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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안“감히 우릴 빼”...美주도 ‘인도-유럽 경제회랑’에 반기
김상준 별 스토리 •
8시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사진=AP연합]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사진=AP연합]
© 제공: 매일경제
미국이 중국 ‘일대일로’에 대한 맞불 성격으로 추진하는 ‘인도-중동-유럽 회랑(IMEC)’에 튀르키예가 반기를 들었다.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중간 지역에 있는 튀르키예가 경로에서 배제된 데 대한 불만이다. 튀르키예는 이라크 등과 함께 대안 회랑 구축을 추진한다.
1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튀르키예가 G20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IMEC를 대체하는 ‘대안 회랑’을 두고 역내 파트너들과 집중적인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튀르키예는 ‘이라크 개발 로드 이니셔티브’라는 이름의 회랑을 주변국들에게 홍보하고 있다.
이라크 정부가 발표한 관련 계획을 보면 노선은 이라크 남부 그랜드 포 항구에서 이라크 내 10개 도시를 거쳐 튀르키예로 연결된다. 1200km의 고속 철도와 병행 도로 망을 건설할 계획으로, 170억달러(약 22조6000억원)가 투입된다. 회랑은 세 단계로 나눠서 구축되는데 최종 건설 완료 시점은 2050년이다.
회랑에는 이라크 외에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가 참여할 수 있다. 하칸 피단 이라크 외무부 장관은 “이라크, 카타르, UAE와 향후 몇 달 이내에 수립될 프로젝트에 대해 집중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과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유럽연합(EU) 정상들은 지난 10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인도·중동·유럽의 철도, 항구, 에너지, 통신망을 연결하는 IMEC를 구축하기로 했다. 중국을 중심으로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인 ‘일대일로’를 견제한다는 의미가 짙었다.
튀르키예는 당시에도 미국 주도 IMEC에 자국이 포함되지 않은 데 대해 반발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종료 이후 “튀르키예가 없는 회랑은 있을 수 없다”며 “동서를 잇는 가장 적절한 경로는 튀르키예를 통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피단 외무장관은 정치적 의도를 지적했다. 그는 “IMEC의 주요 목표가 합리성과 효율성이 맞는지 전문가들은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튀르키예의 계획이 현실화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라시아 그룹 싱크탱크의 유럽 책임자 엠리 페커는 “튀르키에는 프로젝트를 끝까지 추진할 수 있는 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에 UAE나 카타르의 지원에 의존해야 한다”며 “걸프 국가들이 투자에 확신을 가져야 하는데 당장은 (투자에 대한 이익) 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IMEC에 포함되기 위한 튀르키예의 ‘수’라는 평가도 있다. 튀르키예 정부 산하 싱크탱크인 세타의 외교정책 연구 책임자 무라트 예실타쉬는 “‘대안 회랑’을 제안했지만 튀르키예가 IMEC에 참여하는 것을 추진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FT는 “튀르키예는 미국·EU, 러시아·중국 양쪽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동쪽과 서쪽 사이의 전략적 선을 넘나드는 것을 추구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