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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시대착오적…대대적 개혁 필요' 학계 목소리 커진다

 

 

박진형 기자 별 스토리 •

12시간

 

 

 

 

과학 발전에도 과학분야 물리·화학·생리의학상 3개뿐

 

환경·컴퓨터·로봇 등 빠진 분야 수두룩…혁신론 확산

 

"잘못된 시상이나 중대 업적 누락 사례 사후라도 시정해야"

 

 

노벨상

노벨상

© 제공: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 2일 노벨 생리의학상 발표를 시작으로 노벨상 시즌이 막을 연 가운데 현 노벨상 체제가 학계 현실과 동떨어져 있어 개혁이 시급하다는 진단이 학계에서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전체 과학 분야를 불과 물리학상·화학상·생리의학상 3개 분야 상 만으로 다루는 점, 연구자의 생전에만 수상할 수 있는 점, 분야별 수상자가 최대 3명으로 제한된 점 등이 현대 과학 발전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의학사 전문가인 데이비드 오신스키 미국 뉴욕대 교수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게재된 '노벨상은 변신이 필요하다'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노벨상이 현대의 과학 연구 방식과 중요한 학문 분야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이제 개혁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오신스키 교수는 과거에는 노벨 평화상이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의 수상 등으로 논란이 됐지만, 최근 노벨상에 대한 비판은 과학 분야의 3개 상인 물리학·화학·생리의학상 분야에 집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우선 20세기 초 알프레드 노벨이 노벨상을 만들었을 때에 비해 현재는 과학 내 분과 학문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분야별 중요성이 크게 바뀌었는데도, 노벨상은 이런 시대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신스키 교수는 유명 천문학자 마틴 리스를 인용, 환경 관련 과학이나 컴퓨터과학, 로봇공학, 인공지능(AI) 등 중요 과학 분야가 노벨상에서 제외돼 있으며, 이는 어느 과학 분야가 중요한지 대중의 인식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화학자이자 화학 분야 과학사학자인 제프리 시먼 미국 리치먼드대 객원교수도 최근 연구 관련 뉴스 매체 '더 컨버세이션'에 실은 '모든 과학 분야를 겨우 3개의 노벨상이 커버한다' 기고문에서 이런 문제를 더 자세히 짚었다.

 

시먼 교수는 노벨화학상 수상자가 발표되면 "'그들이 누구이고 그들이 뭘 했느냐'는 질문을 동료 화학자들과 너무나 자주 나눈다"며 이는 수상자들이 자격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이들 중 일부가 화학이라는 학문 영역에 속한 것인지 의문시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2020년 노벨화학상 공동 수상자 다우드나(왼쪽)·샤르팡티에

2020년 노벨화학상 공동 수상자 다우드나(왼쪽)·샤르팡티에

© 제공: 연합뉴스

 

실제로 최근 노벨화학상을 살펴보면, 2020년 유전자 편집 기술로 수상한 에마뉘엘 샤르팡티에(프랑스)와 제니퍼 A.다우드나(미국)를 비롯해 2018년 수상자인 프랜시스 아널드(미국)·조지 P. 스미스(미국)·그레고리 P. 윈터(영국)와 2015년 토마스 린달(스웨덴)·폴 모드리치(미국)·아지즈 산자르(미국·터키)의 연구는 의학·생명과학 분야에 속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은 생리의학상이 아니라 화학상을 받았으며, 비슷한 다른 사례가 많다고 시먼 교수는 지적했다.

특히 이들의 성과는 1962년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밝혀낸 공로로 생리의학상을 받은 제임스 왓슨·프랜시스 크릭·모리스 윌킨스와 비교해도 더 생명과학·의학에 가까운데도 모두 화학상을 수상했다는 것이다.

 

 

 

 

시먼 교수는 이런 현상의 배경을 화학상 결정 과정의 구성에서 짚었다.

 

그가 화학상 후보자·수상자를 추천하는 노벨 화학위원회의 구성을 연구한 결과 생명과학 분야에 속한 위원들의 비중이 1910년대 약 10%에서 2000년대 50%로 지속해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먼 교수는 이들 위원의 전문성과 흥미·학문 분과를 화학상 수상 학문분과도 따라가고 있으며, 노벨 화학위원회에서 생명과학자들의 비중이 의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화학과 생화학(Biochemistry)은 서로 겹치는 영역이 많지 않은 매우 다른 학문분과이지만, 이제 노벨화학상이 노벨 화학·생명과학상으로 탈바꿈했다는 것이다.

 

또한 분야당 최대 3명인 수상자 수도 논란의 대상이다.

 

이는 루이 파스퇴르처럼 대다수 과학자가 홀로 연구하고 성과를 낸 과거에는 말이 됐지만, 이제는 다수 과학자의 협업으로 연구 방식이 바뀌었는데도 수상자를 이처럼 제한하는 것은 '승자독식' 태도를 반영한다고 오신스키 교수는 문제를 삼았다.

 

더욱이 시상 당시의 과학적 업적이 나중에 결함이 있거나 심지어 위험한 것으로 드러난 사례도 있다.

 

1949년 포르투갈의 의학자 안토니우 에가스 모니스(1874∼1955)는 전두엽 절제술을 정신질환 치료에 도입한 '업적'으로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뇌의 일부를 영구적으로 파괴하는 이 시술법은 그의 수상을 계기로 세계적으로 널리 확산해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

 

이에 따라 오늘날까지 그의 수상을 취소해야 한다는 요구가 철마다 제기되고 있지만, 노벨위원회 측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

 

반면 소아마비 백신 발명자인 조너스 소크(1914∼1995)의 경우 여러 차례 후보에 올랐으나, 심사위원 1명이 그의 업적이 다른 사람들의 선행 연구에 지나치게 의존해 새로운 것이 없었다며 공격한 결과 상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소크의 백신은 무수한 아이들을 구했을 뿐 아니라 병원균을 죽여서 만든 사백신(불활성화 백신)이 생백신과 동등한 수준의 면역력을 제공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시각에는 문제가 있다는 게 학계의 중론이다.

 

여성 과학자들에 대한 성차별도 과학 분야 노벨상의 심각한 불공평 사례로 꼽힌다.

 

지금까지 전체 노벨상 수상자 989명 중 여성은 겨우 6%인 61명에 그쳤으며, 이 중에서도 과학 분야의 여성 수상자 비율은 약 3%에 불과하다.

 

동료 오토 한과 핵분열을 공동으로 발견,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에 의해 '독일의 마리 퀴리'라는 찬사를 받은 리제 마이트너(1878∼1968)의 경우 48차례 노벨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에 실패했고, 1944년 한만 단독으로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로절린드 프랭클린(1920∼1958)도 DNA 이중나선 구조 발견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나, 노벨상 수상자인 왓슨·크릭·윌킨스에 의해 이용만 당하고 인정받지 못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노벨상 수상 분야와 분야별 3명인 수상자 수 제한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시먼 교수는 "노벨상은 그저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들에게 모두 돌아갈 만큼 충분하지 않다"며 생명과학 분야 등에서 노벨상 신설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연구자가 숨진 뒤 수상도 가능하게 하고 과거 부당하게 상을 받지 못한 심각한 사례를 찾아내 상을 줄 필요성도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오신스키 교수는 과거 기록을 샅샅이 뒤져서 마이트너나 소크·프랭클린처럼 진짜 자격이 있는 후보가 명확한 편견으로 인해 상을 못 받은 사례를 찾아내는 위원회를 구성, 뒤늦게라도 상을 줘서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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