초로 한다. 남 변호사가 2021년 11월19일 검찰 조사 때 ‘2011년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윤 대통령이 조씨에게 커피를 대접했다는 얘기를 10년 전 당시에 전해들은 것 같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 변호사는 자신의 이 진술을 5일 뒤 조씨와의 대질 뒤 바로잡았다. 조씨와의 대화를 통해 기억을 되짚은 뒤 사실을 바로잡은 것이었다. 조씨 역시 이날 대질 신문과 함께 있었던 검찰 조사에서 “윤 대통령을 만난 적 없다”는 진술조서를 남겼다.
JTBC에서 보도한 가짜 뉴스 담당 기자는 조씨의 이런 진술이 담긴 2021년 11월24일 조씨 검찰 진술조서를 확보하고도, 고의로 이를 누락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봐주기 수사가 있었다는 의혹에 힘을 싣게 돼 조씨 주장을 탄핵한 것”이라고 한 매체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저널리즘 원칙인 상대의 반론권을 무시한 것이다.
최훈민 기자 jipcha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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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3809-2543. 대장부는 전자우편 따윈 안 쓴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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