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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협조 안하면 예산 날릴 것"…집값 상승 꺾은 文정부 통계조작

 

 

입력 2023.09.15 15:40

업데이트 2023.09.15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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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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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정책실장을 지낸 김상조 전 실장(왼쪽부터)과 김수현 전 정책실장,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의 모습. 감사원은 이들 모두를 통계조작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정책실장을 지낸 김상조 전 실장(왼쪽부터)과 김수현 전 정책실장,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의 모습. 감사원은 이들 모두를 통계조작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연합뉴스

 

#1 2018년 5월 31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며 “최저임금 인상은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점을 당과 정부가 자신 있게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주일 전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발표에서 1분위(하위 20%) 소득이 역대 최대폭(8%)으로 하락해 ‘소득주도성장 허구론’이 제기된 뒤 나온 발언이었다.

 

#2 2020년 7월 22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이 한국감정원(현 한국부동산원) 통계로 11% 올랐다”고 말했다. 집값이 최소 30~40% 이상 올랐다는 기사와 통계자료가 쏟아지던 때였다. 야당에선 “어느 나라에 살고 있느냐”고 비판했다.

 

감사원이 15일 1년여간 조사한 '문재인 정부 통계조작 사건' 중간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위에서 문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이 인용한 통계 수치에 대해 감사원은 "조작되거나 자의적인 짜깁기"라고 밝혔다.

 

최달영 감사원 제1사무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문재인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통계청과 한국부동산원을 직·간접적으로 압박하여 통계수치를 조작하게 하는 등 각종 불법 행위를 했다”며 “(주택 통계의 경우) 2017년 6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최소 94회 이상의 조작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최달영 감사원 제1사무차장이 15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제3별관에서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수사요청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달영 감사원 제1사무차장이 15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제3별관에서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수사요청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사원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통계조작 정황은 주택(집값)에만 머물지 않고, 고용(비정규직)과 소득(분배) 통계에서도 발견됐다.

 

감사원은 통계자료를 사전 보고받은 뒤 통계 조작에 관여한 혐의(직권남용·업무방해·통계법 위반 등)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홍장표 전 경제수석,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대검찰청에 수사 요청했다. 전직 국토부 고위직과 통계청 관계자, 한국부동산원 원장도 포함돼 수사 요청 인원은 22명에 이른다. 범죄 혐의가 의심되는 7명에 대해선 검찰에 수사 참고자료를 송부했는데, 여기엔 노형욱 전 국토부 장관과 윤종원 전 경제수석이 들어갔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문재인 정부 정책분야 최고위층이 대부분 통계조작에 연루됐다고 본 것이다. 감사원이 검찰에 송부한 자료는 3만쪽에 달한다고 한다. 감사원 관계자는 “객관적 자료로 확인된 부분만 이정도”라고 했다.

 

감사원이 위법이라고 명시한 대목은 두가지다. 첫째 청와대와 국토부가 한국부동산원에 주간 주택가격 동향조사 발표 3~4일 전 ‘주중치’ 통계를, 공식 발표 전날 ‘속보치’ 통계를 별도로 요구한 점이다. 통계 자료 사전 유출은 통계법 위반이다.

 

2020년 9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오종택 기자

2020년 9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오종택 기자

 

두번째는 사전 자료를 받아본 뒤 공식 발표에 영향을 미친 정황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주중치’나 ‘속보치’의 가격 변동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 부동산원에 가격 변동률을 낮추라는 재검토 지시를 내렸다. 이에 한국부동산원은 표본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게 입력하며 집값 통계를 조작해 발표했다.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이후 상승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 압박 강도가 더해졌다. 2018년 9월 ‘9·13’ 대책 발표 이후 국토부는 부동산원에 하락할 때만 호가를 통계에 반영하고, 상승할 땐 반영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이듬해 6월 김 전 장관 취임 2주년을 앞두고 매매변동률이 마이너스에서 보합으로 전환되자, 국토부는 부동산원에 “이대로 가면 저희 라인 다 죽습니다. 전주처럼 마이너스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그 뒤 부동산원은 서울 매매 변동률을 마이너스로 조작하고, 보도자료 초안에 적힌 “서울지역 보합세 전환”을 “서울 32주 연속 하락세 지속”으로 변경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또한 국토부 관계자는 2019년 7월 부동산원 직원을 사무실로 불러 “제대로 협조하지 않으면 감정원(현 부동산원)의 조직과 예산을 다 날려버리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국토부가 부동산원을 압박한 만큼, 국토부도 청와대 압박에 시달렸다. 김상조 전 정책실장은 2020년 8월 ‘부동산 통계현안 및 개선방안 회의’에서 대정부질문 당시 김 전 장관의 “집값 상승률 11%” 발언에 대한 경실련과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자 “적극적으로 감정원의 우수한 통계를 홍보하세요. 경실련 본부장이 날뛸 때 강하게 반박하라는 말입니다”라고 국토부 관계자를 질책했다.

 

홍장표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 2018년 6월 3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계 소득동향 관련 기자 간담회를 갖고 있다. 홍 전 수석 역시 수사대상에 올랐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홍장표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 2018년 6월 3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계 소득동향 관련 기자 간담회를 갖고 있다. 홍 전 수석 역시 수사대상에 올랐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감사원 관계자는 “청와대 정책실장 등 정점에서 지시가 내려가면, 청와대 관계자가 직접 부동산원에 압박을 한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이처럼 청와대→국토부→부동산원, 혹은 청와대→부동산원의 압박이 커질 때마다 변동률은 요동쳤다.

 

감사원은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가 서울 지역에만 한정됐던 부동산원의 주중 조사를 수도권으로 넓히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그 뒤 총선 직전까지 10주간 청와대가 국토부와 부동산원에 변동률 상승 사유를 반복 확인했고, 총선 뒤 '6·17 대책' 발표 이후엔 6월 5주차 결과 발표에 앞서 청와대가 “서울 변동률을 지난주보다 아래로만 하라”고 국토부를 압박한 정황도 공개했다.

 

감사원은 부동산값과 관련해 통계 의혹이 지속해서 제기되자 한국부동산원이 표본 대상을 확대하고 가격을 현실화하는 과정에서도 조작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조사 표본의 가격을 시세에 맞춰 올리자, 앞서 눌려있던 예전 집값 수치와 비교해 변동률이 급증했는데, 이를 숨기려 표본 가격을 임의로 올려 변동률을 낮췄다는 것이다.

 

지난 2021년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강당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4년, 서울 아파트 시세변동 분석결과 기자회견'의 모습. 뉴스1

지난 2021년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강당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4년, 서울 아파트 시세변동 분석결과 기자회견'의 모습. 뉴스1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강조했음에도 가계소득과 분배가 악화되고 비정규직이 급증하자 청와대와 통계청이 소득·고용 통계를 조작하거나 짜깁기했다고 지적했다. 통계청은 2017년 2분기 가계소득이 10년 이래 처음 감소하자 ‘취업자가 있는 가구’ 소득에 임의의 가중값을 곱해, 가계소득이 전년동기 대비 1% 증가로 조작해 발표했다. 이같은 방식으로 근로소득과 소득분배율 관련 통계 수치도 수차례 조작됐다는 것이 감사원의 설명이다.

 

국가 통계와 관련해선 청와대가 직접 나서기도 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8년 5월 가계동향조사 발표에서 1분위(하위 20%) 소득이 역대 최대폭으로 하락하고, 소득 5분위 배율(상위 20%와 하위 20% 소득 차이)도 커지자, 청와대 경제수석실은 통계청에 “통계자료를 다 들고 와라”고 지시한 뒤 한국노동연구원에 관련 자료를 건네고 별도의 조사를 요청했다.

 

2020년 3월 강신욱 당시 통계청장이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21년도 예산안 제안 설명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2020년 3월 강신욱 당시 통계청장이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21년도 예산안 제안 설명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후 노동연구원의 분석 내용이 최저임금 인상 영향과 무관함에도 청와대는 “개인 근로소득이 하위 10%를 제외하고 모두 증가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 근로소득 불평등이 개선됐다”고 문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문 전 대통령의 “최저임금 긍정효과 90%” 발언이 나온 배경이다.

 

감사원은 또한 2019년 10월 통계청 발표에서 비정규직이 급증하자, 당시 청와대가 통계청에 고용 예상기간을 묻는 병행조사 등 “조사 방식 때문에 비정규직이 늘어난 것”으로 설명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날 중간 감사 결과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조작, 정치 감사라 반발했다. 민주당 감사원 정치감사 대응 태스크포스(TF)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감사원이 시장 상황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파악하기 위한 ‘업무 검토’를 ‘조작’으로 둔갑시켰다”고 주장했다. 민주당뿐 아니라 수사 의뢰 대상이 된 지난 정부 고위직 인사들도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감사 결과의 정치적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 관련 기사

 

조선일보 김경필 기자 - 집값 통계 94차례 조작...김수현·김현미 등 文정부 22명 수사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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